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아저씨의 분노

셰브첸섭2009.12.05
조회418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 구미에 살고있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저는 올해 스물네살이구요.. 소개할글은 택시 기사님의 분노입니다.

 

때는 2009년 2월의 어느 토요일

 

여느때와 다름없이 회사에서 시달린 후 어렵게 퇴근을 하고

 

동네의 작은 세차장에서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저의 애마를 열심히 목욕시키고 있는 도중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회사의 친한 선배였는데요..

 

또다른 절친한 선배들 세분이 택시를 타고 이동중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걸 어째야 하나,, 다행히도 집 근처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세차를 하는둥 마는둥

 

마무리 지은 후에 병원으로 갔습니다. 다행히도 선배들은 특별히 다친곳은 없던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자만 세명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저도 남자라고.. 그냥 넘어가긴 쫌 그렇더라구요.. ㅎㅎ

 

저도 택시를 타고가다 접촉사고가 나본 이력이 있었기에.. 아는만큼 수습(?)을 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선 가해자측이 가입되어있는 보험회사로 연락하고.. 택시기사님께도 연락 드리고...

 

근데 이때 택시기사님의 목소리가 좋지 않으시더라구요... 사고가 나서 그러시나 보다 생각을 하고

 

선배들이 특별히 아픈곳은 없어 입원은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회사를 가기 싫어하는 선배들모습에,,

 

저도 모르게 그만 입원을 추천해버렸습니다. 제가 봤을땐 나일론환자였지만..

 

조금이라도 아프다고 하는데 어떻하겠습니까? ㅎㅎ 입원을 시킨 후 병실에서 열심히 노가리를 까던 중

 

한 선배가 걱정을 하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선배 : "현섭아 우리 입원한거 택시기사님은 알고 계셔야 되지 않아?"

 

귀가 얇은 전... 그말을 듣고 바로 맞장구를 치고야 말았습니다.

본인 : "그렇겠죠? 그래도 같은배를 탄 한 편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선배들이 전화하긴 껄끄러우실테니 제가 한번 더 전화 해 드릴께요."

 

오지랖이 넓어서 문제였습니다..........................

 

택시 기사님 전화번호를 다시 받고 난 후 조용한 곳으로 나가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수차례 전화를 드린 후에야 받으신 전화..

택시기사님 : "왜 자꾸 전화 거는거유?"

 

본인 : "아.. 드릴말씀이 있어서 전화 드렸심돠.. "

 

택시기사님 : "내캉 무슨 할말이 있는교?" (상당히 까칠했던 목소리)

 

이때부터 택시기사님 혈압 게이지는 상승 되고 있었던 겁니다.

본인 : "다름이 아니라요 오늘 사고났던 승객 세분이 입원해서 알고나 계시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이순간 택시 기사님이 흥분을 하셔서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택시기사님 : "아니.. 그래서 나보고 어쩌란거요? 이양반이 진짜 웃긴 양반이네.. 협박하는거야 뭐야?"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전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어서 말이죠..

본인 : "아니 그게 아니라.. 같은 차량을 탄 피해자가 입원을 했는데 알고 계시라고 전화 드린겁니다.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오해 마세요.. 그렇게 화를 내시면 안되죠~"

 

저는 평소에도 낭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이때 역시 낭창하게 기사님의 말에 대꾸했는데요..

기사님은 저의 그런 낭창함에 폭팔 해버리셨습니다..

택시기사님 : "야이 새키야.. 너 뭐야? 피해자? 피해자 좋아하시네.. 니네들이 어떻게 피해자야? 새키야.. 피해자는 나라고.. 어따대고 피해자래? 나랑한번 해보자는거야? 나이도 어린새끼가 버릇없이.. 너 지금 어디야? 내 당장 그리로 갈테니.. 이런 개xx가 눈에 뷔는게없나?"

 

본인 : "아니 우리가 왜 피해자가 아니야? 당신 뭐야?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하나? 이양반이 진짜 그렇게 말하지말고 그런식으로 살지마"(실제론 저도 엄청난 욕을..)

 

그때, 기사님은 소리치셨습니다. 분노에 찬 목소리.. 우당탕탕 소리(아마 밥상이었을듯)와 함께 던지신 한마디

택시기사님 : "야 이 새끼야 너 어디 구씨(氏)야?????????????????????.."

