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약자석이 아니어도 앉지않으면 안될까요

희망 하나2009.12.04
조회22,232

가끔 일 지치면 네이트 판에서 머릴 식히는 워킹맘입니다.

어제 지하철에서 자리다툼 하다가 내리면서 머릴 뜯겼다는 친구 이야길 올린 걸 보고, 임신하고 지하철 타고 다니던 것이 생각나서 씁쓸했습니다.

작년 9월, 둘째가 생겼었죠.

기쁘기는 한데, 지하철로 출퇴근할 일을 생각하니 눈 앞이 막막하였습니다.

첫 애 때에도, 입덧보다도 출산의 고통보다도 더 힘든 것이 임신하고 지하철 타는 것이었으니까요.

7호선 철산에서 타서, 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을 환승하여 남부터미널까지 갑니다만..

철산역에서는 대부분 일반석에는 자리가 없고, 노약자석이 1,2곳 비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노약자석에 앉습니다만, 맘은 정말 불편합니다.

음악도 못듣고, 책도 못보며, 잠깐 졸아서도 안됩니다. 배를 좀 내밀고 임산부 표시를 내면서 노약자석이 하나하나 차는 것을 확인하며, 나이드신 분들이 탈 때마다 제발 내 쪽으론 안오길 기도합니다.

드디어, 제 근처에 누군가 섭니다. 그러면, 과연 내가 일어나야 하는지, 옆에 40대 후반이나 50대 분들이 좀 일어나주시지 않을까..살짝 기대합니다.

대부분, 노약자석까지 앉을 정도면 그런 생각 없습니다.

가장 젊은 제가 일어납니다. 그래도...남성역이라도 지나면..몇 정거장 안남았으니 괜찮지만..대림이라든가..아직 한참 가야하는 경우는 ...슬퍼집니다.

일반석이 비어 있는경우는, 정말 아침부터 행복합니다.

좋은 음악도 아가에게 들려 줄 수 있고, 좀 피곤하면 잠깐 눈도 감을 수 있습니다.

가장 나쁜 경우는, 서서 가야 하는 경우지요.

그게 그리 힘드냐..라고 하신다면, 네..제 경우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차라리 걷는 것은 나은데, 가만히 서 있으면 허리가 묵직해 오다가 어꺠도 지끈거리고 드디어 머리가 아프더니 구역질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잠깐 내려서 10분정도 플랫폼의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다시 타고 서서 갑니다.

그래서 임신하면 평소보다 출근을 30분 이상 일찍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앞의 분에게 자리 좀 앙보해 주심 안될까요...가 목구멍까지 나옵니다만..

왜 저 임산부는 노약자석 안가고 여기서 저러고 있을까..재수없다..이런 생각을 할까봐..혹시라도 나의 소중한 아가에게 그 욕이 돌아갈까 두려워 엄마는 참습니다.

다시 내려서 쉬다가 타더라도, 앉아있는 분이 부담 안느끼도록 두꺼운 외투로 배를 가리고 가방을 앞으로 들어서 절대 임산부 티를 안내려고 합니다.

일반석 자리는, 무한경쟁의 세계여서 임산부에게는 상당히 불리합니다.

몸이 민첩하지 못하므로 경쟁에 앞서기는 힘듭니다.

한번은 결혼식을 남편과 가야 하는데, 차로는 너무 정체가 심하고 주차도 불편하여, 지하철이 편리한 위치라서 같이 지하철로 이동한 적이 있습니다.

주말 낮시간이고, 이미 노약자석은 만석이라 남편과 일반석에 섰습니다.

8개월이라서 제법 배가 나왓지만..그냥 서 있습니다. 저도 전혀 기대없습니다.

그런데..제 앞쪽의 자리가 났습니다. 옆의 10대 후반이나 20대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바로 앉습니다. 그리곤, 만화책을 꺼내고 아이팟도 꺼내서 이어폰으로 귀를 막습니다.

남편이 어이없는지, 아주 화가 나서 한마디 할려는 기색이더군요. 제가 옆에서 찔렀습니다. 원래 이런거라고.

괜히 아기가 욕먹는거 싫다고. 같이 내려서 그러더군요..뻔히 임부인 줄 알텐데..그리고 임부앞에 자리가 빈 것인데..아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저럴 수가 있냐고.

네. 항상 저렇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일반석은 무한경쟁이며, 임부든 장애인이든 못이기면 물러나야 합니다. 싫으면, 자가용 타고 다니거나 택시 타고 다녀야 합니다. 그냥 노약자석으로 가라..하겠죠.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그 자리는, 노석입니다. 나이가 차지 못하면 아무리 약자라도 기회는 없습니다.

실제로, 노약자석에 있던 만삭의 임산부도 쫒겨나고 자다가 코도 비틀립니다.

저도, 7개월에..노인분이 앞에 섰습니다만..남성역이 기니까 거기서 양보해야지..하고 있다가..그리 힘드냐..요즘 젊은 것을은 엄살이 심하다..옛날에는 만삭까지 밭일하고 애 낳고 다시 김맷다는 둥..별 소리 다 들었습니다.

수술하여 다리에 철심넣은 젊은 장애인이, 오래 서 있을 수 없어 노약자석 앉았다가 봉변당하여 장애인 수첩을 꺼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업무로, 가끔 독일이나 일본으로 출장을 갑니다만..대한민국보다 먹고 살기가 좀 나아서인지..여유가 있어서인지..일반석이라도 좀 기운이 있는 분들은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주 만원인 경우를 제외하면, 항상 자리 1,2개는 비어 있습니다.

그런, 사회적 배려가 참 부럽습니다.

 

자리 뺏기고 엉덩방아 찧은 것이 분하고 억울하여 앉았던 분 정강이를 차고 내렸다는 여자분..그 정도 기운이면..좀 서서가면 안될까요?

엄청난 투지로 거의 남이 앉을 뻔한 자리를 차지하고, 정강이 맞고 도망치던 사람 잡아서 머리채 잡았다던 분, 그 기운이면 좀 서서가도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지하철 방송에서 초기임산부에게도 양보하자..란 말이 나오지만..글쎄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먼저인 듯 합니다.

제발 젊은 분들, 노약자석은 비어도 앉지 맙시다.

그리고..일반석이라도 특별히 피곤하거나 아프고 그렇지 않다면..혹시 표 못내고 힘들어 할 임산부나 장애자, 또는 그날 유난히 몸이 안좋은 사람을 위하여 앉지않고 서서가는 배려가 그립습니다.

 

그리고...아기낳았지만 아직 배가 안들어가서..자리양보 해 주셧던 아저씨!

빨리 배를 넣어야지 큰일이군! 하고 걱정하며, 거절했지만 눈물나게 감사했습니다.

왜 저런 친절한 분을 임신하고 다닐 때 못만났을까..잠시 안타까웟습니다.

그래도..다음 번에는...그런 일로 쑥스러워하거나 맘에 두지 마시고, 진짜 임산부들에게도 양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