2009 수능 후기 - 1

. 2009.10.30
조회734

앞서

 

2008년 11월 13일에 수능을 봤는데 무려

 

2009년 7월 3일에 후기를 씀

 

그동안 맨날 바쁘다는 핑계로 안쓰다가 드디어 시간을 내서 쓰게되었다.

 

 

이 글은 100%리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이였지만 나에게 정말 소중한 1년동안의 고3생활이였고, 이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후기를 쓰게되었다.

 

 

좀 더 일찍쓰지 못한것을 후회한다. 수능당일이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그 전에 공부하던 기억들은 살짝 가물가물하다. 더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추가하고 싶기도 하다.

 

 

-----------------------------------------------------------

 

 

잡공책 4인방.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과학정리노트, 과학오답노트, 그냥잡공책, 영어정리노트

 

 

-1-

 

공부를 하려는 생각은 고등학교 입학할때부터 매번 있었지만, 항상 실패했다. 고1 1학기초반에도, 고2 1학기초반에도, 고2 2학기에도..

 

숙제나 겨우겨우 하고 가끔 숙제도 덜렁덜렁 까먹는 평범한 학생이였다.

 

그러다가 2007년 12월 28일즈음부터 '아무 이유없이' 제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왜 공부를 시작했는지 딱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고3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고 싶기도 했고, 내가 성실해 질 수 있다는것을 알고 싶었고, 여러가지 이유가 작용했던것 같다.

 

 

2007년 12월 30일부터 2008년 10월 22일까지 사용한 나만의 영어 단어장.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이상한단어를 왜 외웠지 싶기도 하고, 그때는 저렇게 쉬운 단어도 몰랐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2-

 

1월과 2월은 겨울방학이다.

 

긴 겨울방학기간동안 설날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학원을 가서 최소 평일엔 14시간~17시간, 주말엔 10시간~14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앉아서 딴생각을 하고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차츰 긴 시간동안 공부하는데 익숙해져 갔다.

 

60일동안 얼마나 규칙적인 생활을 했는지, 학원가는길에는 어느정도 속도로 걸으면 신호등이 정확히 바뀌는지 알 정도가 되고, 아침에는 6시반이면 무조건 눈이 떠지고, 저녁에는 눈만 감으면 잠이 들었다.

 

서점에 갈 시간이 없어서 부모님한테 책을 사달라고 하고, 일요일 저녁에나 겨우 서점에 들려서, 일주일 공부할 책을 몽땅 사곤 했다.

 

 

단어장 4인방.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선식의 초스피드 암기비법, 워드 마스터, This is Vocabulary, 능률Voca어원편.

 

 

-3-

 

3월. 학교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런데 고3때처럼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적은 없었던것 같다.

 

새 선생님을 만나고, 새 친구들을 만났는데도 학교 왔다갔다 하는시간과, 학교수업시간때문에 내 공부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만 들고, 이때부터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던것 같다.

 

걸어가면서, 버스에서, 쉬는시간, 체육시간 등등 짜투리 시간에 단어장을 보고, 수학문제 하나라도 더 풀고, 정리노트를 보고..

 

점점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5분도, 1분도, 30초도 헛되이 쓰지 못하게 되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사고2009적중모의고사, 위에서 나왔던 나만의 영어단어장, 잡공책, 신사고 수능+내신 다이어리.

 

 

신사고 수능+내신 다이어리 中 한페이지. 1,2학년만 학원방학이나,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간다라는 문구 등등이 보인다.

 

 

-4-

 

생각해보면 고3때도 잠은 정말 많이 자는 편이였다. 하루 4시간씩 자면서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수십번 들었고, 한번은 거의 밤을 새는듯 공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본적도 있는데, 나는 하루 5시간반씩 꼬박잤다. 대신 깨어있는 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계획을 세워 공부하곤 했는데, 서점 아저씨가 준 다이어리를 사용했다. 100% 달성하는 날이 많지는 않았지만, 계획을 세우면 좀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아껴서 쓸 수 있었다.

 

3월 모의고사는 나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비록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

 

4월 모의고사는 나의 가능성을 확인한 모의고사이기도 하다. 난이도가 쉽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모의고사중 가장 골고루 잘 본 모의고사이다. 나에게 큰 힘이 된 두번의 모의고사였다.

 

 

 

 

 

위에 나온 파란색 잡공책 中 몇페이지. 도함수, 이계도함수를 이용해 열심히 그래프를 그리던 흔적들. 매우 깔끔하게 쓴 페이지들이다. 원래는 엄청 지저분하게 쓴다.

