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수시때문에 처음 온 서울

닉넴200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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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창원이라는 도시에서 왔습니다. 창원의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남들처럼 ‘인 서울’의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봐라봐라 승우야, 서울 억수로 크겠제?”

“그걸 말이라 카나. 부산이 저런데 서울은 부산인구에 3배나 된다 아니가”

“아 나도 공부 열심히 해 놓을 껄.”

그렇기에 수시의 계절이 다가오자 저는 제 바람대로 서울에 있는 학교에 수시를 넣었습니다.

 

 

그렇게 논술공부에만 열중하고 있는데 같은 반의 친구가 말했습니다.

“아따 이스키 논술 공부 열심히 한다요, 근데 니 그 학교까지 찾아갈 수 있나?”

“어?”

“서울역에서 내리 가지고 거기까지 지하철 타고 찾아가겠냐 말이다.”

“...”

논술공부만 매달리다 보니 그 점까지는 전혀 생각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논술공부는 잠시 놔두고 친구와 학교 컴퓨터로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찾아 봤습니다.

“머꼬.”

“이 먼데, 우리 집 지하실 파이프도 이렇게 안 복잡 하긋다,”

부산 지하철도 누나 없이는 탈 엄두조차 못내는 저로서는 엄청난 수의 역을 가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뿐 이었습니다.

“부산은 환승역이 한 개 뿐인데, 서울은 도대체 몇 개고.”

“닌 인자 클났다. 꼬시 잘됐다. 그래서 내가 가치 창원대 가자 안 카드나.”

저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서울 가서 막 멍 때리면 쪽팔리는데. 아 역이 저래 돼있으면 지하철 안 부딪히나.’

 

 

그렇게 답답한 마음을 가진 채 며칠이 지나고 동네의 친한 친구와 메신저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니 이번에 수시 쓰나?”

“내 H대 쓴다 아니가?”

"어, 진짜가? 나도 거기 썼는데."

“오, 진짜? 그럼 같이 가면 되긋네. 근데 니 지하철 탈 줄 아나?”

“아니, 난 모르는데 내 친구가 탈줄 안다드라”

“와, 진짜? 사실 내가 지하철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같이 가자.”

“알긋다.”

그렇게 우연치 않게 든든한 조력자를 만난 저는 논술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일 버스를 타고 가려 했지만 아버지께서 서울 가는 기념이라고 KTX 표를 끊어 주셔서 난생 처음 KTX를 타봤습니다.

“마, 이기 시속 300km 간다는 기가. 직이네.”

“야, 좀 촌놈 티 내지마라.”

“아, 지도 촌놈이면서.”

지금 KTX를 타면 좌석이 불편 하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런 것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모니터에 나오는 열차 속도만을 보고 있었습니다. 270km정도부터 모니터에 속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봐라봐라. 지금 속도가 280이란다.”

“와, 근데도 이리 아늑하나.”

“맞제. 과학기술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속도구경과 바깥 구경을 하다 보니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솔직히 창원역, 정말 작습니다. 왠만한 대학교의 큰 강의실보다 작습니다. 그렇기에 서울역의 웅장함과 수많은 사람들에게 저는 압도당했습니다.

“머꼬, 이게 역이가. 서울 사람들 창원역 오면 숨도 못 쉬겠네, 좁아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서울역 바로 앞에 있는 옛날 대우 건물을 보고 저도 모르게 외친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지하철을 타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저는 무의식중에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아따, 저 건물 좀 봐라 x나 크다.”

그렇게 말하고 친구를 봤는데 친구가 저를 모르는 척 하고 있었고 주위의 거의 모든 사람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냥 친구한테 말한 것이었지만 흥분한 저는 무의식중에 굉장히 큰 소리로 그것도 사투리로 저렇게 외친 것입니다. 아, 그 때의 부끄러움이란... 저는 얼굴이 달아오른 채 뒤쪽에 백화점 같은 곳에 뛰어 들어갔습니다.

“야, 니 뭐하는데! 아 쪽팔려.”

“내가 그리 크게 말한 줄 알았나. 아, 죽겠다.”

“아, 우리까지... 촌놈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나.”

“아, 미안타. 흥분해 가지고.”

“아, 진짜... 일단 얼렁 가자. 아 쪽팔리라.”

혹시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곳에서 약간 시간을 보내다가 지하철로 갔습니다.

