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했어요. 반은 혼자힘으로!!

애기엄마2009.11.20
조회21,570

결혼한지 3년 좀 지난...^^

임신 6개월차 예비엄마예요...

 

김장때만 되면 은근히 시댁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았었거든요.

결혼하고 나서 처음 김장할때

시댁이 평일날 김장을 해서...

일찍 일이 끝난 신랑이 김치통 2개를 들고 시댁에 갔었어요.

전 그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구요...

돈 5만원 들고 결혼한지 몇달안된 아들이 김치통 2개 들고 오고

며느리는 전화만 했으니...

좀 얄미우셨는지...어쨌는지는 몰라도..

"김치통을 왜 2개나 가져왔냐고... 한통만 가져가라.."

그러시면서 시어머니가 김치 한통만 채워서 보내셨더라구요..

 

그렇게 시작된 김장김치 한통은 결혼한지 3년이 넘도록 꾸준합니다.

 

결혼해서.... 친정 김장할때 한번도 간적이 없어요.

저희가 워낙 멀리 살아서 오라고 하시지도 않았지만..

저희가 가면 친정에선 김치를 챙겨주시고 했거든요.

 

그래도... 시댁은 김장때 되면 어머님이 미리 전화해서.

 누구도 주고 누구도 주고 누구도 주고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김치통 하나 가져와라...미리 이렇게 말을 하세요.

 

생각해 보면...딱 자기 아들 먹을 김치만 주는것 같았어요.,

 

결혼전에 아무리 친정에서 김장하는거 돕고...

결혼해서 제 힘으로 김치 다 담가먹었어도...

한꺼번에 많이 하는 김장할때는 제가 할 수있는건

시댁에 가면 무채 썰고... 다듬고..버무리고...

김장 다 끝나면 나오면 큰 통들이랑 채반들.....다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마무리가 제 담당이였어요.... 

 

어머님한테 신랑이 친정에서 주는 김치는 젖갈맛나서 잘 못먹는다고

좀 더 달라고 해도...항상 한통만 주시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저도 참 바보같은게 엄마가 농사지은 고추가루 갖다 드리고

가서 도와드리고 얼마되진 않지만 5만원 챙겨다 드리고....

김장하면 돈 많이 드는건 알지만.... 저도 나름대로 가서 도와드리고

시댁까지 갈려면 차로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려도...

며느리니까..... 나름대로 노력했어요.

 

생각해보면..어머님은 한통만 챙겨주시면서...

3월이 넘어가면 묵은지가 되어가는 김치를 다 못 먹어서

김치냉장고에 몇통씩 있다고 하세요... 

그러면서 니네 오면 좀 싸가라 그러세요......

 

지난번 김장때는 어머님이 양념을 많이 만들어서 무지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동네 아주머니들이랑 김장을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 저 양념좀 싸주세요.. 가지고 가서 배추 몇포기 사서 김장할께요."

그러니까 동네 아주머니들이 가져가.. 놔두면 머해..

가서 해먹으면 좋지...막 그랬는데..

"싫어...내가 이걸 왜주니" 하시며 한번 짜증을 내시더라구요.

집에 갈때는 나중에 싸주긴 했지만...

동네 아주머니들 인상 다 쓰고...  어머님 반응이 완전 황당했어요.

 

작년에 그일 겪고 나서..... 친정언니가 그 일 알고 나서

내 동생이지만 어쩜 그리 바보같냐고...

올해 김장부터는.... 시댁에 갈 생각도 말라고 그러시더라구요.

 

친정도 시댁도 먼 곳에서 3년 살다보니...

먹고 살려고 느는건 김치 담그는 솜씨더라구요.

알타리, 파, 배추김치, 물김치.... 열무김치...

김장철 지나고 봄,여름,가을에는 김치를 혼자 힘으로 해서 먹었어요.

 

올해.....시댁 근처로 이사를 왔어요.

올해도...제가 근처 사니까 같이 하실 생각이신지..

