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Die Buchse Der Pandora, 1929)

zerojoo9920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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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 드라마 / 110분 / 감독: 게오르그 윌헴 팝스트

  (★★★★★)

      

  1929년 무렵 당시 '팝스트'의 영화 <판도라의 상자 Die Büchse derPandora-Variationen auf das Thema Frank Wedekinds “Lulu”>는 다양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그 비판의 핵심은 '베데킨트'의 원작을 전혀 다르게 변형한 데서 원인이 되고 있다.'팝스트'의 영화적 각색은 결코 원작에 충실한 것은 아니며, 원작 중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만이 취사선택되어 영화로 만들어진다.

  원작에서 나타나는 거침없는 대사들의 극적인 요소들은 영화에서는 사건 전개를 위해 필요한 언어들로 축소되었다.그 때문에 영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데, “본질이 사라진 영화, 베데킨트가 없는 영화”  라는 비판이 가해지기도 했으며, “영화 전체가 심각하게 잘못 만들어졌을뿐만 아니라, 각색은 전적으로 왜곡되었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팝스트'는 '베데킨트'의 2부작 지령과 판도라의 상자 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 및 스토리들을 전혀 새롭게 재구성한다.

  1929년 작인 <판도라의 상자>는 '프랑크 베데킨트'의 연작 희곡 <대지의 정령>과 <판도라의 상자>를 각색한 '무성 멜로드라마'의 걸작으로 신문사 사장인 '쇤 박사'는 정부인 '룰루'에게 호화로운 아파트를 마련해준 한편, 내무부 장관의 딸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박사의 내연관계를 알게 된 장관은 결혼을 허락하지 않고, 욕심 많고 어린애 같은 '룰루' 또한 장관의 딸을 포기하고 자신과 결혼하라고 조른다. 결국 '쇤 박사'는 어쩔 수 없이 '룰루'와 결혼하기로 하는데, 결혼식 당일 그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모든 하객들이 '룰루'와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격분한 박사는 권총을 휘두르며 하객들을 쫓아낸 후 '룰루'에게 동반자살을 권한다. 그러나 '룰루'는 박사를 쏜 후 프랑스를 거쳐 런던까지 도망가게 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천진함과 음란함을 동시에 지니고 남자들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유혹적인 여성을 통해 가부장적인 남성의 판타지를 보여주고 있는 영화로 할리우드의 무성영화 스타 '루이즈 브룩스'가 주연을 맡아 두려우면서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팜므파탈의 매력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문학원작을 각색한 영화를 그 원작과 비교한다는 것은 곧 ‘문학의 영화화’ 과정에서 발견되는 이야기의 변형이 문자와 영상이라는 각 장르에서 서로 어떻게 다르게자리매김되고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가를 관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데킨트'가자신의 드라마에서 주제화한 바를 감독 '팝스트'가 영화이미지로 새롭게 형상화하는작업은 독자이자 관객에게는 새로운 의식의 지평과 확장을 만끽하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