 

 

-5-

 

중간중간 수많은 사설모의고사를 보고, 6월 4일, 처음으로 평가원 모의고사를 봤다. 역대 최악의 난이도였던 수리와 공부한거에 비해 엄청나게 못본 물리때문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때부터 약 한달가량 공부가 안됐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은 똑같은데, 공부하는 시간은 반정도도 안되고,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뿐인데 수능때도 이렇게 나올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되고, 준비를 많이한탓에 실망도 큰것 같다.

 

그래도 7월에 학교 기말고사를 보고나서 다시 페이스를 찾았다.

 

여름방학때, 학교에서 자습을 시키는데 학교가 멀어서 나만 빠졌던 기억이 있다. 같은 반 친구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는 나에게는 학교를 왔다갔다 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선생님도 그런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나의 개인행동을 뭐라 하시진 않으셨다.

 

 

다 쓴 형광펜과 샤프3인방. 형광펜은 영어공부를 할 때 쓰던것, 파란색 샤프는 수능샤프와 비슷하게 생겨서 10월쯤에 산것, 검은색 샤프는 겨울방학부터 여름정도까지 쓴것, 가장 오른쪽에 샤프는 중3때부터 고3겨울방학 까지 쓴것으로 가장 오랜기간 사용한 샤프인듯 하다.

 

 

 

-6-

 

여름방학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공부할 시간이 많을줄로만 알았던 여름방학인데, 눈깜짝할 사이에 여름방학이 끝났다.

 

이때부터 시간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시간에 쫓겨서 살았던거 같다. 밥먹는 시간, 자는 시간, 씻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머리 자르러 가는 시간도 아까워 지기 시작했고, 그나마 편하게 있었던 밥먹는 시간과 씻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밥먹을때는 친구와 항상 공부얘기로 대화를 하고, 서로 탐구과목을 물어보면서 암기테스트를 하고, 아니면 오늘 공부한 내용&앞으로 공부할 내용을 혼자서 생각해 보는 등등 시간에 쫓겨살기 시작했다.

 

체육시간에만 봤는데 영어단어책 하나를 외우고, 걸어다니면서만 봤는데 영어단어책 반을 외우고, 짜투리 시간도 쌓이고 쌓이면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영어단어장 이외에도 들고다니면서, 틈틈히, 공부가 잘 안될때 등등 시간에 본 쌈지북. 외국어 어법, 언어 어휘어법, 과학 핵심정리, 언어 지문 등등.

 

 

-7-

 

9월 4일. 9월모의고사. 9개월동안의 성과물이 점수로 나타났다. 난이도 대비 가장 잘본 모의고사이다. 이때 이후 자신감이 급격히 상승했고, 이때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던것 같다.

 

바로 중간고사를 보고, 추석때는 설날이후로 처음으로 휴식.

 

그리고 학교에서 밥도 제대로 못먹거나 조금 일찍끝나면 후다닥 밥을 먹으며 영어듣기 공부를 하고 학원을 가는 패턴이 반복 되었다. 듣기 한문제 풀고 한숟가락 밥먹는 조급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절정의 피곤함도 찾아왔다. 그동안의 너무나도 힘든 생활을 하고나니 시도때도 없이 졸리고 피곤했다. 졸지 않으려고 수업은 서서 듣고, 공부도 일어서서하는 시간이 반복됐다.

 

버스에서 졸다가 내려야 할 곳에서 못내려서 자리가 있어도 졸지 않기 위해 일부러 서서갔고, 걸어가다가 자꾸 잠들어서 평상시보다 시간이 2배가까이 걸리고, 밥먹다가 졸고, 씻다가 졸고..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아닐정도였다.

 

일요일에 조금 일찍 잠드는것이 정말 좋았다.

 

 

 

밥먹을 시간이 없어 항상 케로로빵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스티커를 아무데나 붙이기 시작했는데, 전부 모아보니 이렇게나 많다. 버린 스티커도 엄청나게 많다.

 

 

 

아까 나왔던 영어 정리노트와 과학오답노트.

