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배도 있고, 홍시도 있고, 참외도 있고, 귤도 있고, 딸기도 있고, 밤도 있고, 키위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어린시절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들어서 즐겼던 놀이.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기만 한다면 그 모든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가슴이 먼저 뛰놀았다.
시장에 가면 과일도 있고, 이불도 있고, 가죽구두도 있고, 몸빼도 있고, 솥단지도 있고, 항아리도 있고, 한복도 있고, 쌀 팔러 나선 우리 어매도 있고...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는 약장사도 있었다. 애들은 가라! 말 그대로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어서 어린 시절 장이 서는 날이면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놀기 시작했었다.
시장에 가면 닭도 있고, 개도 있고, 파르르 3월 바람에 노란 얼굴로 떨고 있는 병아리도 있고, 움매 제 에미를 찾는 송아지도 있었다. 엊그제 새끼 깐 누렁이를 장바닥에 내어놓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울며 보채는 아이도 있었고, 혹시나 약장수가 데려온 구렁이에게 100원을 주고 방금 받아든 삐약이가 잡아먹히지나 않을까 병아리보다 더 샛노래져서 가슴 속 깊숙한 곳에다 병아리를 숨기던 아이도 있었다.
시장은 내게 그런 곳이었다. 한 겨울에도 새빨간 딸기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던 곳. 장날이면 장날마다 와서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며 빡빡 우겨대는 약장수의 지루한 레퍼토리 하나만으로도 즐거웠던 곳이었다. 약장수가 데리고 다니는 원숭이가 신기해서, 구렁이가 더욱 신기해서 나도 크면 꼭 약장수가 되어야지... 알밤만한 작은 꿈들을 하나둘씩 주워섬기던 곳이다.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또한 먹을거리가 풍성했었다.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고구마 과자며 옥수수 빵, 감자떡, 순대, 떡볶이, 파전, 김치전, 호떡, 진빵, 전병, 만두, 불어터진 오뎅, 오뎅 국물에 몸을 푹 담근 무, 하나에 십원씩 하던 사탕, 카라멜, 솜사탕, 쌀과자, 뻥뻥튀는 뻥튀기, 곰보과자... 쌀 팔러 나선 엄마를 아무리 졸라도 내게 50원 하는 쭈쭈바 하나밖에 안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나는 항상 엄마의 손목을 쥐어잡고는 도무지 놓을 줄을 몰랐었다. 급기야 땅바닥에 주저앉아 떼를 쓰면 지나가던 이웃이 인심 좋은 웃음을 웃어보이고는 엄마 몰래 과자 한 봉지를 손에 쥐어주던 곳이다. 그래,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바로 그런 정이 있었다. 그리고 추억이 있다.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마트에도 있고, 슈퍼에도 있고, 인터넷에도 있고, 홈쇼핑에도 있고... 그러나 기억은 있어도 추억은 없고, 환심은 있어도 정은 없다. “이 세상에 에누리없는 장사가 어딨”냐며 깍아 달라 졸라대는 얄미로운 손님도 어차피 다같이 없이 사는 이웃이기에 마지못해 웃으면서 물건을 내밀던 건 장사꾼들의 화려한 상술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본전도 못 뽑는다”고 울상을 짓는 장사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면서도 실랑이 끝에 내미는 물건을 받아드는 건 알면서도 속아주는 손님들의 소박한 정이었다. 10개 천원이라던 귤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보면 항상 한 두개씩은 더 들어있어 뜻하지 않은 횡재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 해주는 정이었다.
오다가다 알게 된 사람과는 비싼 술집에 들러도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반가운 친구와는 소주잔이나 한 잔 기울이려 찾아드는 곳. 빡빡 우기며 서로 내가 내겠다 우겨대는 곳.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가 나서서 말리고 나서야 술사는 사람이 정해지고 고맙다며 술한잔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하나씩 둘씩 추억이 쌓이고 시장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많은 것들이 편해지고 많은 것들이 빨라지고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시장도 현대식, 마트식, 첨단화 해가며 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건 바로 시장의 그 정과 추억이다.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아직도 정도 있고 추억도 있다. 정도 팔고 추억도 팔리고 있다.
