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 책의 소개 리뷰 입니다. 기아에 관한 어느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 학자이며 활동가이며 전문가인 한 사나이의 시선 학자라는 이름은 직업이 아니다. '공부' 혹은 '학문'과 관련된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을 학자라고 부르는데, 이 말에는 다른 직업과 달리 상당히 높은 도덕성과 규율 혹은 용기 같은 것을요구하게 된다. 비겁한 일을 했을 때 "당신도 학자인가?"라는말은 욕이 되고, 시대가 어두울 때 자신의 행복만 추구했을 때도"학자라는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조금 복잡하게 표현하면'인텔리겐치아'에서 '행동하는 지성'과 같은 멋진 수사에이르기까지 학자들에 대해서 표현하는 말은 다양한데,어쨋든 단순하게 월급 받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일반 직업과는다른 특별한 어감을 지닌다. 이 책을 지은 장 지글러는스위스에서 연구하는 교수이다. 그래서 그는 학자이다. 동시에 그는 유엔기구에서 아동 구호와 식량문제에 관련된 일을처리하고 대책을 세우고 현장에 직접 파견되어 상황에 맞는의사결정을 내리는 활동가이다. 활동가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익숙하지 않지만, 그는 유엔이라는 일종의 국제정부에 해당하는조직에서 일하는 활동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그곳에서많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문관이라는 일종의민간 지원단의 신분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하긴, 기아와 관련된일을 현장에서 자신의 천명으로 알고 활동하는 사람에게소속이 어디인가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그는 굶주림에시달리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가서 그곳 어린이들이 최소한의영양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한된 예산과부족한 지원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학자이며 동시에 활동가이다. 학자이며 활동가인 사람은 우리 주위에서 적잖게 볼 수 있다.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많은 교수들은 대부분 이러한 정의에해당한다. 그러나 지글러의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중요한메시지가 그가 교수이고 유엔기구의 고위인사라는 데서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과정에서 그 스스로 알게 되고,보게 된 것들을 일종의 국제적 어린이 기아 문제에 대한 전문가로서 다시 한 번 분류하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이 책은 탁월한 것이다. 그리 많지 않은 어린이 기아 관련 저술중에서 내가 아는 한 이 책은 가장 고급의 정보를 담고 있고,몇 가지 점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확보한 책이다. 아들과의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현제 기아의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보고 있고,그런 이득들이 어떻게 재생산되며 더욱더 많은 어린이들을굶주림으로 내몰고 있는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감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지글러 교수가 이 짧은 책에서 말했던 몇 가지 사례와 그것을 둘러싼구조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적 논란의여지가 될 북한의 기아문제가 아니더라도 칠레에서 벌어진 일과네슬레의 관계, 부르키나파소에서 드러난 젊은 혁명가들의애환, 그리고 국제식량기구의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과정과 같은얘기들은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훨씬 뛰어넘는다. 사실 지글러만큼 고급정보를 접하면서도현장에서 상황을 이해한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학자이며 지식인이며 또한 전문가인 사람들은다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한가운데나 중남미의 현장에서상황을 목격하고 분석하고 이것을 전체적인 흐름에서 다시정리한 사람은 없다. 게다가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거의 초보적 수준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정도의 사실이 우리가 알고 있는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간추릴 능력도 또 그럴 필요도없어 보인다. 다만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이 아니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점들에 대해 그 맥락을 조금상세하게 소개하고 싶다. 아옌데의 비극아옌데 사건은 현대 중남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고,아직 종료되지 않고 현재도 진행중인 일련의 흐름 속에서,말하자면 토막 중의 가운데 토막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다.사건만을 놓고 보면 칠레에서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대통령궁에서 자국 군인들에게 사살된 사건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청와대에 군인이 쳐들어가 대통령을 지키던또 다른 군인들을 사살하고, 권총으로 저항하던 경호원과대통령을 사살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아주 가난한 나라에서 벌어진 이상한 사건이라고 생각할지모르지만, 당시에 칠레는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고국제적인 위상도 훨씬 높았던,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선진국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통은 중남미 민중정부에 대한 군부의 대응이라표현하기도 하고, 미국의 좋은 대학에서 교육받은 토호들의2세인 이른바 '시카고 보이'들이 군인들과 결탁하여 민중정부를 붕괴시킨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차베스에게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당신은 아옌데처럼 당하면 안 된다"라는 것이라고 한다.어쨌건 바로 그 사건이다. 