 

 

"야 이 새끼야 너 어디 구씨(氏)야?????????????????????.."

"야 이 새끼야 너 어디 구씨(氏)야?????????????????????.."

"야 이 새끼야 너 어디 구씨(氏)야?????????????????????.."

"야 이 새끼야 너 어디 구씨(氏)야????????????.."

 

어이가 없었습니다. 순간 저는 이왕 이렇게 된거 흔들리지 않고 특유의 낭창함으로 밀어붙이기로 했죠

본인 : "왜그래요 아저씨 나 최씨여.. 최씨.. xx최씨 xx파 36세손이라구요~~ 뭘보고 구씨래?"

 

그때 기사님의 한마디..

택시기사님 : "최씨? 최씨 좋아하네.. 이자슥아 내 전화기에는 니 이름이 뜬다고... 임마 내 폰이 어떤 폰인데.. 삼성 애니콜이여.. 돈이 이자슥아 60만원 짜린데 그런거 안뜨는줄 아냐 이놈아~"

 

그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말인지...??????? 전 분명 최씨인데 말이죠.. ㄷㄷ

 

그때 제 머리속으로 번뜩하며 지나간 생각...!!

 

2009년 2월엔 K방송국의 풀보다 남자 라는 드라마가 유행했었는데요...

 

거기의 주인공이 아마 '구준표'씨였죠? 핸드폰의 부가 서비스 기능중에서 S사의 기능인데 제가 설정한 애칭

을 상대방 폰에 띄워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바로 그 서비스의 애칭으로 제가 "구준표"라는 닉네임을 설정하고

다녔는데요..(실제로는 슈렉)ㅎㅎㅎㅎㅎ 아마 그걸 보시고 기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아무튼 기사님의 그 말씀에 전 전투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뒤집어 졌답니다.

 

그렇게 된 이상 장난이나 한번 더 쳐보려고 했던 말..

본인 : "(다 알면서..)헐.. 정말이에요? 아저씨.. 정말 이름이 떠요?"

 

택시기사님 : "그래 이놈아 이제 슬슬 겁이나지?"

 

본인 : "힝.. 아저씨 욕한건 죄송해요.. 화가나서 그랬어요.. 용서해주세요"

 

택시기사님 :(주도권을 쥐셔서 기분이 좋으셨는지) "너 같은놈은 족보에서 한번 빠져봐야해..

어디구씨야? 빨리말해!!!!!!!!!!!!"

 

본인 :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교?  휴.. 그렇다면 할수 없지.. 전 아저씨 말대로 구준표 맞구요..

 진평(제가사는곳)구씨 입니다."

 

택시기사님 : "진평? 이자슥 내 지금 연락해가 족보 파라(삭제란뜻?) 칼테이깐에.. 기다려라.."

 

본인 : "그러실 필요 없어요.. 진평구씨는 제가 시조니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택시기사님 : "이새끼 날 가지고 장난을쳐?? 어디야? 빨리말해 오늘 디져보자"

 

본인 : "ㅋㅋ 구미요.."

 

끝까지 낭창하게 장난을 쳐 버리는 제 목소리에 아저씨는 극도로 흥분을 하시면서 전화를 끊어 버리셨습니다. 무협소설의 한 글귀를 빌리자면 '주화입마' 상태에 빠지신건 아니셨는지...

 

아무튼 그 이후론 기사님과 연락이 되지 않더군요.. 저의 절친한 선배들은 아픈곳(?)의 치료를 마치고 일주일만에 퇴원을 함으로써 사건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가끔 생각이 납니다. 가끔 택시를 탈때.. 이분이 그분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길면 길고 짧으면 짧을 10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택시기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네요..

아들뻘인 제가 아버지뻘인 기사님께 버릇없게 험한 말을 하여 기분 상하시게 한점 말입니다...(아저씨도 솔찍히 그러시면 안되요~~) 서로의 입장이 달라 오해가 생긴 사건.. 제인생에 있어서 한수 배운 사건이었습니다.

기사님, 사고가 난 선배 세분, 사고 통보해주신 선배, 사고차량의 가해자분.. 모든분들이 다가오는 2010년엔 행복한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허접한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