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 사랑을 말하다 - #98

박찬성2009.11.19
조회147

니 덕분에 웃었던 건 너무도 까마득한데

너 때문에 걱정하는 건 아직도 현재형. 넌 아직도 나한테 걱정만 끼친다.

 

절대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인 척 어쩌다 내가 전활하면

넌 마음 아픈 소식만 전한다.

살이 더 빠졌어.. 좀 아팠어.. 하던 일이 날아갔어.. 입맛이 없어..

 

한땐 착각도 했었어. 나한테 행복하단 소식을 전하는게 미안해서인가?

그래서 넌 늘 나한테 걱정할만한 소식만 전하나?

하지만 너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지.

그런 거짓말을 꾸며내느라 입술이 바짝 마르는 역할은 언제나 나.

넌 언제나 서운할만큼 솔직한 사람.

 

이번에도 기다렸다는듯 힘든 시삭을 전하는 너.

나는 그러면 언제나처럼 또 바보짓을 한다.

 

- 밥은 먹었어?

 

소리내어 묻고는 곧바로 소리없이 물어보는 짓.

 

- 내가 그리로 갈까?

 

너와 나는 전생에 어떤 빚이 있어서 난 이렇게나 오랫동안 널 걱정하구.

넌 이렇게나 오랫동안 날 걱정시킬까? 그러고도 너는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나는 너에게 걱정을 들킬까 마음을 졸여야 할까?

 

너는 통화끝에 대수롭지 않게 덧붙인다.

 

- 참, 잠깐 여행갔었는데,

거기서 너랑 이름이 똑같은 꼬마 아이를 만났어. 참 귀여웠어.

 

나는 대번에 묻고 싶어진다.

'나처럼 귀여웠어? 나와 달리 귀여웠어?'

그 말속에 숨어있는 의미가 무엇일까? 나는 캐묻고 싶은 걸 겨우 겨우 참는다.

아마 너는 그냥 한 말이겠지. 그냥 그랬다구.

거기 갔는데 꼬마가 있었고 귀여워서 이름을 물어보니 나와 이름이 같았다고,

 

밤늦게 전화하면 왜 아직 안자냐고 빈 걱정이라도 해주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냐고, 왜 같이 있냐고 그런 거라도 한번 물어봐주지.

내가 잘 지낸다고 말해도 내 목소리가 좀 이상한 걸 눈치채주지.

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걱정하지 않는다.

 

다음에 태어나면 나도 너를 걱정시킬 수 있을까?

 

-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