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동 할머님의 단돈 5천원의 하루

Mr.참새200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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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이 있어 가는 길에

안산 원곡동에 있는

외국인 마을을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 할머님을 뵈었습니다.

 

 

 

 

 

시장 한복판을

힘드신 몸으로

리어카를 천천히 끌고 가시는 할머님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여느 파지를 주우시는 할머님 할아버님과 달리

할머님의 리어카 안에는

조그마한 과자상자들 몇가지들만 담아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파지 얼마 담기지 못한 리어카를

버겁게 끌고 다니시는 할머님의 뒷모습이

자꾸만 제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추운겨울에

힘들게 일하시는 할머님을 보니

돌아가신 할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추운겨울에도 손주인 저에게 얼마 안되지만

차곡차곡 모아서 주머니에 꼬깃꼬깃넣어둔 돈을

꼭 직접 제 손에 쥐어주시던

우리 할머님이 생각났습니다.

 

길을 가다 문득 슈퍼가 보여

따뜻한 음료라도 드리고 싶어서 하나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할머님께서 싫어하시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용기내어 따뜻한 음료와 함께

말을 건내보았습니다.

 

 

할머님께서는 허리가 굽으셔서 앞을 잘 안보고 다니셨지만

제 목소리에 천천히 얼굴을 들어

제 얼굴을 보시더니

웃으시면서 "고마우이~" 라고 말하시면

따뜻한 음료를 받으시곤 다시금 발걸음을 떼셨습니다.

 

 

한시라도 파지 하나 더 주우셔야 한다며

받으시기만 하고 다시 버겁게 리어카를 끌고가시는 모습에

 

할머님께  조금만 쉬었다 가시라고

할머님 팔을 붙잡고 손주처럼 아양을 떨어보았습니다.

 

할머님 웃으시면서 그제서야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뚜껑을 열어서 드렸는데

잠시 생각에 잠기신듯 가만히 계시더니

 

 

 

할머님께서는 

목이 타신건지

허기가 지신건지

 

음료를 벌컥 들이키시더니

 

 

 

그저 '너무 고맙다고 고맙다고'

그 한마디만

남긴채

다시 리어카를 밀며 길을 떠나십니다.

 

저는 " 할머님 국밥 한그릇 같이 드시고 가요~" 라고 말씀드렸지만

할머님은 극구 손사래치시며 아니라고 하시고는 다시 떠나십니다... 

 

 

 

저는 다시 일을 보기 위해

제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가다

맛있는 냄새와 함께 하얀연기가 나는

만두집이 보였습니다.

문득 할머님이 생각나

만두를 부랴부랴 샀습니다.

 

 

 

다행히 할머님께서

발걸음이 느리셔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서 할머님을 다시 뵐 수 있었습니다.

 

 

할머님께서 조금 지치셨는지

자리에 앉아 쉬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가가 할머님께 웃으면서

"할머님 점심 안드셨죠^^

 할머님 드시라고 만두사왔어요~"

라고 했더니 할머님께서 처음에는

뭐하러 자꾸 쫒아와~ 하고 호통을 치시지만

 

저는 " 우리 할머니 같아서요~^^" 라고 웃으며

손주처럼 다가가 옆에 앉아서 만두를 드렸더니

그제서야 웃으시면서

"그럼 같이 먹어~" 하면서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약속도 잊은 채

할머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원곡동에 사시는 할머님은 연세가 78세 이십니다.

할머님께서는 10년 전 이곳 안산원곡동 외국인마을에 오셔서

현재 54세 이신 미혼의 큰아들과 함께 사신답니다.

그 아들마저도 공장에서 월급을 못받아 차마 어머님 얼굴을 뵐 낫이 없다며

들어오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시랍니다...

 

 

할머님께서는 월세 20만원을 내기위해

이렇게 나와 파지를 주으신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그나마 여기는 방세가 싸서 살만하다며

10년 전에 서울에서 사실때보다는 나으시다고 하십니다.

 

 

1Kg에 100원...

