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실화] 구속 심한 남자 vs 마냥 착한 남자

나쁜년못된년2009.12.16
조회1,726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읽기 쉬운 글이니 식은죽 먹듯이 후루룩 읽어주세요. 부탁드려요.

저를 나쁜년 못된년 미친년이라고 욕하셔도 좋아요. 달게 욕 먹을 각오하고 있어요. 저도 아니까요.

욕하셔도 좋으니 따끔한 질책도 좋고, 현명한 조언도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29살 직딩녀입니다.

 

전에 오래 사귀었던 남자의 어머님이 저를 달가워하지 않으셔서(집안이 좀...큰 종합병원 하나랑 입시학원들을 몇개 운영하는 꽤 도도한 집안. 남친이랑 같이 있을 땐 웃으면서 잘해주시다가 나중에 따로 만났을 때는 저 때문에 남자의 인생이 가로막히는 게 진정 네가 원하는 거냐며, 결혼하게 되더라도 절대 며느리로 인정하지도 않고 손주를 낳아도 호적에도 안올릴 거라고 화를 내셔서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포기했음.)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헤어진 후 충격과 후유증으로 남자들을 모두 거절해왔는데

 

1년 반이 지난 요즘 두 남자가 거의 동시에 대쉬해와서 갈등 중이예요. 2달 조금 더 넘었네요.

 

A와 B 둘다 서른이예요

 

A는 막내구요 군미필. 유학파에 대기업 다니고 강남에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차도 은색벤츠 타고 다니고 집에 돈도 좀 있고 직딩이다보니 데이트가 편한데 대신

 

까칠한 성격에 구속이 굉장히 심해요. 원래 성격이 소유욕이 심한가봐요. 자존심도 세고. 내 기분보다 자기가 리드해야 남자답다고 여기나봐요. 

 

수시로 문자에 저의 회식 때는 물론이고 친구들이랑 만나는 중간중간에

 

계속 전화해서 누구랑 있냐, 왜 전화 안받냐 왜 문자는 씹냐 거의 2시간 마다 한번씩

 

연락받아야 해요. 너무 구속이 심하다 느끼는데 자기는 사랑해서 그렇대요

 

B는 외동이고 군필이고 아직 학생이예요 대학원생이고 학생이다보니 돈도 많지 않고 차도 없는데 똑똑해요. 그리고 형제없이 자라서인지 무엇보다 성격이 너무너무 다정하고 착해요. 항상 부드럽고 항상 웃어주고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줘요. 그런데 자리잡으려면 아직 몇 년은 더 있어야 해요.

 

제 나이도 있는데, 이 둘 중에 결혼생활을 생각하면 누굴 선택해서 사귀어야 할지 정말 고민이예요.

 

저는 제가 속물인지 몰랐고, 된장녀도 경멸했는데 저도 제 자신에 깜짝 놀랐어요.

 

성격 까칠한 남자는 긴장이 되어서인지 정신이 빠짝 들고 집중이 되네요. 그리고 역시 남자가 차 있고 없고가 데이트할 때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저는 나쁜년이예요ㅠㅠ 미안해 B군...

근데 자가용소유 여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은 듯 해요. 단지 그건 몸이 안락하다는 그것 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B와 데이트하다가 A와 데이트하는 날은 정말 편하면서 기분도 좋아지더라구요.

 

저 아껴주는 착한 남자가 맘이 편한 건 사실이지만, 까칠하고 구속 심한 남자가 이상하게 제 머리 속에 꽉 차 있네요. 착한 남자는 그냥 친구같고 친오빠 같은 느낌만 들 뿐이고. 아빠같고 삼촌같고..ㅎㅎ

 

추가설명을 하자면,

A는 드라마에서 젊은 나이의 실장 같은 느낌 있잖아요. 자신만만하면서 좀 싹퉁머리 없고.. 유능해보이면서도 날카로운 느낌. 뭐든 거침이 없고 부족해보이는 것도 없고 뭐든 쉽게 다 해결될 것만 같은 느낌 주는 그런 사람 있죠? 그러면서도 좀 어려워요. 그래서 내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가 없게 만드는..

업무 중엔 문자답장도 전화도 안하다가 제가 친구들이랑 만나고 있거나 야근 중이거나 상관없이 안받으면 문자랑 전화 아마 수십통은 해대는 사람이예요. 그래서 막 긴장이 되면서 높은 분들 참석한 회식자리에서 문자나 전화 오면 불안불안하고 받지도 못하겠고...

