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던 애완견의 최후.........

하얀손200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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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던 애완견의 최후.........


어제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나는 옥상에 올라가서 녀석의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옥탑 방안에 마련해 준 녀석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불현듯, 불길한 예감에 나서보니,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녀석은 혀를 길게 빼고 잠자는 듯이 누워 있었다. 가만히 흔들어보아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이미 숨을 거둔 것이었다. 어째서 따뜻한 방안을 나두고 밖에 나와 녀석은 마지막 생을 마감했을까. 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솟구쳤다.


1997년 김영상 전대통령의 IMF경제환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어려워지자 애지중지 키웠던 애완견들을 길거리에 내다버렸다. 그 녀석도 그 불운한 시대,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들 중의 한 마리였다. 우연히 나와 길거리에서 마주친 인연으로 지금까지 녀석은 나와 13년을 동거동락(同居同樂)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나는 겨울이 오는 차가운 땅에 녀석을 묻어주어야만 한다.


녀석은 수컷 시추(Shih Tzu)로 암컷을 키우는 수많은 애완견 주인들로부터 청혼(?)이 쇄도할 만큼 녀석의 외모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훈련을 한 것도 아닌데, 절대 방안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았다. 몇 칠씩이고 참았다가 집밖에 나와야만 비로소 해결했다. 나와 첫 동거가 시작될 때, 녀석은 불과 3개월 된 강아지에 불과했었다.


녀석은 ‘공자님’이란 별명이 붙여졌다. 사실 녀석은 식탐과 욕정도 많았지만,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음식에 절대 달려들거나 날름거리지도 않고 점잖게 기다리는 참을성을 보였다. 그리고 산책 중에 매혹적인 암컷들이 지나가도 주인의 특별한 명령이 없으면 얼씬거리거나 보채지도 않았다. 나는 방안에 녀석을 혼자 두어도 사소한 물건조차 건드리지 않아서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었다. 당연히 녀석은 처음부터 나와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나 나는 박광호의 대하장편역사소설 <궁>(8권) 중, 수양대군이 권력욕에 자신의 어린 조카인 단종의 왕권을 찬탈하고, 단종을 비롯해 형제인 금성대군 및 사육신 등 충신들과 그들의 수많은 가족들을 무참히 죽이는 살육. 그리하여 수양은 피의 대가로 세조 임금이 되었지만, 끊임없는 내우외환(內憂外患)과 죄책감으로 흉몽과 병마에 시달리다가, 제위 14년, 늙은 세조는 부처에 귀의하여 자신의 지난날의 죄를 참회하고 생을 마감하는 <궁> 6권의 끝부분을 읽고 있느라, 녀석의 마지막 임종(臨終)을 보지 못했다.


항상 내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녀석은 반갑게 꼬리치며 달려와 나의 품에 안겼던 녀석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녀석에게도 빗겨가지 못하고 늙게 만들었다. 죽기 전까지 노안(老眼)에 백내장까지 있어서 앞을 보지 못했지만, 식욕만큼은 왕성해서 어제 낮까지 녀석은 자신의 밥그릇을 끝까지 핥아서 비웠었다. 그러나 끝내 녀석은 저녁 식사를 먹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언제가 세조 임금이나 애완견처럼 따라서 내가 묻힐 그 땅에.  나는 녀석을 묻어야 한다. 인생무상(人生無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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