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광대처럼, 때로는 비련의 주인공처럼 > #01. 작전개시

쌈박한부산처자2009.12.11
조회212

따가운 햇살에 짜증이 밀려 올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아진은 무거운 눈을 떴다.

창문을 보며 괜한 짜증섞인 눈초리를 보냈지만, 창문이 무슨 죄인가...

커튼을 열어놓고 잔 그녀의 잘못이 더 크다면 큰것을... 하여간 그녀는 뒷손이 없다면

없는게 탈이었다. 전날 그나마 포장마차 주인언니 덕분에 과음은 아슬아슬하게 피해간지라 두통은 크게 없었지만, 그래도 바짝 타들어가는 목까지는 어떻게 할수가 없었나보다. 옷가지들과 여러가지 살림살이가 너저분하게 늘어져있는 바닥을 보고 살짝 치워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그것보다는 우선 더 급한게 물이었다. 우선 물부터 마셔야지.

 

 

 

" 어라.. 물이 없네... ? "

 

 

 

냉장고에 물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간파한 아진은 뒤늦은 후회를 했다.

미리미리 장을 봐 두었다면 정작필요할때 물을 못마실 일은 없었을거야 하는 후회.

참으로 난감했다. 물 하나만 내려가서 사오기엔 나중에 다시 장을 보러 나가야 하는 수고를 한번더 해야 하고, 그럴려면 또 씻고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어찌 귀찮지 않을수 있을까 ? 하지만 그것보다는 밝은 날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 싫었다.

 

 

 

" 젠장... 너무 일찍 일어났어 !  "

 

 

 

'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띠띠띠띠띠띠띵동 ~ '

 

 

 

절대 예사로운 초인종 소리가 아니였다. 아진은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며 설마설마하는 생각에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미간에 주름이 잡힐정도로 현관문만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 잠도 덜 깬 상태에서, 그것도 누군가 집으로 찾아오는걸 아주 싫어하는 아진인데,

그걸 모르는 친구도 없는상태에서 어떤 개념없는 인간이 이시간에 죽음을 불사하고 찾아왔단 말인가 ?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아진이였다. 혹시나 아는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다짐을하고 현관문앞에서서 말했다.

 

 

 

 

" 누구세요. "

 

" 아~지~이~인~아~아~아 !!!!!!!! 문열어 이 음침한 계집애야 !!!!!!!! "

 

 

 

아진은 생각했다. ' 올것이 왔구나 !' 

그런데 왜 하필 오늘 이 정신못차리는 강아지 같은 계집애가 찾아왔는지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의 그딴 영양가 없는 생각은 할 필요도 없어!' 라고 말하듯이 강아지 같은 그여자는 귀에 거슬리는 강도를떠나 이제는 아예 초인종이 떨어져 나갈듯이 반복해서 눌러대기 시작했다.

거기에 고함소리는 원플러스 원 사은품처럼 추가해서 말이다.

 

 

 

 

" 야 !! 이 아 진 !!! 이 음침한 계집애야 !! 얼른 문이나 열어 !!! 나 무거워 죽겠다고 ! "

 

 

" 시끄러워 이 지지배야 ! 조용히 입다물지 않으면 문 열어주는걸 떠나서 경비 부른다! "

 

 

" 경비 부르던가 말던가 ! 도도한 척 굴지말고 이 망할놈의 문이나 열어 ! 얼른 ! "

 

 

 

 

아진은 생각했다. 역시 이 녀석은 씨알도 안먹히는 소위 말하는 계집 년 이었다는 것을.

잠금장치를 해지하고 문을열자마자 아진의 친구는 뭐가 그렇게 화가났는지 씩씩대면서 무언가 묵직한걸 들고 들어왔다. 아진의 친구는 쇼핑백 하나를 아진에게 떠밀듯이 주고는 , 제일 무거워 보이는 체크무늬 가방을 낑낑대면서 들고 들어갔다. 

 

 

 

 

" 너 이시간엔 무슨일이야 ? "

 

 

" 넌 여자애가 몰골이 그게 뭐니 ? 그리고 내가 너 보고싶어서 여기 왔을거라 생각해? "

 

 

" 여긴 내 집이라구. 내집에서 내가 무슨 공주처럼 꾸미고 있어야할 이유라도 있냐? "

 

 

" 그래서 넌 안되. 그건 그렇고 거기 멀뚱멀뚱 서 있지말고 얼른 와서 손에 들고 있는 그거나 좀 풀어놔 "

 

 

 

 

남들이 들으면 오랜만에 본 사람들 입에서 나올 법 한 정겨운 대화는 아니였다.