사건 자체로만 놓고 보면 특별히 지글러가 우리보다 더 많이아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을 지글러는 아옌데가 민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내건 공약 중 하나에서 문제의 발단을 해석하기 시작한다.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 공약을 보통은'포퓰리즘'이라고 치부하지만,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어린이 영양실조라는 문제를 놓고 본다면 어쩌면 절체절명의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을 내건 아옌데는 대통령에당선되었는데, 이 문제에 가장 곤란함을 느꼈던 것이 스위스의다국적기업인 네슬레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일이다. 커피와 우유를 주품목으로 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칠레에서의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경우에는더욱 큰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내건 이 공약이 벽에 부딪힌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데 정부는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결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게 된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지글러의 이러한 설명은 네슬레의 다국적기업 정책과 관련되어있는데, 스위스 내에서의 네슬레의 사회적 이미지와 중남미 국가에서의 네슬레 그리고 심지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네슬레 코리아의 경영방침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식 회사들과 분유회사들이국제 기아문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윤동기와 그 작동방식에대해서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수퍼마켓에서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기농 이유식' 아무 거나 들어서재료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아옌데의 경우에서 생겨났던 문제와우리나라의 음식시장 그리고 또 다른 아프리카에서의 기아들이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상카라의 비극지글러가 이 책에서 독자들의 손을 잡고 만나게 해주는 가장매력적인 인물은 상카라라는 젊은 장교이다. 그는 서아프리카사하단 남단에 위치한 작은 국가인 부르키나파소의젊은 장교였는데, 그와 그의 친구들이 혁명을 일으키기 전만 해도그의 조국은 추장들이 분할통치하는 다민족국가이며 세계적으로어린이 기아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 중의 하나였다.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의 상카라는 『아프리카의 낮은 손』의저자였던 지글러에게 전화를 건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지글러가 구상한 아프리카의 기아 해소책을 실제로 자신의 조국에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심했던 것이다. 상카라를 비롯한4명의 젊은 장교들과 지글러는 어느 작은 집에서 식사를 하며토론을 하게 된다. 서로 친구간이기도 했던 이들 4명의 군인에관한 이야기는 그들 중 한 명인 블레이즈 콤파오레가프랑스 정부 등 외국의 사주를 받고 다른 세 명의 친구를 죽이고자신이 대통령이 된 어느 작은 국가에서 벌어진 눈물나는사건이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상카라의 인두세 폐지와 개간 가능한토지의 국유화 등 개혁정책에 있었는데, 이 같은 정책에 의해부르키나파소는 4년 만에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고한다. 정치부패로 권력을 유지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봉, 토고 등인접국가들에게 이러한 변화가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한프랑스의 일부 세력은 상카라의 개혁정책을 두려워 했다.아프리카가 정말로 자신들의 생산물로 어린이 기아를 해소할 수있을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극심한 기아 속에서 선진국의 원조로삶을 이어갈 것인가의 분기점에 놓였던 시점이바로 이 무렵이었다. "상카라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모양이야. 1987년 9월어느 날 밤에 아빠는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상카라를 우연히 만났어. 상카라는 나라 일로 그곳에 가 있었고,아빠는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던 중이었지. 아빠는그의 숙소인 호텔에서 그와 마주앉아 20년 전 볼리비아의 산중에서살해된 체 게바라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어. 상카라는"살해될 당시 그는 몇 살이었을까요?" 하고 물었고, 아빠는"39세 8개월"이라고 대답했어. 그러자 생각에 잠겨 있던 상카라는"나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요?"라고 하더구나.만일 살아 있었더라면 상카라는 살해된 해 12월에 38세 생일을맞이했을 텐데 말이야." (본문에서) 서른아홉까지 살고 싶었던 상카라의 죽음과 함께 부르키나파소의어린이들에게는 다시 굶주림이 찾아왔고, 서부 아프리카에서의변화는 끝내 찻잔 속의 태풍이 되고 말았다. 거의 비슷한 이유로최대의 기근사태라고 할 수 있는 비극이 소말리아에서 벌어지게되고, 이 사태로 유엔이 지원하는 곡물을 현지의 군벌이 가로채서오히려 세력을 더욱 키우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이런 구조에서유엔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사회적으로 가장 약자들인 어린이들이 구조적 부조리에서제일 먼저 당하게 되는 사회적 사건을 기아라고 할 수 있다.이런 구조적 병폐는 국가 내부의 이유로 발생하기도 하고,국제적 관계 혹은 식민지 유산에서 발생하기도 하며,때로는 국제기구를 둘러싼 권력관계에 의해서오히려 재생산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의 구조악이 발생할 때마다그 이유와 경로는 다양하지만, 부모들이 굶어죽은 아이들을가슴에 묻게 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진다. 