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치 로얄 스페셜

김진우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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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치 로얄 스페셜 -

 

 

 

아빠는 언제나 '참치회 일반' 이라는 제목의 회만 썰게 한다.

 

우리 가게에서 제일 비싼 로얄 스페셜은 썰게 하질 않는다.

 

로얄 스페셜 주문이 밀리더라도

언제나 나는 '참치회 일반'이라는 회만 썰어야 했다.

 

" 아빠 이번엔 내가 썰게 "

" 넌 안돼 아직 까불지마 "

 

그렇게 가게를 한지 4년이 지나갔을 무렵

 

아빠가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얼른 혈관에 막혀있는 피를 뚫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되는 순간에

아빠는 엄마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했고

 

다음날 가게에는 아빠와 내가 하던 다찌를 줄이는 공사가 시작됐다

 

다행히 아빠는 수술이 잘 끝나서 회복중이었고

너무나 작아진 다찌앞으론

커다란 테이블이 6개가 놓여지게 되었다

 

 

나는 그 비좁은 다찌안으로 들어갔다.

 

괜시리 흐르는 눈물때문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마침 가게에 남자 4명의 손님이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나 이른시간이었지만 그냥 보낼수없어

주문을 받았는데

 

그 주문이 바로 로얄 스페셜이었다.

 

아버지의 커다란 어깨 사이로 보기만했던

제일 고급 부위를 써는 방법이

머리속에서 하나씩 필름들의 커트라인처럼 생각나기 시작했다.

 

 

 

참치머리에 볼살을 먼저 파내고

아가미쪽 살을 발라낸 뒤

마지막으로 눈을 도려내어 눈밑살을 꺼낸다.

도려낸 눈은 눈물주로 만들기 위해 소주에 담가 녹이며

홈마는 적당한 크기로 한점씩 고이 썰고,

맥가에 배꼽살은 씹을때 담백하지만 질기지 않게 얇게 썰어야 한다

 

 

 

하나 하나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다.

 

기막히게 회를 빨리 써는게 내 유일한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이순간 만큼은 시간이 너무나도 느릿느릿 흘러가는 듯

땀방울이 이마에서 떨어지는 모습조차도 선명했다.

 

 

# 참치 로얄 스페셜

 

이쁘고 고급스러운 명품가방 처럼 데코레이션을 하고

조화로된 꽃을 얹고 나니

처음으로 내가 만든 로얄 스페셜이 완성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아니었다

 

 

 

 

험악한 인상에 아저씨가 회를 한점 집어 입안에 넣는 순간에

미세한 주름의 숫자 까지도 전부다 놓칠수가 없었다.

 

 

 

 

이윽고 번지는 그 험한 얼굴에 미소.

정겨히 부딪치는 소주 잔.

 

그제서야 난 비린내 나는 장갑을 손에서 벗고 한숨을 쉴수있었다.

 

이윽고 손님이 나가자 같이 상을 치우며 엄마가 내게 물었다.

 

"그때 응급실에서 아빠가 너에게

모든 메뉴를 맡겨도 된다 하던데

너 도대체 언제 배운거야?"

 

몇일 뒤 병원에서 퇴원한 아버지가 가게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역시 내 아들' 이라며 어느때보다 멋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빠는 언제나 '참치회 일반' 이라는 제목의 회만 썰게 한다.

우리 가게에서 제일 비싼 로얄 스페셜은 썰게 하질 않는다.

로얄 스페셜 주문이 밀리더라도

언제나 나는 '참치회 일반'이라는 회만 썰어야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큼지막한 아버지의 어깨 너머의 얼굴에선

 

 

혀로 느끼는 맛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진정 나에게 알게 해주고픈 색다른 맛을 위해

 

누군가 내가 만든 요리에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알게 해주려

 

나를 자극시켰던건 아니었을까?

 

 

 

- 진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