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뚫고 하이킥]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주는, 엠비씨다운 시트콤

찬스200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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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사장에게 카드회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이번 달 카드 연체대금이 2000만 원이라니,

부사장 쥬얼리 정을 불러 닦달합니다.

쥬얼리 정은 지난 번에 '지상 최대의 이벤트'에 들어간 돈 때문에 그런 거라며

사장님께서 시키신 거 아니냐고 항변하지만,

이순재는 그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말것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회삿돈을 빌려 카드대금을 갚고,

생활비를 줄여서 그 돈을 메우라 합니다.

김자옥 여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3000만 원짜리 이벤트를 열어놓고,

애꿎은 가족들의 생활비를 줄이는 자신의 모습에 양심이 걸리지만,

그럴수록 더 큰소리 치고 당당하게 구는 이순재 사장.

집안 식구들을 모아놓고 '비상긴축'을 선언한 다음,

한 달 내내 뼈빠지게 일 하고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푼돈을 받는 신세경에게

생활비를 절약하는 데 앞잡이가 되어 아이디어를 낼 것을 지시합니다.

상황에 따라 월급을 깎겠다는 협박도 덧붙입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생활고 아닌 생활고를 겪는 가족들을 보며 양심에 찔려 하면서도,

그는 김자옥 여사에게 백만 원짜리 밍크코트를 선물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양심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행동은 항상 그대로입니다.

그런 상황이 웃기면서도,

우리 사회 지도층의 모습을 옮겨놓은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했습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민국이 물부족 국가가 될 것을 염려하여

22조원을 강바닥 퍼내고 보 설치하는 데 쓰면서,

결식아동들의 급식 지원비를 삭감하는 나라.

대기업, 대형마트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오뎅을 먹는 지도자의 모습은

'비상 긴축' 상황에서 자신부터가 경차를 타고 작업복을 입고 다니겠다는

이순재 사장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예전에 어느 국무위원도 국무회의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왔던 적이 있었죠.

그들이 외치는 '화합', '복지', '환경', '서민' 등의 구호는

이순재가 외치는 '아껴야 한다'는 말과 공명합니다.

그들에게도 양심의 소리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소리를 무시하고, 오히려 더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보이는 데서는 작업복을 입고 근검절약 하는 시늉을 하면서도

안 보는 데선 백만 원이고 천만 원이고 펑펑 쓰는 태도.

오늘 '지붕뚫고 하이킥'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대한 풍자는 적절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하이킥'을 차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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