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계하다 중학생한테 발길질을... ㅠㅠ

아부지같다드라2009.12.01
조회2,259

아오~ 지금 생각해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네여.... ㅡㅜ

 

저는 서울에 사는 갓 30대 반열에 오른 열혈 청춘남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 맞죠? ㅎㅎ)

 

올 해 초여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저희 집은 20여년전에 지어진 오래 된 빌라, 거기서도 반지하입니다.

바로 길 건너에는 초등학교와 ㅇㅇ예술고등학교, 중고등학교가 한꺼번에 있어

아침과 오후엔 왁자지껄 시끄러운 동네죠. 등하교 시간의 학교 주변이란... ㅡㅡ;;

 

뭐 요즘 중고등학생 중에 담배 좀 피우는 친구들은 다 알겠지만,

사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중고등학생들 학교 끝나면 거의 다 학교 근처에서

담배 피우고 그럽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 집처럼 오래 된 빌라는 최적의 장소죠.

빌라와 빌라 사이에 좁은 골목(?)같은 곳은 바람 안들어오죠, 지나다니는 사람 없죠,

행여나 누가 봐도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빌라 주민들이니 만만하죠 등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희 빌라 역시 항상 빌라와 빌라 사이의 골목은

_____________               _____________ 

I                  I               I                  I

I      3동       I               I      4동       I

I                  I    /////    I                  I

I                  I   /////     I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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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그림이 영... ;;) 

 

담배 꽁초와 가래침으로 늘 지저분 합니다.. 이런 개.... ㅡ_ㅡ^

 

각설이 너무 길었네여.

여튼 지난 초여름 어느날, 저는 오랜만에 연가를 내고 집에서 이불과 하나되어

느근한 낮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매쾌한 담배연기가 가득...

빌라 사이에서 어김없이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반지하의 특성상 집밖으로 나있는 화장실 창문이 성인남자 키높이인지라

그 담배 연기가 다 화장실로 들어오더라구여..

더군다나 쉴새없이 들려오는 육두문자와 가래침의 향연...

"아, 씨X.. 존X 그 개XX가 아까 나한테 어쩌고저쩌고... 쿠어억~~~ 퉷!!"

 

이불 널러 가시려던 저희 어머니는 그 녀석들이 갈 때까지 기다리시느라

조용히 티브이를 보며 앉아 계셨습니다.

 

순간 욱!하는 마음에 대충 츄리닝에 늘어진 난닝구를 입은 채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대략 8명 정도의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가래침을 소중히 한 곳에 모으고 있더군요..

근데 보통 그런 상황에 누군가 나타나면 놀라거나 얼른 자리를 피하기 마련일텐데,

이 친구들은 쪼그리고 앉아 침만 뱉으며 저를 노려보는.... 아오....!!!!!!!!!!

 

교복을 보니 집 앞 중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일단 너무 어린 학생들이라 어찌어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조용히 일으켜 세워 차분히 타일렀습니다.

 

"내가 담배를 피워라 말아라 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아직 나이도 어린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하냐.

스트레스 풀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 가급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담배는 줄여보는게

어떻겠냐"

 

그런데 무리 중 한 아이가 삐닥한 자세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일부러 보란 듯이 침을 찌...익..... 뱉으며 던진 한마디...

"씨X,,,  X같아서...."

 

왜 여러명 몰려다니는 학생들 중에 제일 약하고 얌실하게 생긴 애들 한명씩 꼭 있잖아여. 왜 그 허세만 부리는... (이하 허세학생 이라 하겠습니다)

 

암튼 딱 그런 녀석이 열과 성의를 다해 대들더군요..

 

여차저차 언성이 높아져 자칫하면 보호 받아야 할 청소년에게 손이 나갈까봐

(제가 취미삼아 복싱을 해서... ㅡㅡ)

무리 중 가장 덩치 큰 녀석(학생 2)의 손을 잡고 학교로 끌고 가려 했습니다.

 

그러자 허세학생이 학생 2를 붙잡고는

"열여덟!!!!!" "멍멍이의 자식아!!!" 라며

학생 2를 못 끌고 가게 막더군요.

 

덩치가 크건 2명이건 간에 중학생이 무슨 힘이 있어요...

그냥 그 상태로 2명을 끙끙거리며 끌고 나왔죠.

 

그런데 그 때 이 허세학생이 제 복부를 발로 걷어차는게 아니겠습니까 ㅡㅡ*

 

여전히 입으로는 쉴새없이 숫자와 동물을 찾으며 쏼라쏼라~...