하루에 많이 벌어도 5천원 정도 벌으신답니다.

그 5천원도 사실 그렇게 받지 못하는 걸

할머님의 사정이 딱해 그렇게 드리는 거라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할머님의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파지를 주으셔야 겨우

하루 5천원을 벌을 수 있으시고,

 

그것도 비가오거나 날씨가 궂은날에는

리어카를 끌지도 못하고

 

요새는 외국인 거주자들도 너도나도 파지를 주워  쉽게 파지를 주으시기도 힘드시답니다.

 

10년 전에는 인심좋은 마을이여서

동네서 쌀도 주고  파지도 모아놨다가 할머님 드리고 그러셨다는데

지금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이후로 

파지들도 모아놨다가 자기네 나라사람들한테만 주고

인심도 세월이 지나니

변한 듯

씁쓸한 한숨만 내쉬는 할머님...

 

 

할머님께서는 그동안 본인의 담아두신 속얘기들을 하나 둘 꺼내놓으셨습니다.

큰아들의 사연

할아버님과의 추억

할머님의 지난 세월 이야기들을 하나 둘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이야기 하다가도

한번씩 그때의 생각에 잠기신 듯

먼 하늘한번 쳐다보시기도 하시고...

 

 

할머님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워

도와드리고 싶어

할머님의 성함과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극구 안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뭐하는 양반인데

참 고맙다고 고맙다고 만 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돈을 많이써서 어떻하냐고

늙은이한테 뭐하러 이렇게 돈을 쓰냐고 뭐라 하십니다.

 

저는 할머님께 "할머님... 괜찮아요  만두랑 저거랑 얼마 안해요.."

 

그리고 말해놓고는 너무나 후회가 들었습니다.

 

만두와 음료수 5천원

할머님 하루종일 리어카 끌으셔서 버시는 돈 5천원...

 

 

 

 

할머님께서는 "그래도 늙은이한테는 많이쓴거야"라며 다그치시고는

다시한번 고맙다고 하시기에

 

저는 할머님   "혹시 집에 할머님 사진있으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할머님께서는 본인의 사진을 다 찢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한장 찍어달라고 하십니다.

 

 

 


"할머님  웃으세요~"

 

그래도 할머님이 웃질 않으시기에

 

저는 할머님 입가에 

아까 먹은 김치만두때문에 묻은 것을

떼어드리면서

 

"이렇게 고우신데 웃으셔요~"

 

라고 말하자 할머님께서

 

 

 

 

 

 

방긋 웃으십니다.

정말 저렇게 웃으시니

할머님의 고운 얼굴이 더 고와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머님의 차가운 손에

따뜻한 음료 하나 쥐어드리고는

넌지시

손을 붙잡아 드렸습니다.

 

어렸을 적 저의 할머님께서

저에게 저렇게 손을 붙잡아주셨던 생각에

 

지금은 이렇게 제가  한 할머님의 차가운 손을 붙잡아드릴 수있다는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저의 할머님께서 너무나 좋아하시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그리고는 기도를 해드렸습니다.

 

' 하나님...

우리 원곡동 할머님을 보살펴주세요. 저에게 주신 그 복을 할머님께도 주세요.."

라고..기도드리고는

 

 

 

할머님께서는 덕분에 잘먹고 간다며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떼셨습니다.

 

할머님의 주소와 성함은 결국 알지 못했지만

다시금 이 동네에 오면 꼭 할머님을 뵐 수 있을 것같아

나중에 다시 만나면 할머님께  꼭 국밥 한그릇 대접해드리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다시 붙잡지 않고 보내드렸습니다.

 

 

 

 

 

이 추운겨울

어딜가나 파지를 줍는 할머님 ,할아버님을 많이 뵐 수 있지만

정작 그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나니

 

풍요로움 속에 있으면서도 부족해하며 사는 제가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원곡동 할머님~

꼭 평안한 삶이 되시길 기도할게요.

 

 

 

 

 

 

 

 

Photographed by Mr.참새 @ 원곡동 할머님 [단돈 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