어머님은 자꾸 몇 포기 할까? 30포기할까? 절인걸 살까?

이런 애기를 자꾸 저한테 하시더라구요.

전... 속으로 왜 자꾸 나한테 이런애기 하시는거지.. 어차피 한통만 주실꺼면서....

그래서...

어머님..올해는 친정언니가 김치 같이 담그자고 하네요..

그렇게 말했어요....

 

그러고 나니 속이 시원...하하하

 

친정엄마랑 같이 언니네 집에서 배추 뽑아서 왔어요.

20포기 정도 가져오고 무랑 갓도 가져오고....

양념하는건 잘 못하니까 엄마가 다음날 와서 해주기로 하시고...

 

저 혼자 힘으로 배추 20포기 다 절였어요.

임신해서 집에서 할일도 없었고...

친정에서 김장하는거 다 보고 자라고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임신해서 그런지 굉장히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변한건지..ㅋ

뱃속에 아가랑 애기하면서..

"아가 엄마가 이 배추 20포기를 절일수 있을까?" 엄마는 할수 있지?

"우리 아가 엄마랑 한번 해볼까..."

 

천천히... 다듬고..다듬고....

소금물에 담가서 좀 뒀다가 숨 죽으니까 잘라서 절여놓고 나니

3시간정도 걸렸더라구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배추 뒤집어주고....

 

아침에 시장가서 생새우도 사고....

엄마 오시기 전에 김장 양념할 육수 우려내 놓고....

 

배추가 잘 절여졌더라구요.

배추 4번씩 씻어서 채반에 올려놓고....

 

엄마 오시더니 잘 절였다고...^^

 

그때부터 시작된 엄마 강의...

무채 써는거랑 갓이랑 찹쌀풀 쑤는거랑 양념 버무리는거...

다 엄마가 일일히 해주면서 알려주셨어요...

 

엄마랑 둘이서 2시간만에 다 버무리고 나니까 오후더라구요.

 

그렇게 하고나니 김치 4통이 나오더라구요.

석박지도 한통 나오고...

김치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고 나니까 얼마나 뿌듯하던지....

 

비록 엄마가 오셔서 양념하는거 버무리는거 도와주긴 했지만...

(친정엄마가 허리가 안 좋아서 척추주사 맞으세요.)

 

반은 내 힘으로 담근거라서 그런지 뿌듯 뿌듯...

 

다음날 엉덩이랑 팔이랑 좀 아프긴 했지만..

밤새 신랑이 주물러줘서 덜 쑤시더라구요.

요새 다 사먹는데...이렇게 가족을 위해서 김장 담그는 마누라 둔걸 자랑으로 여기라고

큰 소리치고.....

 

힘들어서 아가가 잘못되면 어쩌나 고민했던건 사실인데요..

김장하면서...."우리 아가 좋은거 먹일려고 엄마가 노력하는거야...

우리 아가 힘내자..힘내자..." 이런 애기를 수없이 하면서 했더니..

뱃속에 아가도 다 아는지... 오히려 태동도 잘하고... 더 잘 놀더라구요..^^

 

해마다...김치 한통으로...땡 하시던 시댁...

시누가 자기언니네랑 오빠네는 올때마다 김치 가져간다고 잔소리한다고

돌려서 말하던 시어머니..

난 가져갈 생각없었는데.... 어머님...저희..친정에서 주셔서 먹고 있어요.

그렇게 말해도. 한두포기씩 싸주셨다....(묵은지 되간다고...)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고 이기적이다....어머님은...

 

올해 김장 끝내고....  종일 에구에구..이러면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찐 고구마에 김장김치 올려서 먹으면서

난 혼자 웃고 있어요...                이젠 시댁 김장에서 해방이다...

""" 시어머니 반응은 더 재밌었어요...

어머님 김장 다 했어요 그랬더니...

잘했다...올해는 다 각자 하자고 했다..시누네도 각자 하고 나도 나 먹을꺼만 할란다...

마치....우리 때문에 지금껏 김장하신것처럼 말씀하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