지글러의 표현대로"어린이 무덤"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구조적 폭력을상징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지글러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라고할 수 있다.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만으로도전세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생산으로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전세계적 식량과잉의 시대에수많은 어린이 무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연제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도자를 만나고, 그것을 참회록의느낌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현재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지은이는 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이유를 '워싱턴 합의'에서찾고 있다. 이건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승자독식'이라는 이름으로강화된 입시경쟁과 '교육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말도되지 않는 경쟁관계는 바로 '워싱턴 합의'가 그 근본원인이다.IMF 경제위기의 재편과정에서 벌어진 이 같은 승자독식 행태는워싱턴 합의 체제로 더 깊이 들어가려다가 생겨난 일이다. 책을 덮고,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서 과연 지글러처럼학자이며 활동가이며 전문가인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도 등장할 수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아에 대한 그의 고민은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과 자기가 속해 있는작은 우주에 대한 질문 자체이다.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이안고 있는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서른세살에 우리에게'어린이'라는 단어를 남겨주고 세상을 떠나신 소파 방정환 선생은과연 무슨 생각으로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해보게 된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마다 자기 나름의질문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 그 외의 이 책에 대한 관련 기사http://news.jknews.co.kr/article/news/20091128/5709417.htm ------------*책에서 알려주는 첨삭워싱턴 합의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 발전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한 합의를 말한다.냉전 붕괴 이후 미 행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위기에 처한 국가' 또는'체제 이행중인 국가'에 대해 미국식 시장경제를 이식시키자는모종의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은1989년 자신의 글에서 이를 '워싱턴 합의'라고 불렀다. 워싱턴 합의는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 규제 축소△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 △무역 자유화와 시장 개방 △경쟁력 있는 환율제도의 채용 △자본시장 자유화 △관세인하와 과세 영역 확대 △정부예산 삭감△경제 효율화와 소득분배에 대한 정부지출 확대 등을내용으로 한다 *Chranny가 알려주는 간단 참고 -인텔리겐치아: 러시아에서 유래된 단어로, 사회를 대의에 맞게진보시키려고 끊임없이 주창하는 우수한 교육을 받은지식인 계층을 뜻한다. 활동적이기 보다는 이념적 느낌이 강하다.그러한 사회적 계층의 정신적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활동가: activist,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가 실제로 실현되도록직접적으로 노력하는 이들 -포퓰리즘: 선동되기 쉬운 일반 대중을 전면으로 내새운 정치형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아래는 이 책의 소개 리뷰 입니다.
기아에 관한 어느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
학자이며 활동가이며 전문가인 한 사나이의 시선
학자라는 이름은 직업이 아니다. '공부' 혹은 '학문'과 관련된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을 학자라고 부르는데, 이 말에는
다른 직업과 달리 상당히 높은 도덕성과 규율 혹은 용기 같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비겁한 일을 했을 때 "당신도 학자인가?"라는
말은 욕이 되고, 시대가 어두울 때 자신의 행복만 추구했을 때도
"학자라는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조금 복잡하게 표현하면
'인텔리겐치아'에서 '행동하는 지성'과 같은 멋진 수사에
이르기까지 학자들에 대해서 표현하는 말은 다양한데,
어쨋든 단순하게 월급 받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일반 직업과는
다른 특별한 어감을 지닌다. 이 책을 지은 장 지글러는
스위스에서 연구하는 교수이다. 그래서 그는 학자이다.
동시에 그는 유엔기구에서 아동 구호와 식량문제에 관련된 일을
처리하고 대책을 세우고 현장에 직접 파견되어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활동가이다. 활동가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그는 유엔이라는 일종의 국제정부에 해당하는
조직에서 일하는 활동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그곳에서
많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문관이라는 일종의
민간 지원단의 신분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하긴, 기아와 관련된
일을 현장에서 자신의 천명으로 알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소속이 어디인가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그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가서 그곳 어린이들이 최소한의
영양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한된 예산과
부족한 지원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학자이며 동시에 활동가이다.
