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인해 자살을 택한 그녀...

지드200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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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슴속에 담아두고 괴로워했던 이야기....

하나 털어 놓으면서...내안의 탁한물 한바가지 쏟아 내려합니다.

 

고3시절...대학 입시를 앞둔 가을의 어느날 저녁에....

친구들이랑 영화관에 갔는데....

바로 앞좌석에 여학생들이 관람을 하고 있었다.

영화 제목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아마도 외국영화였던것 같다.

우리는 끈질긴 장난(?)덕분에 영화를 마치고

여학생들과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일행은 가로수 아래 벤치에 앉아 서로를 탐문하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은 내가 디니던 학교와 멀지않은 학교에 다녔으며...

부산에서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정도만 탐색을 했다.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면서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으며....

날이 갈수록 설레이는 마음이 더하기 시작했다.

어느날엔가....그녀의 손을 잡고 싶어서

악수를 청했는데...보기좋게 거절 당했다...

그리고 그녀와의 연락이 두절되어 버렸다...

마침 같은 반에 그녀의 동네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넌지시

그녀에 대해 물어 보았더니...

그녀는 오른손가락 마디가 잘려 있어서

항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닌다고 했다.

그때서야 나하고 만나고 부터 줄곧 체육복 같은 옷을 입고

나왔으며... 언제나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녔던것 같다.

그녀가 부산에서 학교 다닐때... 

어떠한 사고로 인해 손가락마디가 잘려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후 대전 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악수를 청했을때....

당황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되면서...

미안한 마음에...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만나자는 약속을 전했다.

며칠 후 만나서.... 오른손 때문에 그렇다면 나는 괜찮다고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그녀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나는 듣기 좋게 한 이야기 였는데....

그녀는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던것 같다.

그 후 입시가 가까워 오면서 만나는횟수가 뜸해지고...

만남이 뜸해지자 마음도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나이로... 손가락이 불구인 그녀와 ...

계속해서 사귄다는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왠지 모를 두려움도 생기고...그래서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하고 있었다. 입시가 끝나고....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나는 서울에 있는 외삼촌댁에 올라와 있었고...

그 후로는 거의 연락이 두절 되었다.

 

얼마후 다시 대전으로 내려왔을때....절친한 친구가 포장지에

예쁘게 싼 벨트와 편지를 내밀었다. 뭐냐고 물었더니...

그녀가 내게 대학 합격 기념으로 샀는데...

대신 전해달라고 했단다.

나는 부담스런 선물에 난감해 하면서....받고 싶지 않다고....

돌려 보내버렸다.

 

그 후 그녀를 잊고 대학생활에 충실하며

대학등록금 때문에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그런 생활에 적응할 무렵.... 친구에게 들려온 이야기....

그녀가 자살을 했단다....

 

그리고 그 편지 속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혹시나 널 마주칠까봐 두 시가 지나도록 마냥 기다렸어.

 

어쩌면 이젠 못볼지도 몰라.
일부러 니가 다시 날 찾기 전엔

너와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일까
며칠 전 까진 여기서 널 보곤 했는데...

 

무섭고....암담했고....소설같은 이야기가 내게 닦쳐왔다는 생각에...몹시 괴로웠다.

그러나 현실은 잠시도 내게 시간을 주질 않았고...

언제나 바쁜 일정에 피로에 지친모습으로 힘들게

학교생활을 마쳤으며....그로인해 그 일을 쉽게 잊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어리석음으로... 꽃다운 나이에 청춘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그녀에게 죄책감이 커져만 갔다.

차라리 그때.... 네가 싫어... 한마디만 했어도....

바보처럼... 솔직한 감정을 숨긴채... 좋은말로 위로한다는것이....

 

언젠가는 그녀의 영혼을 위해서 제를 지내주어야지...생각속에만

머물뿐 아직까지 실천을 못하고 있다.

 

대전으로 돌아가면...꼭 그녀를 만나.....

나의 어리석음에 대해

사죄하리라...그 때는 내가 너무 철이 없었고....

너무 몰랐었다고...

지구상 어딘가에 어떤 모습으로....

생을 다시 시작할 지도 모를 그녀에게....

아픔없는 지구 여행이 되라고 전하고 싶다...

 

오늘도 탁한물 한바가지 쏟아 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