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났는데 앞으로의 인생이 걱정됩니다

NG2009.11.28
조회1,252

안녕하세요.

 

저는 빠른 91년생으로 얼마전 재수생활을 마친 여자입니다.

 

어디에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찾아다니다가 이곳을 발견했네요.

 

짧은 인생이지만 제 인생을 적다보니 정말 많이 긴 글이 되었고

 

더구나 글솜씨도 없어 지루한 글이 될 수 있지만 읽어보시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을 이끄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꼬꼬마 때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 때도 그러했고

 

유치원에서도 그랬고 초등학교 때도 그랬습니다.

 

그냥 제가 중심이 아닌 생활 자체를 싫어한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어렸을 때는 그런 성향에 맞게 적극적이고 나서는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그랬던 성격이 고학년부터 급격이 바뀌기 시작하여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하고 자꾸만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남들을 이끌고 싶어하는 성향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였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집안 사정이 정말 안좋아서 어머니는 자살을 기도하셨고

 

아버지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으셨고 재산을 탕진하셨으며

 

나름 사춘기였던 저는 저대로 성격에 변화를 맞았습니다.

 

어려웠던 가정형편에도 4학년까지는 성격에 그다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를 저희 집에 데려오면서부터 급격한 변화를 맞았습니다.

 

저희 집에 왔던 같은 반 아이가 "쟤네 집은 지하더라" 이런식으로 말하고 다니더라구요.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 이해가 되지 않던 저였고 별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들이 수근대는걸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점점 더 움츠러들었어요.

 

그렇게 중학교에 올라갔고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조차 저를 완벽히 보여줄 수 없었기

 

떄문인지 그 친구와 중학교 1학년 사소한 싸움으로 절교하게 되었습니다.

 

4년정도 친구로 지내던 아이였고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하려 하면서도 저를 열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중학교 1,2학년을 학급에서 아무런 위치도 맡지 못하고 그냥 보냈습니다.

 

남들에겐 저게 뭐 대수일까 싶을지도 모르지만 수학여행 갔을 때, 체육대회 때,

 

학급미화 때 여러가지 행사에서 중심이 되지 못한다는게 저에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저 스스로 반장선거에 나간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도 하지 못할

 

정도로 성격이 폐쇄적으로 바뀌었다는거였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한 친구가 장난삼에 추천해준 반장선거에서

 

부회장이 되었고 그 때 잠시나마 아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학교 생활이 즐거웠고 성격도 변화를 맞는 듯 했어요.

 

 

 

저는 당시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집에서 가까운 학교와는

 

다르게 좀 잘산다 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어요.

 

아버지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그 주변 굉장히 잘 사는 동네에 주소를 옮겨놨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주소를 다시 옮기게 되었고 고등학교는

 

집주변으로 배정받았습니다. 당연히 중학교 시절 친했던 아이들은 모두 중학교와

 

붙어있던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제가 진학한 고등학교에는 친한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학교 생활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식에 가보니 같은 반에 아는 아이들이 몇 명 있기는 했었는데

 

오히려 아무도 모르는 편이 더 좋은 상황이었어요.

 

아는 아이들은 좀 논다 하는 아이들이나

 

공부는 좀 하면서 친하기는 노는 아이들과 친한 부류의 아이었거든요.

 

처음에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들과 다니긴 했는데 저와 성격이 맞을리 없었죠.

 

1학기 절반정도 흐르자 그 아이들과 점점 거리가 생겼는데

 

노는 애들과 친하다가 떨어져 나온애 딱지가 붙어서 어떤 무리에도 쉽게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스물스물 어떤 무리의 아이들과 함께 놀았고

 

그렇게 1학년이 끝났습니다. 결정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

 

정말 학교가 그렇게 갑갑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학교 선생님의

 

수업에 이건 왜 이렇고 저런 왜 저럴까 의문을 가지고 수업에 있어서는 능동적이었는데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위해 공부하다보니 머리가 텅텅 비는 느낌이었어요.

 

학교 수업도 그냥 들리니까 듣고 필기도 하라니까 하고..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한 같은 반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부모님께 제 상황을 말씀드리고 담임선생님께도 말씀드렸어요.