 

 

첫 서울 지하철역과의 대면. 무엇보다도 그곳의 많은 사람에 놀랐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부산 유일의 환승역, 서면보다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와, 이 사람들 전부 지하철 타는 기가. 지하철 움직이기는 하나.”

“아, 촌놈처럼 두리번 거리지마라 임마. 표나 끊으러 가자.”

“아, 나 표 끊을 줄 모르는데.”

“그냥 저기 줄서 있는 곳 뒤에 서가꼬 니 차례 되면 앉아 있는 아저씨 한테 역 이름 말하고 돈 주면 된다.”

“아, 별거 아니네. 밥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줄을 섰을 때의 혹시 실수라도 해서 다른 사람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때문에 긴장감이 상당 했습니다. 처음 표 끊을 때 가 대학교 논술 고사장 들어갈 때 보다 더 떨렸습니다.

“저... oo역이요.”

그렇게 표를 받고 득의양양하게 친구들한테 갔습니다.

“휴... 별거 아니잖아?”

“지랄, 니 표정은 벌써 논술 친 것 같구만.”

“아닥 하고 빨리 가자.”

하지만 저는 또 한 번의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야, 이거 표 어느 쪽으로 넣어야 되노.”

“아, 비키라. 뒤에 사람들 기다린다 아니가. 표는 아무 쪽으로 넣으면 된다, 임마.”

“아, 맞나. 오, 신기하네. 표가 쑥 빨려 들간다.”

“아, 큰 소리로 좀 얘기하지마라. 쪽팔린다.”

“x나 매정하네.”

 

 

그 후론 제가 어떻게 간지 생각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지하철 탈 줄 안다는 그 친구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으니까요. 수많은 사람들과 빽빽한 표지판. 1호선과 4호선이 동시에 들어오는데다가 지하철은 또 양방향으로 오고 가고. 완전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야, 양방향으로 지하철 오는 데 어디 타야 되는지 아나?”

“우리가 갈 방향 역 쪽으로 가면 된다.”

“그건 또 어떻게 아는데?”

“지하철 지도 보면 되지.”

“와, 저걸 다 외우고 있단 말이가. 서울 사람들 천잰갑다.”

“야, 서울사람들도 지도 봐, 임마.”

그 때 지하철이 도착하고 있다는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줄을 섰습니다.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끼어서 타고 있는데 어느 역에서 친구가 제 소매를 끌어 당겼습니다.

“아, 다 왔나?”

“아니. 갈아타야 된다.”

“갈아탄다고? 아따 귀찮네. 한방에 가는 거 없나. 지하철을 요따구로 만들어 놨노.”

그 많은 사람들 사이로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환승하는 곳을 찾아 가는 친구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혼자 왔으면 진짜 큰일 났겠다고 안도 하면서 말입니다.

“와, 이게 그 유명한 2호선이가. 2호선에 유명한 대학이 그래 몰려 있다며. 그 때 인터넷으로 봤는데 어느 고등학교 급훈이 ‘2호선을 타자’드라. 크크크크”

“어, 2호선에 엄청 많을 껄.”

 

 

그렇게 수다를 떠는 사이 지하철이 도착했습니다. 2호선은 꽤 너른 편이였습니다. 친구가 운이 좋다고, 원래 2호선이 사람 제일 많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맨 처음 지하철 탔을 때 잡상인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살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그냥 재미로 말입니다. 그런데 중간 정도 갔을 때 지하철 통로 문이 열리면서 웬 선글라스를 낀 노숙자 같은 분이 지팡이를 짚고 구슬픈 음악을 튼 라디오를 목에 걸고 바구니 같은 것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아, 저 사람 불쌍하다. 천 원 짜리 한 장 주야 긋다.”

“치아라 임마. 저거 다 개구라다.”

“진짜가?”

“어. 진짜인 사람도 있겠지만 저거 그냥 앵벌이 하는 게 많다드라. 저런 사람들 막 앞에 발 있으면 돌아가고 그런다드라. 그리고 아는 형이 서울 사는 데 그 형이 저런 사람들 지하철에서 내리면 지팡이 접고 그냥 돈 세면서 걸어 간다드라.”

“진짜가. 무섭네, 무서워. 진짜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

“그러니까 함부로 돈 주지 말라고. 그럴 돈 있으면 내 맛난 거나 사도.”

“지랄, 니 맛난 거 사줄 바에 땅에 버린다, 임마. 크크크”

솔직히 친구들과 떠들면서 태연한 척 했지만 그 때의 충격은 꽤 컸습니다. TV로만 보던 노숙자들. 진짜 불쌍하다고, 다음에 서울 가면 꼭 돈 줘야지 하던 저였기에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목표 역에 도착하고 내려서 출구로 갔습니다.