학자이며 활동가인 사람은 우리 주위에서 적잖게 볼 수 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많은 교수들은 대부분 이러한 정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글러의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그가 교수이고 유엔기구의 고위인사라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과정에서 그 스스로 알게 되고,
보게 된 것들을 일종의 국제적 어린이 기아 문제에 대한
전문가로서 다시 한 번 분류하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탁월한 것이다. 그리 많지 않은 어린이 기아 관련 저술
중에서 내가 아는 한 이 책은 가장 고급의 정보를 담고 있고,
몇 가지 점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한 책이다. 아들과의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현제 기아의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보고 있고,
그런 이득들이 어떻게 재생산되며 더욱더 많은 어린이들을
굶주림으로 내몰고 있는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감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지글러 교수가
이 짧은 책에서 말했던 몇 가지 사례와 그것을 둘러싼
구조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될 북한의 기아문제가 아니더라도 칠레에서 벌어진 일과
네슬레의 관계, 부르키나파소에서 드러난 젊은 혁명가들의
애환, 그리고 국제식량기구의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과정과 같은
얘기들은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사실 지글러만큼 고급정보를 접하면서도
현장에서 상황을 이해한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학자이며 지식인이며 또한 전문가인 사람들은
다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한가운데나 중남미의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하고 분석하고 이것을 전체적인 흐름에서 다시
정리한 사람은 없다. 게다가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거의 초보적 수준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정도의 사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간추릴 능력도 또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이
아니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점들에 대해 그 맥락을 조금
상세하게 소개하고 싶다.
아옌데의 비극
아옌데 사건은 현대 중남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고,
아직 종료되지 않고 현재도 진행중인 일련의 흐름 속에서,
말하자면 토막 중의 가운데 토막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다.
사건만을 놓고 보면 칠레에서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자국 군인들에게 사살된 사건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청와대에 군인이 쳐들어가 대통령을 지키던
또 다른 군인들을 사살하고, 권총으로 저항하던 경호원과
대통령을 사살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아주 가난한 나라에서 벌어진 이상한 사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시에 칠레는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고
국제적인 위상도 훨씬 높았던,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선진국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통은 중남미 민중정부에 대한 군부의 대응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미국의 좋은 대학에서 교육받은 토호들의
2세인 이른바 '시카고 보이'들이 군인들과 결탁하여 민중정부를
붕괴시킨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차베스에게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
"당신은 아옌데처럼 당하면 안 된다"라는 것이라고 한다.
어쨌건 바로 그 사건이다.
사건 자체로만 놓고 보면 특별히 지글러가 우리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을 지글러는
아옌데가 민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내건 공약 중 하나에서 문제의 발단을 해석하기 시작한다.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 공약을 보통은
'포퓰리즘'이라고 치부하지만,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 문제를 놓고 본다면 어쩌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공약을 내건 아옌데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 문제에 가장 곤란함을 느꼈던 것이 스위스의
다국적기업인 네슬레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다. 커피와 우유를 주품목으로 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칠레에서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경우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
내건 이 공약이 벽에 부딪힌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
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데 정부는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
결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지글러의 이러한 설명은 네슬레의 다국적기업 정책과 관련되어
있는데, 스위스 내에서의 네슬레의 사회적 이미지와
중남미 국가에서의 네슬레 그리고 심지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네슬레 코리아의 경영방침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식 회사들과 분유회사들이
국제 기아문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윤동기와 그 작동방식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수퍼마켓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기농 이유식' 아무 거나 들어서
재료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아옌데의 경우에서 생겨났던 문제와
우리나라의 음식시장 그리고 또 다른 아프리카에서의 기아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상카라의 비극
지글러가 이 책에서 독자들의 손을 잡고 만나게 해주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상카라라는 젊은 장교이다. 그는 서아프리카
사하단 남단에 위치한 작은 국가인 부르키나파소의
젊은 장교였는데, 그와 그의 친구들이 혁명을 일으키기 전만 해도
그의 조국은 추장들이 분할통치하는 다민족국가이며 세계적으로
어린이 기아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 중의 하나였다.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의 상카라는 『아프리카의 낮은 손』의
저자였던 지글러에게 전화를 건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지글러가 구상한 아프리카의 기아 해소책을 실제로 자신의 조국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심했던 것이다. 상카라를 비롯한
4명의 젊은 장교들과 지글러는 어느 작은 집에서 식사를 하며
토론을 하게 된다. 서로 친구간이기도 했던 이들 4명의 군인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 중 한 명인 블레이즈 콤파오레가
프랑스 정부 등 외국의 사주를 받고 다른 세 명의 친구를 죽이고
자신이 대통령이 된 어느 작은 국가에서 벌어진 눈물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상카라의 인두세 폐지와 개간 가능한
토지의 국유화 등 개혁정책에 있었는데, 이 같은 정책에 의해
부르키나파소는 4년 만에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정치부패로 권력을 유지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봉, 토고 등
인접국가들에게 이러한 변화가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한
프랑스의 일부 세력은 상카라의 개혁정책을 두려워 했다.