 

부모님은 좀 더 생각을 해봐라는 입장이셨지만 담임선생님의 태도가 정말 제 인생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처음에 교무실에 찾아가서 "선생님 저 이러이러해서 자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했더니 대뜸 하시는 말이 "네 성적으로는 검정고시도 통과못해! 그냥 학교 졸업하고

 

왠만한 대학이나 진학해." 라는 것이었습니다. 뛰어나게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뒤떨어지는 성적도 아니었고 담임선생님을 믿고 어찌보면

 

고민상담을 한건데 그런 답변이 들리니

 

불과 몇 년전이지만 어린 마음에 반항심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꾹꾹 참고 몇 번이나 더 신중히 생각해보자 했지만 결국 여름방학식날

 

그러니까 정확히 고등학교 생활의 절반을 마치고 자퇴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힘든 학교 생활을 잊으려는 거였는지 영화에 미치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거의 일주일에 3~4편의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썼습니다.

 

그게 자퇴 후까지 이어져서 미래는 생각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영화를 봤습니다.

 

각종 시사회를 다녔고 후기를 썼고 온 열정을 영화에 바쳤습니다.

 

정말 영화란 영화는 고어 영화 하나 빼놓고 장르를 불문하고 다 봤습니다.

 

그러다가 나이로 고3이 되었고 영화에 미쳐있던 제가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후다닥 지나가버린 고3을 끝내고 수능을 봤는데

 

성적은 당연히 좋을리 없었습니다. 고2때 담임이 저주하듯이 학교에 붙어있으면

 

여기정도는 갈 수 있다고 했던 인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경멸했지만 예지력 하나는 뛰어났는지 실제로 그 대학에는 합격했습니다.

 

그 학교 간판이라고는 하나 호텔경영 이라는 학과는 저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대학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저는 그 정도 대학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죠.

 

고등학교 때 나름 같이 놀았던 애들은 스카이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 때는 수리 한 과목을 빼면 성적이 크게 차이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벌어지게 됬을까 내가 수험생활을 소홀히 했나 너무 아쉽다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올해 2월부터 재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학교 다닐 때 학원 한번 과외 한번 못시켜준게 미안하다고 하시며

 

재수학원에 갈 것을 권유하셨지만 집안 사정 다 아는 저로서는 그럴 수 없었어요.

 

그렇게 일년이 지났고 여전히 수리는 극복하지 못했지만 언어, 외국어, 탐구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나름의 문제풀이 방법을 만들고

 

꾸준히 연습했고 외국어는 단어, 문법, 구문독해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았고

 

사탐도 개념부터 문제 풀이까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수능날.

 

전날 잠을 하나도 못자고 일어났는데 이상하게도 떨리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문제였습니다.

 

언어는 열심히 만들어놓은 문제풀이 방법은 무시하고 작년처럼 풀어재꼈고

 

수리는 평상시에 절대로 없던 어이없는 계산실수로 거저 주는 문제를 날렸고

 

외국어는 문법 다 틀리고 빈칸 넘어가면서 패닉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나마 오후되면서 정신차리고 제대로 푼 사탐만 결실을 맺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 왜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어이없는 성적이 나왔습니다.

 

이 성적으로는 작년에 합격해놓고 안간다 했던 대학도 가기 힘들게 됬습니다.

 

주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자퇴 후 수험생이 되면서 

 

애들은 애들대로 저는 저대로 수험생활 한답시고 완전히 고립되어 버린 저는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 몇 명을 빼놓고는 연락하는 친구 하나 없는 상황입니다.

 

그 친구들에게도 사실 저를 완전히 보여주질 못합니다.

 

그러니 진짜 친구라고 부를 놈은 한 명도 없습니다.

 

최저 등급도 안나올 것 같아서 성적이 잘 나올꺼라 확신하고 써놓은 대학 논술도

 

열심히 써서 내긴 했지만 휴지 쪼가리가 될 것 같고...

 

이 상태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네가 만족하지 못하면 일단 대학을 간 후에 삼반수를 해라 하시는데

 

지난 일년동안 그렇게 열심히 해놓고도 수능날 미친 짓 한거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대학가서 좀 더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꾸어 남을 리드하고 싶어하는 성격도

 

장점으로 바꾸자고 생각했는데 제가 불만족하는 대학에 가서 성격을 바꿀 수 있을지

 

그것도 고민입니다. 대체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지금처럼 살기는 정말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