“어? 이거 또 있나? 표 또 끊어야 되나?”

“머라하노, 아까 전에 서울역에서 끊은 표 넣으면 된다.”

“어? 그거 서울역 기계에다가 넣었다 아니가.”

“아 니 설마 안 가왔나? 아, 이 빙시야. 그거 넣으면 다시 나온단 말이다. 그거 들고 왔어야지.”

“... 몰랐다. 아 x됐네.”

다행히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역무원을 발견하고 우리 사정을 얘기해서 옆의 작은 문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당황한 것이 서울역 앞에서 외친 것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미소를 지을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허둥거렸기 때문입니다.

“아 진짜 힘들다. 망할 서울.”

“지가 못해놓고 서울 탓하네.”

“머고 5번 출구? 출구가 몇 개고?”

아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 이었습니다. 뭘 이렇게 복잡하게 해놓은 건지.

 

 

그렇게 짜증을 달래가면서 역 밖으로 나오자 바로 학교 본관 앞 이였습니다. 본관 앞에 서있는 동상과 웅장한 건물들을 보니 짜증났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 이게 서울 냄새가. 뭐가 다르긴 다르다. 오, 나도 이런 곳을 다니게 됐구나."

“빙시야, 합격이나 하고 말해라 임마. 크크크”

“아, 이 새퀴 또 초치고 앉았네. 그냥 그러려니 해라, 임마.”

그렇게 논술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친구들과 서울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그 험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닐 용기가 안 났습니다. 동대문, 명동, 이태원, 경복궁, 대학로, 한강, 타워 팰리스 등.

 

 

그냥 간단히 친구들과 학교 앞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서울역 오는 길도 역시 험난했습니다. 그 친구 뒤만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이번에는 표를 챙기고 행여나 잊어 버릴까봐 가방 깊숙이 넣어뒀습니다. 그렇게 서울역에 도착하고 KTX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엉엉, 서울아 형아 간다. 꼭 내년에 오꾸마.”

“서울이 니 보고 꺼지란다. 크크크”

“엿이나 무라, 임마.”

 

 

그렇게 월요일이 되고 저는 학교에서 가서 친구들에서 서울에서 얻어온 ‘전리품’들을 보여줬습니다.

“이기 서울 지하철 지도 아이가. 진짜 복잡하제. 죽는 줄 알았다. 이게 서울에서 사온 껌 아이가. 냄새부터 다른 거 같다. 야 서울에서 사온 껌 받을 사람~”

정말 과장 조금도 하지 않고 반애들 절반이 저한테 몰려들었습니다.

“행님, 행님.”

“내가 먼저 왔다 아니가. 비이라.”

이런 반응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좀 더 사올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의 복잡함을 뒤로 하고 일상에 복귀한 저는 무사히 수능을 치르고 정시를 치기 위해 다시 한 번 서울에 갔습니다. 아 물론 수시는 떨어졌습니다. 이번에 갈 때는 창원에서 서울로 이사 간 친구 놈을 불러 가지고 같이 다녔습니다. 역시나 서울에 있는 4일중 2일을 친구 꽁무니만 따라 다녔습니다. 3일정도 지나자 어느 정도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그 친구에게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사실 그 친구 없었으면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각 가게마다 다 들렸을 겁니다. 상인들이 이리로 오라고 하면 다 가는 저였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가 강남에 살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강남의 주거환경을 보았고 특히 타워팰리스 밑의 스타슈퍼는 단연 압권 이었습니다.

 

 

벌써 그로부터 3년이 흘렀습니다. 물론 사이에 군대를 다녀오긴 했지만 서울생활에 잘 적응 했습니다. 누구처럼 지하철을 눈감고 탈 정도는 아니지만 자유롭게 탈 수 있게 되고 이제는 높은 건물에 소리도 지르지 않습니다. 가끔 서울역에서 대우 건물을 볼 때면 그때의 생각이 나곤 합니다. 또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과거에는 제가 꽤 착했던 것 같은데. 노숙자를 보면 정말 안됐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고 누군가 말을 걸면 제 쪽에서 먼저 다가가서 물어보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노숙자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누군가 말을 걸면 일단 피하고 보는 저를 볼 때면 오히려 아무 것도 몰랐던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물론 옛날처럼 그렇게 허둥거리기는 싫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