2009년 11월 30일 -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배도 있고, 홍시도 있고, 참외도 있고, 귤도 있고, 딸기도 있고, 밤도 있고, 키위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어린시절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들어서 즐겼던 놀이.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기만 한다면 그 모든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가슴이 먼저 뛰놀았다.
시장에 가면 과일도 있고, 이불도 있고, 가죽구두도 있고, 몸빼도 있고, 솥단지도 있고, 항아리도 있고, 한복도 있고, 쌀 팔러 나선 우리 어매도 있고...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는 약장사도 있었다. 애들은 가라! 말 그대로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어서 어린 시절 장이 서는 날이면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놀기 시작했었다.
시장에 가면 닭도 있고, 개도 있고, 파르르 3월 바람에 노란 얼굴로 떨고 있는 병아리도 있고, 움매 제 에미를 찾는 송아지도 있었다. 엊그제 새끼 깐 누렁이를 장바닥에 내어놓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울며 보채는 아이도 있었고, 혹시나 약장수가 데려온 구렁이에게 100원을 주고 방금 받아든 삐약이가 잡아먹히지나 않을까 병아리보다 더 샛노래져서 가슴 속 깊숙한 곳에다 병아리를 숨기던 아이도 있었다.
시장은 내게 그런 곳이었다. 한 겨울에도 새빨간 딸기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던 곳. 장날이면 장날마다 와서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라’며 빡빡 우겨대는 약장수의 지루한 레퍼토리 하나만으로도 즐거웠던 곳이었다. 약장수가 데리고 다니는 원숭이가 신기해서, 구렁이가 더욱 신기해서 나도 크면 꼭 약장수가 되어야지... 알밤만한 작은 꿈들을 하나둘씩 주워섬기던 곳이다.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또한 먹을거리가 풍성했었다.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고구마 과자며 옥수수 빵, 감자떡, 순대, 떡볶이, 파전, 김치전, 호떡, 진빵, 전병, 만두, 불어터진 오뎅, 오뎅 국물에 몸을 푹 담근 무, 하나에 십원씩 하던 사탕, 카라멜, 솜사탕, 쌀과자, 뻥뻥튀는 뻥튀기, 곰보과자... 쌀 팔러 나선 엄마를 아무리 졸라도 내게 50원 하는 쭈쭈바 하나밖에 안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나는 항상 엄마의 손목을 쥐어잡고는 도무지 놓을 줄을 몰랐었다. 급기야 땅바닥에 주저앉아 떼를 쓰면 지나가던 이웃이 인심 좋은 웃음을 웃어보이고는 엄마 몰래 과자 한 봉지를 손에 쥐어주던 곳이다. 그래,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바로 그런 정이 있었다. 그리고 추억이 있다.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마트에도 있고, 슈퍼에도 있고, 인터넷에도 있고, 홈쇼핑에도 있고... 그러나 기억은 있어도 추억은 없고, 환심은 있어도 정은 없다. “이 세상에 에누리없는 장사가 어딨”냐며 깍아 달라 졸라대는 얄미로운 손님도 어차피 다같이 없이 사는 이웃이기에 마지못해 웃으면서 물건을 내밀던 건 장사꾼들의 화려한 상술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본전도 못 뽑는다”고 울상을 짓는 장사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면서도 실랑이 끝에 내미는 물건을 받아드는 건 알면서도 속아주는 손님들의 소박한 정이었다. 10개 천원이라던 귤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보면 항상 한 두개씩은 더 들어있어 뜻하지 않은 횡재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 해주는 정이었다.
오다가다 알게 된 사람과는 비싼 술집에 들러도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반가운 친구와는 소주잔이나 한 잔 기울이려 찾아드는 곳. 빡빡 우기며 서로 내가 내겠다 우겨대는 곳.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가 나서서 말리고 나서야 술사는 사람이 정해지고 고맙다며 술한잔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하나씩 둘씩 추억이 쌓이고 시장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많은 것들이 편해지고 많은 것들이 빨라지고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시장도 현대식, 마트식, 첨단화 해가며 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건 바로 시장의 그 정과 추억이다.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아직도 정도 있고 추억도 있다. 정도 팔고 추억도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