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보다 훌륭한 장로의 성경주석

구헌서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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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은 장로 '예수님의 말씀 원문연구' 출간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목회자의 길을 가지 못한 것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름을 알리고 싶은 명예욕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서울 신림교회 협동장로 윤승은(72ㆍ尹承恩)씨는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반세기 넘게 해왔다. 그는 1956년 감리교신학대에 입학해 1학년 때 딱 1학기 배운 그리스어(헬라어)를 53년간 놓지 않고 꾸준히 독학하면서 그리스어 원문 성경을 번역한 주석서들을 잇달아 출간해왔다.

   1977년에 낸 '히브리사람에게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산상보훈과 평지설교', '예수님의 비유들 연구', '헌신예배 원문연구', '절기예배 원문연구', '히브리서 원문연구' 등 12권을 낸 데 이어 지난달말 6권짜리 주석서 '예수님의 말씀 원문연구'를 내놓았다.

   신약 4복음서인 마태ㆍ마가ㆍ누가ㆍ요한복음에서 붉은 글씨로 기록된 예수의 말씀을 그리스어 원문, 개역 개정판의 해석, 표준 새 번역 개정판의 해석과 함께 실은 후 자신이 직접 번역한 내용을 달고 그렇게 번역한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각권 560쪽 안팎으로 6권을 더해 3천4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 이번 책들을 포함해 그가 1977년부터 올해까지 낸 원문 주석서는 모두 17권. 목사나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사례는 찾기 힘들다.

   목사보다 훌륭한 장로의 성경주석

13일 만난 윤 장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다녀온 뒤 밤 11시까지 꼬박 번역 작업에 매달렸다"며 "목사가 되지 못한 것을 속죄하는 의미로 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6년 감리교 신학대학에 입학해 1960년 수석 졸업을 하고, 전국 신학 대학생 가운데 최우수 졸업논문상도 받았지만 군복무 후 시기를 놓쳐 목사안수를 받지 못했다.

   "5.16 나기 일주일 전인 5월8일 제대를 했는데 당시 감리교는 3월에 총회를 마친 후여서 갈 교회를 찾지 못했어요. 그리곤 바로 5.16이 터졌지요. 시골교회 등지에서 잠시 전도사를 했지만 홀어머니를 모시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목회자의 길을 버리고 체신부 공무원으로 들어가 1991년까지 29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습니다."
윤 장로의 선친은 일제강점기에 경기도 상천감리교회에서 목사를 한 고(故) 윤태현씨다. 아버지는 외아들인 윤 장로가 첫돌을 넘기기도 전에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수감돼 병을 얻어 별세했다.

   윤 장로는 번역 작업을 하면서 현재 사용되는 한글 성경에서 번역 오류도 많이 발견했다고 했다.

   '주기도문'을 예로 들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과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는 구절이 있죠. 하지만 그리스어 원서를 보면 여기서 '죄'는 영어로 'sin'이 아니라 'debts'입니다. 즉, '빚진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준 것처럼 우리 빚도 탕감해달라'는 뜻이지요.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해주옵시고' 구절도 그래요. '시험'이 마치 'test'인 것처럼 번역됐지만 원서 단어로는 'temptation', 즉 '유혹'에 가깝습니다."
그는 책을 내면서 원고료나 인세는 전혀 받지 않았다. 오히려 몇백 만원씩 자비를 들여 책을 구입해 지인이나 필요한 목사들에게 기증해왔다. 다행히 1995년에 낸 '예수님의 비유들 연구' 같은 책은 꾸준히 반응을 얻어 3판까지 찍어냈다.

   이번 '예수님의 말씀 원문연구'(성서연구원 펴냄. ☎011-348-0807)가 자신의 마지막 주석서가 될 것이라고 말한 그는 "나이도 있어 더 이상 작업은 하기 힘들 것 같지만 그동안 하나님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재능을 발휘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목사보다 훌륭한 장로의 성경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