하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두사람에게 그건 그리 신경쓸만한 부분은 아니였다.

어떻게 보면 친하지 않은것처럼 그저 아는 친구처럼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알고보면 이들 사이는 왠만한 남자들 우정은 저리가라 할정도로 돈독했고, 서로를 가장 잘 알면서 서로를 가장 아꼈다. 두 사람다 표현에 서툰 사람들인지라 그것이 겉으로 들어나지만 않았지, 누구보다도 친자매같은 두사람이었다.

 

 

 

명품가방을 쓰레기 통에 꽉찬 종량제 봉투 투척하듯이, 소파에 집어던져 놓은 친구는

낑낑대면서 들고왔을 상당한 크기의 체크무늬 가방을 명품가방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조심조심 소파위에 두었다. 그리고는 상상할수 없을정도로 손발이 오그라들법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아가야 ~ 좁은 곳 에 갇혀 있는다고 힘들었지 ? 어머어머 어떻하니 ~ 이제 나오자 ? "

 

 

 

 

 

 

아가야 ? 아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잘못들은거 같지만 아니였다.

친구는 감질맛 나는 목소리로 불러댔던 아가야를 가방에서 꺼내 품속에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고양이 였다. !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떠봐도 친구의 품속에 있는건 다름아닌 고양이였다. 정말 고양이가 확실했다. 아진은 순간 설마 저 녀석을 자신이 데리고 있어야 하는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했다. 하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니까... 생각이 현실이 될까 두려워 얼른 그런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려고 애썼다.

 

 

 

 

 

" 너... 너너 !! 그거 뭐야 !!! "

 

 

" 뭐긴 뭐야. 고양이지. 고양이 처음 봐 ? "

 

 

" 누가 그게 고양이인지 몰라서 묻는줄 알아 !? "

 

 

" 난 또 니가 몰라서 묻는줄 알았지. "

 

 

"  유 소라 !!!!!!!!! "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에 아진은 그대로 부시시한 머리통을 부여 잡았다.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계집애였다. 당장이라도 내 쫒고 싶은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내 포기하고 자리에 앉을수 밖에 없었다. 친구의 입에선 살벌함이 물씬 담겨있는, 흔히 말하는 썩소라 불리는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저 썩소를 지을땐 아진도 소라를 결코 감당해 낼수 없었다. 저 미소인 즉슨 무슨 일이든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아니 각오.. 그리고 반 협박이 내제 되어 있는 웃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저럴때는 그냥 그 순간만큼은 소라의 말을 들어줘야 했다. 뒤늦게 도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나중에 도망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안정된 아진은 그제서야 고양이의 생김새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아진 생각에 고양이들은 자고로 대한민국 골목을 책임지고있는 도둑고양이들이 고양이 생김새의 전부라고 치부해왔다. 하지만 지금 아진 눈앞에서 야옹 거리고 있는 저녀석은 집근처에서 봐왔던 도둑고양이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생겼다. 전체적으로 크림색에 가까운 털을 가졌지만 귀와 입 부분이 초콜렛 색을 띄었다. 거기다가 발에는 무슨 양말을 신은것처럼 그 부분에만 털이 하얗게 나있었다.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진의 눈에도 예뻐보였을만큼 고양이는 충분히 귀엽게 생겼다.

 

 

 

 

 

 

" 그 고양이는 어디서 주워 온거냐 ? "

 

 

" 주워왔다니 !! 너보다 이녀석이 더 귀하신 몸이야 ! "

 

 

" 유소라 ! 어디다가 사람과 고양이를 비교해 ! 비교하길 !!!! "

 

 

" 난 틀린말 한적없다. 이녀석이 얼마나 귀한 품종인지 알아? "

 

 

" 귀한 품종이든 흔한 품종이든 ! 난 관심없어. "

 

 

" 흥. 이녀석은 버어만이라는 품종이야. 성격도 온순하고 생김새도 예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 녀석인줄 아니 ? 너보다 인기가 더 많다는것만 알면 되. "

 

 

" 거기서 왜 내 이야기가 나오는거냐... "

 

 

" 그거야 이녀석이 너보다 훨씬 더 낳으니까 "

 

 

" 이제 보자보자 하니까...  그 고양이데리고 얼른 나가 !!! "

 

 

" 실은 부탁할께 있어서, 너랑 이야기 하러 왔어. "

 

 

 

 

갑자기 소라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는 이야기가 길어질것을 생각해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를 살며시 바닥에 내려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작전개시 해야할거 같아. 이번에도 신세좀 질께 도와줘 "

