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께서 거의 이십년 동안 알고 지내시던 미국분이 계셨는데, 성함은 Mr.Russell이셨죠.. 아버지 사무실이 종로에 있어서 러셀 아저씨 (나이로는 할아버지..)께서 일주일에 한번정도 아버지 사무실로 들러 이런 저런 책 얘기도 하곤 하셨는데, (아버지는 무역업을 하셔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세요..) 때론 밖에서도 만나 아버지와 러셀 아저씨가 서로 말동무를 하시고 지내셨던것 같아요..
5년전쯤 크리스마스 즈음에 부모님과 코스트코에 갔다가 부모님께서 애플파이와 로스트 치킨 같은걸 사시더라구요.. 그리고선 합정동 역 뒷편에 아주 허름한 집들이 있는 골목이 있는데, 그리로 가셔선 러셀 아저씨께 전화를 드리니까, 반갑게 나오시더라구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신 애플파이와 치킨을 들고 한 몇십년동안 수리한번 안한것 같은 그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지더라구요..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라면 영어를 가르치고 돈도 많이 벌었을거라는 편견이 있어어였는지, 그렇게 허름한 곳에 살고 계신것도 놀라웠지만, 부모님 말씀이 그분이 돈도 넉넉치 않으셔서 그렇게 미국 음식에 가까운것들도 못사드신다고 하셨어요.. 누구나 사연은 있겠지만, 그 분 또한 모아둔 돈을 힘들다고 하는 친구들에게 다 주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본인은 그렇게 없이 사신다고..
몇년동안 제가 집에서 멀리 지내느라 러셀아저씨 소식을 못들었었는데, 한 두주일 전에 어머니께서 러셀 아저씨가 많이 아프시다고 하시더라구요.. 아프신지는 두달되었는데,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저희 부모님이 돌보고 계신다고.. 두달 전쯤에 새벽2시에 너무 아프다고 급하게 러셀 아저씨가 전화를 하셨대요.. 그래서 그분을 병원에 데려다 드리니 암이 온몸에 퍼져 얼마 못사실것 같다고 하셨대요.. 그래도 사시는 동안엔 돌봐줄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부모님께서 일단 세브란스 병원에 러셀 아저씨를 입원시켜드리고 그분의 서류를 들고 이리저리 도움을 구하러 다녔어요.. (병원비가 하루에 좀 많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그나마 저희 형제들이 더이상 집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들이는 돈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내실 돈이 있으셨던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혹시 러셀 아저씨께서 미국 고향에 가고 싶진 않을까.. 싶어서 여쭈어봤더니, 본인은 한국이 너무 좋다고 꼭 한국에 묻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대요.. 이런저런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보니 러셀 아저씨 여권이 1965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이후에 비자갱신도 하지 않으시고 여권도 새로 발급을 못 받으셨어요.. 어느정도까지는 그렇게 하셨는데, 나중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하셨다고..
그래도 행여 미국정부에서 이분이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제대로 요양원에 보내줄 수 있는지, 성당에서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신지, 등등등.. 열심히 알아봤어요... 그런데 결국 미국 대사관은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 도와줄 수 없다고 딱잘라 말하고, 그나마 미군에서 무료로 지낼 수 있는 요양원을 소개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아버지꼐서 일도 뒷전으로 하시고 마석까지 모든 서류를 들고 요양원을 신청하러 가셨어요.. 그래서 그 요양원으로부터 신청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병원 의사분이 러셀 아저씨가 얼마 못 버티실거라고 전화를 하셨대요.. 그래서 부모님이 저녁때 부랴부랴 병원에 가니까, 러셀 아저씨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더니, 이제 피곤하니 조금 쉬겠다.. 일단 집에 돌아가고 우리 내일 아침에 보자.. 라고 하셨는데, 아침 7시에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어요..
슬픔은 뒤로하고 일단 장례를 치루어서 러셀 아저씨를 외국인들이 많이 있는 곳에 묻어드리려고 했는데, 문제는 러셀 아저씨가 불법 체류자라서 그것조차 처리가 힘들다고 하네요.. 지금 아버지는 미국 대사관에 가서 어떻게 좀 해달라고 말씀은 하고 있는데, 일이 빨리 해결되어서 러셀 아저씨가 좋은 자리에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네요..
러셀 아저씨처럼 한국이 좋기 때문에 오랫동안 여기에 머물렀고 죽어서도 이곳에 남고 싶어하신 분이, 불법 체류자 신분이기에 받아야 하는 여러가지 불이익들은 새삼 음지에서 고생하고 있으신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것 같아요..
러셀아저씨가 그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프시기 전까지도 연락 잘하고 지내시던 그 분들은 러셀 아저씨의 마지막 순간에 어디서 무얼하고 계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인생이 참 무상하다.. 라는 말이 참 가깝게 다가오는 날이었던것 같아요..