아프리카가 정말로 자신들의 생산물로 어린이 기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극심한 기아 속에서 선진국의 원조로
삶을 이어갈 것인가의 분기점에 놓였던 시점이
바로 이 무렵이었다.
"상카라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모양이야. 1987년 9월
어느 날 밤에 아빠는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상카라를 우연히 만났어. 상카라는 나라 일로 그곳에 가 있었고,
아빠는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던 중이었지. 아빠는
그의 숙소인 호텔에서 그와 마주앉아 20년 전 볼리비아의 산중에서
살해된 체 게바라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어. 상카라는
"살해될 당시 그는 몇 살이었을까요?" 하고 물었고, 아빠는
"39세 8개월"이라고 대답했어. 그러자 생각에 잠겨 있던 상카라는
"나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요?"라고 하더구나.
만일 살아 있었더라면 상카라는 살해된 해 12월에 38세 생일을
맞이했을 텐데 말이야." (본문에서)
서른아홉까지 살고 싶었던 상카라의 죽음과 함께 부르키나파소의
어린이들에게는 다시 굶주림이 찾아왔고, 서부 아프리카에서의
변화는 끝내 찻잔 속의 태풍이 되고 말았다. 거의 비슷한 이유로
최대의 기근사태라고 할 수 있는 비극이 소말리아에서 벌어지게
되고, 이 사태로 유엔이 지원하는 곡물을 현지의 군벌이 가로채서
오히려 세력을 더욱 키우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이런 구조에서
유엔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들인 어린이들이 구조적 부조리에서
제일 먼저 당하게 되는 사회적 사건을 기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병폐는 국가 내부의 이유로 발생하기도 하고,
국제적 관계 혹은 식민지 유산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국제기구를 둘러싼 권력관계에 의해서
오히려 재생산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의 구조악이 발생할 때마다
그 이유와 경로는 다양하지만, 부모들이 굶어죽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게 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진다. 지글러의 표현대로
"어린이 무덤"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구조적 폭력을
상징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지글러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만으로도
전세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생산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전세계적 식량과잉의 시대에
수많은 어린이 무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연
제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도자를 만나고, 그것을 참회록의
느낌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현재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이유를 '워싱턴 합의'에서
찾고 있다. 이건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승자독식'이라는 이름으로
강화된 입시경쟁과 '교육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말도
되지 않는 경쟁관계는 바로 '워싱턴 합의'가 그 근본원인이다.
IMF 경제위기의 재편과정에서 벌어진 이 같은 승자독식 행태는
워싱턴 합의 체제로 더 깊이 들어가려다가 생겨난 일이다.
책을 덮고,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서 과연 지글러처럼
학자이며 활동가이며 전문가인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아에 대한 그의 고민은
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과 자기가 속해 있는
작은 우주에 대한 질문 자체이다.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서른세살에 우리에게
'어린이'라는 단어를 남겨주고 세상을 떠나신 소파 방정환 선생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마다 자기 나름의
질문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
그 외의 이 책에 대한 관련 기사
http://news.jknews.co.kr/article/news/20091128/570941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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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알려주는 첨삭
워싱턴 합의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 발전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한 합의를 말한다.
냉전 붕괴 이후 미 행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위기에 처한 국가' 또는
'체제 이행중인 국가'에 대해 미국식 시장경제를 이식시키자는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은
1989년 자신의 글에서 이를 '워싱턴 합의'라고 불렀다.
워싱턴 합의는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 규제 축소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 철폐 △무역
자유화와 시장 개방 △경쟁력 있는 환율제도의 채용
△자본시장 자유화 △관세인하와 과세 영역 확대 △정부예산 삭감
△경제 효율화와 소득분배에 대한 정부지출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다
*Chranny가 알려주는 간단 참고
-인텔리겐치아: 러시아에서 유래된 단어로, 사회를 대의에 맞게
진보시키려고 끊임없이 주창하는 우수한 교육을 받은
지식인 계층을 뜻한다. 활동적이기 보다는 이념적 느낌이 강하다.
그러한 사회적 계층의 정신적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활동가: activist,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가 실제로 실현되도록
직접적으로 노력하는 이들
-포퓰리즘: 선동되기 쉬운 일반 대중을 전면으로 내새운 정치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