 

 

 

소라는 흔히 말하는 소위 부자집 아가씨였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어느순간 급 상새를 타기 시작하면서 점점 사업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 얼마되지 않아 대기업 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된것이다. 거기에 힘입어 어머니가 하고있던 한복디자이너 일 까지 주목받게 되면서 어머니도 알아주는 한복 디자이너가 되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함을 추구하는 소라에게 이 모든것은 자기에게 부담이고 짐이였고 부정하고 싶은 배경이었다. 배부른 소리한다고 주변에서 욕할지도 모르지만, 자신과는 다른 집안 배경탓에 소라는 어릴적부터 남에게 많은 상처를 받고 자라왔다. 흔히 말하는 이용이라 생각하는게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보니 이성을만나도 소라보다는 소라의 배경에 눈이 멀어 접근하는 남자가 백이면 백이었고, 집안도 그러하다보니 소라의 나이가 결혼 적령기에 들면서 수많은 혼사가 봇물터지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소라의 성격상 집안에서 하라는 결혼을 순순히 곱게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차라리 지나가는 강아지와 평생 살림차리고 살라고 하면 살았지 뻔히 눈에 보이는 속물들과 평생을 살고싶은마음은 꿈에도 없는것이다.

 

 

소라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 작전을 실행하기 앞서, 완벽한 나의 작전을 위해 당분간만 이 귀여운 아가와 내가 너희집에서 머물러 줄까해. "

 

 

 

" 난 그 작전에 동참하겠다는 말 한적없는거 같은데 ? "

 

 

 

" 아니  어쩔수 없이 동참하게 될거야. 왜냐면 넌 내 친구니까. "

 

 

 

" 지금 그소리는 그 고양이랑 니가 우리집에서 당분간 지내야겠다. 이거잖아 ! "

 

 

 

" 응 "

 

 

 

" 그럼 설마 이 쇼핑백안에 든게 내 선물이 아니라 저녀석 살림살이냐 ? "

 

 

 

" 응 "

 

 

 

 

너무나도 당연하다는듯이 나오는 소라의 태도에 아진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나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데, 그 고양이를 어떻게 기르라는거야 ? "

 

 

 

" 너보고 키우라고 한적없어. 내가 데리고 왔으니까 이녀석은 내 관할이야. "

 

 

 

결국 너무나도 완고하게 나오는 소라를 이기지 못한 아진의 완패였다.

속에서 열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에 아진은 냉장고문을 열어 마실걸 찾아봤지만, 없다는걸 속이 텅 빈 냉장고를 다시한번 두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깨닳았다.

' 물 사러 가야 하는걸 저녀석 때문에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결국 아쉬운대로 수돗물이라도 마셔야 했다. 머그컵에 수돗물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나니 속이 그래도 좀 식는 기분이었다.

 

 

그걸 지켜보던 소라가 아진에게 말했다.

 

 

" 이번엔 상대가 만만치 않아. 니 도움이 필요해"

 

 

 

" 설마... 전에 했던 그짓을 지금 나보고 또 하라는거냐 ? "

 

 

 

" 제발~ 응 ? 이번이 마지막이야 ! 제발 부탁할께. 아진아. "

 

 

 

" 안되. 그때도 마지막이라고 해놓고선, 지금와서 또 이렇게 부탁하고 있잖아 ! "

 

 

 

" 박인하 그인간 내가 찾아줄께. "

 

 

 

" !!!!!!!!!!!!!!!!!! "

 

 

 

 

" 내가 찾아주겠다고. "

 

 

 

 

 

 

 

 

순간 아진의 손에 들려있던 머그컵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둔탁한 마찰음을 일으켰다.

그 와 동시에 아진의 마음속은 알수없는 감정들로 미친듯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아직도 부산엔 비가내리고 있네요.

 

이런날은 따뜻한 수제비가 생각나는데, 지금 새벽시간이라 먹기가 좀 그렇군요. ;;;;

그래서 아쉬우나마 따뜻한 커피를 홀짝홀짝대고 있는 부산처녀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늘어나는건 망년회 약속들뿐이네요.

그에 비하면 저의 지갑은 점점 살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애타는 주인의 마음을 지갑속 머니들은 알고있을까요 ? ㅎㅎㅎㅎ

 

 

오늘도 글을 읽어주실 분들을 생각하면서 머리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여러가지 미흡한 점이 많이 보이더라도 재미려니~하고 읽어주세요.

 

 

부산처녀는 오늘도 ~

힘들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속에서 하루하루 화이팅을 외칩니다.

 

 

여러분도 화이팅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