 

창문 넘어로 지켜보시던 빌라 주민분이

"저 못된노무자X 안되겠네!!" 하시며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을 부르시더군요.

 

그러자 우리의 허세학생...

자신의 속입술(속입술이 맞나요? 아랫니 앞쪽에 있는 속살부분..??)을 스스로 깨물고는

나도 맞았다며 쌩쇼를...

 

더 웃긴건 나머지 7명의 아이들은 그 즉시 우리도 봤다며 증인을 하겠네 청소년보호법이 어쩌고저쩌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깨문 속입술을 핸드폰으로 찍고 증거니 어쩌니...

 

그런데 그 와중에 더욱 기가 막힌 건,

이걸로 뭐 돈 좀 벌겠다는 둥 낄낄거리며 지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헐......

 

10여분 후 경찰 2분이 왔고, 학생 녀석들은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핸드폰부터 들이밀며 증거를 찍어놨네, 미성년자를 폭행하고 협박했다는 둥..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깜찍한 얘기들을 늘어놨습니다..

 

경찰아저씨 중 한분이 슬며시 제게 다가와 어찌된 상황이냐 묻길래 차분히 상황을 다 설명 드렸고, 신고하신 주민 분은 절대 저 청년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했다고 거들어주셨고,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경찰아저씨는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리시란 말과 함께 학생들에게 가시더군요.

 

뭐 더 말한 것도 없이 결론이야 학생녀석들 자작극은 뽀록으로 드러나고,

저는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해서 겁이라도 줄 심산으로

걷어차인 복부에 대해 폭행으로 신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그렇게 단결력 좋게 핸드폰으로 증거사진을 찍어주던 허세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학생들이 슬금슬금 뒤로 빠지며 자기들은 아무 상관없다는 거 있죠... 의리하고는.... ㅡㅡ

 

저는 허세학생에게 어린녀석이 어디서 쓸데없는 깡만 커져가지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고 야단을 쳤습니다.

그리고 경찰아저씨께 살짝 윙크를 보내며 지금 정식으로 사과하면 형이 용서해 줄테니까 사과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아저씨도 옆에서 "그래, 잘못 뉘우치면 한번은 용서해줄테니까 빨리 사과드려!!" 라며 맞장구를 쳐주시더라구여.

 

그러자 이 허세학생 ㅋㅋㅋㅋ

차마 친구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주먹을 꽈~악 움켜 쥔 채로 씩씩 거리며 안절부절하더군요.

눈에는 금새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마치 그 모습은

'나는 지금 화가 몹시 나있다. 절대 무섭거나 쫄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내면연기를 하는 듯 말이죠... ^^:

 

잠시 부들부들 떨며 씩씩 거리던 이 녀석은

주위 친구들이 잠시 웅성거리는 틈을 타 제옆을 지나가며

"죄송해요" 라고 조용히 말하더군요.

 

아마 친구들이 보기엔 그냥 제 옆을 스쳐 지나 간줄로 알거예요 ㅋㅋㅋ

 

암튼 녀석의 자존심을 너무 짓밟았다간 상처가 될 거 같아서

그쯤에서 끝내기로 했습니다.

 

행여 징계라도 받을까 걱정되서 학교에 연락하시겠다는 경찰아저씨를 잘 설득했구여,

그 녀석들에겐 한명 한명 사과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어린 애들이어도 저도 자존심이 있는데 배 걷어차이고 사과정돈 받아야져.. ㅡㅡ;)

 

우연치않게 그러부터 며칠 후 동네 지하철역 앞에서 허세학생을 다시 만났는데

저를 보자마자 휙! 하고 돌아서 도망가더군요...

 

너무 두서없이 쓴 이야기지만,

 

이 기회를 빌어 2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분들께.

"무조건적인 청소년보호법 보다는 청소년을 올바른 길로 선도하고 어른 무서운 줄 알게 하는 법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국의 허세학생들에게.

"학생여러분~ 어른들은 여러분이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닙니다. 여러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참아주는 겁니다. 여러분이 존중받는 만큼 여러분도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그 중엔 어른답지 않은 어른이 있어 존중할 수 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청소년 여러분 중에도 청소년답지 않은 청소년이 있잖아요. 솔직히 여러분도 여러분보다 나이 어린 아이들이 대들고 욕하고 그럼 화나잖아요. 우리 모두 행복해 집시다~"

 

근무 중 유난히 지루해 쓰기 시작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악플은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그럼 남은 2009년 1달,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