 

 

-8-

 

10월 모의고사를 보고, 학원은 종강을 했다. 10월 모의고사도 나름 잘봤고, 수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탐구과목 정리를 하고, 수능때 패턴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10개월동안 아침에는 언어와 수학을 공부하고 밥먹고나서 외국어와 탐구를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탐구는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몰라도 되고 쓸데없는 내용까지 다 알고 있었다. 어떤 수능기출문제는 최소 10번이상 본것 같았고, 단어장은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11월 초는 긴장이 되어 공부를 제대로 못한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것을 공부하기 보다는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힘썻다.

 

수능 전날에는 얼마나 잠이 안왔는지, 11시에 누웠는데 새벽 3시반쯤에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도 별로 못잔상태로 수능 시험장으로 향했다.

 

 

수능을 본 후 나의 필통내용물. 왼쪽부터 지우개, 수능 컴퓨터용싸인펜, 수능샤프, 파란색 하이텍C, 수능전에 새로 산 컴퓨터용 싸인펜, 영어공부를 할 때 주로 썼던 파란색 형광펜, 빨간색 하이텍C, 시험지 수거용 형광펜, 친구한테 빌려놓고 안갔다준 볼펜, 다이어리 체크용 빨간펜, 10월정도 부터 사용한 샤프, 초록색 하이텍C.

 

 

왼쪽부터 얼마나 많이 썻는지 다 닳아버린 고2말부터 고3중반정도까지 사용한 컴퓨터용 싸인펜, 고3중반정도부터 10월모의고사 볼때까지 중요한 모의고사와 함께한 스티커가 붙여있는 컴퓨터용 싸인펜, 언제 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고3초반정도에 사용했던 하이텍C 모음.

 

 

-9-

 

수능은 정말 긴장의 연속이였다. 1년동안의 노력이 한 순간에 평가가 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1교시 언어영역. 긴장이 되어서 샤프가 자꾸 뿌러질 정도였고, 전날 잠도 제대로 못자서 피곤한 상태여서 정말 힘들었다. 안 그래도 평소에 가장 점수가 안나오던 과목인데 수능때 더더욱 안나왔던것 같다. 공룡발자국 문제가 있었던거 같은데, 거의 가물가물하다.

 

2교시 수리영역. 6월보다는 쉬웠지만 공간도형문제는 정말 복잡했고, 검산을 하는 과정에서 주관식 처음 3문제나 계산실수를 발견하고 고쳤다. 딱 3문제를 고치니깐 시간이 끝나서 왠지 다른문제도 계산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엄청나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다른문제는 거의 계산실수를 하지 않았다.

 

3교시 외국어영역. 평소에 듣기시간에 집중을 못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수능때는 한문제를 빼고 다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독해를 푸는 과정에서 옆에서 농구하는 소리가 들려 더더욱 집중하기 힘들었으나 한 선생님이 나가서 정리를 하고, 나름대로 괜찮게 봤다.

 

4교시 탐구영역. 물리와 생물은 무난하게 풀리고, 그동안 가장 잘하던 지구과학에서 생소한 문제가 나와 힘들었다. 생물II는 너무 힘든상황에서 풀었던것 같고, 수능이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풀어서 조금 실수가 있었던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의 엄청난 연습량이 없었으면 긴장해서 수능을 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모의고사와 수많은 문제풀이로 긴장과 피곤함속에서도 거의 무의식상태 속에서도 문제를 풀 수 있었던것 같다.

 

수능 자리도 좋았고, 난이도도 나에게 잘 맞았고, 수능때 바로 앞자리에 친구가 있어서 평소 모의고사를 본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던것 같다.

 

수능날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던것 같다.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모음. 항상 다 맞은 페이지를 겉에 보이도록 가지고 다니던 습관이 있었다.

 

 

-10-

 

항상 공부는 적당히 하던놈이 1년동안에 공부라는것을 제대로 해봤다. 성실함이라고는 전혀 없던 나에게, 성실함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1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2때와 고3때. 성적이 많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공부량에 비하면 그렇게 많이 올라간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1년간의 경험을 앞으로 더 힘들때마다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나에게 좋은 추억이 될것이다.

 

 

 

 

 

1년동안..

 

책상에만 앉아 있어서 몸무게가 10kg이나 늘었다.

 

평균 0.5였던 시력이 평균 0.1까지 떨어졌다.

 

운동을 할 시간이 없어서 조금만 뛰어도 헉헉댄다.

 

고3때 새롭게 사귄 친구가 거의 없다.

 

잠을 조금자는것이 생활화되어서 불면증에 걸렸다.

 

학원비, 책값으로 많은 돈을 사용했다.

 

 

 

그래도 더 큰 것을 얻었기 때문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