어느 미국인 불법체류자의 쓸쓸한 죽음....
아버지 사무실이 종로에 있어서 러셀 아저씨 (나이로는 할아버지..)께서 일주일에 한번정도 아버지 사무실로 들러 이런 저런 책 얘기도 하곤 하셨는데, (아버지는 무역업을 하셔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세요..) 때론 밖에서도 만나 아버지와 러셀 아저씨가 서로 말동무를 하시고 지내셨던것 같아요..
5년전쯤 크리스마스 즈음에 부모님과 코스트코에 갔다가 부모님께서 애플파이와 로스트 치킨 같은걸 사시더라구요.. 그리고선 합정동 역 뒷편에 아주 허름한 집들이 있는 골목이 있는데, 그리로 가셔선 러셀 아저씨께 전화를 드리니까, 반갑게 나오시더라구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신 애플파이와 치킨을 들고 한 몇십년동안 수리한번 안한것 같은 그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지더라구요..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라면 영어를 가르치고 돈도 많이 벌었을거라는 편견이 있어어였는지, 그렇게 허름한 곳에 살고 계신것도 놀라웠지만, 부모님 말씀이 그분이 돈도 넉넉치 않으셔서 그렇게 미국 음식에 가까운것들도 못사드신다고 하셨어요.. 누구나 사연은 있겠지만, 그 분 또한 모아둔 돈을 힘들다고 하는 친구들에게 다 주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본인은 그렇게 없이 사신다고..
몇년동안 제가 집에서 멀리 지내느라 러셀아저씨 소식을 못들었었는데, 한 두주일 전에 어머니께서 러셀 아저씨가 많이 아프시다고 하시더라구요.. 아프신지는 두달되었는데,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저희 부모님이 돌보고 계신다고..
두달 전쯤에 새벽2시에 너무 아프다고 급하게 러셀 아저씨가 전화를 하셨대요.. 그래서 그분을 병원에 데려다 드리니 암이 온몸에 퍼져 얼마 못사실것 같다고 하셨대요..
그래도 사시는 동안엔 돌봐줄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부모님께서 일단 세브란스 병원에 러셀 아저씨를 입원시켜드리고 그분의 서류를 들고 이리저리 도움을 구하러 다녔어요.. (병원비가 하루에 좀 많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그나마 저희 형제들이 더이상 집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들이는 돈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내실 돈이 있으셨던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혹시 러셀 아저씨께서 미국 고향에 가고 싶진 않을까.. 싶어서 여쭈어봤더니, 본인은 한국이 너무 좋다고 꼭 한국에 묻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대요.. 이런저런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보니 러셀 아저씨 여권이 1965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이후에 비자갱신도 하지 않으시고 여권도 새로 발급을 못 받으셨어요.. 어느정도까지는 그렇게 하셨는데, 나중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하셨다고..
그래도 행여 미국정부에서 이분이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제대로 요양원에 보내줄 수 있는지, 성당에서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신지, 등등등.. 열심히 알아봤어요... 그런데 결국 미국 대사관은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 도와줄 수 없다고 딱잘라 말하고, 그나마 미군에서 무료로 지낼 수 있는 요양원을 소개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아버지꼐서 일도 뒷전으로 하시고 마석까지 모든 서류를 들고 요양원을 신청하러 가셨어요.. 그래서 그 요양원으로부터 신청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제 병원 의사분이 러셀 아저씨가 얼마 못 버티실거라고 전화를 하셨대요.. 그래서 부모님이 저녁때 부랴부랴 병원에 가니까, 러셀 아저씨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더니, 이제 피곤하니 조금 쉬겠다.. 일단 집에 돌아가고 우리 내일 아침에 보자.. 라고 하셨는데, 아침 7시에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어요..
슬픔은 뒤로하고 일단 장례를 치루어서 러셀 아저씨를 외국인들이 많이 있는 곳에 묻어드리려고 했는데, 문제는 러셀 아저씨가 불법 체류자라서 그것조차 처리가 힘들다고 하네요.. 지금 아버지는 미국 대사관에 가서 어떻게 좀 해달라고 말씀은 하고 있는데, 일이 빨리 해결되어서 러셀 아저씨가 좋은 자리에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네요..
러셀 아저씨처럼 한국이 좋기 때문에 오랫동안 여기에 머물렀고 죽어서도 이곳에 남고 싶어하신 분이, 불법 체류자 신분이기에 받아야 하는 여러가지 불이익들은 새삼 음지에서 고생하고 있으신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것 같아요..
러셀아저씨가 그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프시기 전까지도 연락 잘하고 지내시던 그 분들은 러셀 아저씨의 마지막 순간에 어디서 무얼하고 계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인생이 참 무상하다.. 라는 말이 참 가깝게 다가오는 날이었던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