 

B는 꼭 그대웃어요 드라마의 정경호(강현수) 같은 느낌이예요. 생긴 것도 좀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선이 좀 곱고 키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균이고. 조금 만만해보이기도 하고. 장난처럼 구박도 하면서 막내여동생 챙기듯 다 챙겨주고 걱정해주고 뭐든 나한테 맞춰주려고 애쓰는 게 너무 눈에 보이는 그런 사람.. 제가 억지부리고 새벽5시에 잠깨서 문자 한번 보내봐도 화 한번 안내고 졸린 목소리로 반사적으로 무슨 일이야 어디야? 라고 말해주는 그런 천상 다정하기만한 그런 남자예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 재밌어서 어디긴 어디야 이 바보 오빠야!ㅋㅋ 이러고 잠을 깨우는 심술을 부리곤 했어요. 대중없이 아무 때나 새벽에 문자로 뭐하냐고 보내면 곧바로 전화가 오고, 전화를 걸면 잠에 취한 채 전화를 받아요. 너무 친오빠 같아서 착한 사람을 너무 함부로 대했네요.ㅠㅠ 

차도 없고 수중에 돈도 많지 않아서 남들처럼 못해줘서 언제나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슬픈 눈으로 바라보면서.

추워서 몸 웅크리면 자긴 더워죽겠다면서 오래 입어 후줄근한 잠바 벗어서 나한테 걸쳐줘요. 남자옷인데다 낡아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고 안입는다고 싫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걸쳐주면서 자기는 전방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추위는 껌이라며 너스레를 떨어요. 코 빨개지고 입술 파래진 게 보이는데도 말이예요. 공부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책을 많이 사서 늘 돈이 부족한 사람인데 학교구내식당 아니면 학교 앞 김밥천국에서 기본김밥 두줄로 돈 아껴서 책사고 하는 사람인 걸 전화하다 알게 되었는데도 저번 주엔 아웃백에 데려가서 저녁 사주고.. ㅠㅠ 차가 없다보니 하도 오래 걸어서 발이 아프다고 했더니 따뜻한 커피숍이라도 찾자면서 자기 운동화 저한테 벗어주고 자기는 맨발로 제 힐 들고 커피숍 찾아서 들어가서 따뜻한 소파에 앉혀주는데 저는 거절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어요. 어떻게 하나 보려고. 아마 또 친구들이랑 수다 떨 재밌는 얘기거리가 또하나 생겼다는 심리도 있었을지도 몰라요. 저 정말 못된년이죠? ㅠㅠ

 근데 자리잡으려면 적어도 35살은 될 듯...ㅠㅠ

 

A는 분명 편치 않은데도 왠지 내가 이 사람의 소유물로 정해져버린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이미 제 자신도 이 사람 꺼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자리잡혔나봐요. 부담스러우면서도 왜 벗어날 생각을, 아니 그렇게 행동으로 못 옮기는 건지..

 

B는 너무 편해서 이런 오빠 있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만 항상 들고, 같이 있으면 웃게 되고 너무 안락해서 잠이 솔솔 오고, 한번은 작은 커피숍에서 얘기 듣다가 꾸벅꾸벅 졸았는데 40분 넘게 오빠가 손으로 제 머리를 받치고 있었나봐요. 제 목 아플까봐 그랬다고. 세상이 이런 착한 남자가...ㅠㅠ

그런데 너무 착하고 잘해줘서 고맙고 미안하기만 할뿐, 짜릿한 기분이거나 가슴 두근거리거나 떨리는 감정은 없어요. 나이가 나이니까 결혼 후의 잠자리생각도 상상해봤는데 전혀 떨리거나 흥분이 안될 것 같은 느낌 있죠? -_-

 

어차피 한명만 선택해야 하기에

결혼한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반반으로 갈리네요.

아무리 그래도 돈이 최고라며 결혼하자마자 모든 옵션 다 갖춰놓은 결혼이 얼마나 편한데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 눈 딱감고 성질 좀 져주고 해외여행 다니면서 편하게 사는 게 최고라고 하는 파와

남자가 똑똑한데 뭐가 걱정이냐고, 젊어서 좀 절약하고 살면 분명히 오빠가 똑똑하고 성실하니까 못살진 않을테고 재산은 불려나가면 되는 거고 무엇보다 하루하루 행복에 젖어 사는 게 중요하다고, 하루하루를 수십년동안 함께 지내야 하는데 매일 얼굴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고 안아주고 이쁘다고 말해주는 것도 돈과 마찬가지로 그것도 재산이라고 사람 성격이 너무 좋고 똑똑하고 팔다리 건강하면 볼 것도 없이 그 남자 선택해야 평생 웃으며 사랑받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파....

이렇게 두 파로 갈라지네요. 저 어쩌죠?

 

왜 늘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는 걸까요?

A군과 B군이 환경은 똑같고 성격만 바뀐다해도 아마 저는 돈없는 학생이더라도 까칠하지만 확 끌어당기는 남자한테 매력을 느꼈을까요? 그랬겠죠? 저는 나쁜남자의 카리스마에 끌리는 어리석은 년이니깐요. ㅠㅠ

 

다른 여자분들도 저처럼 A같은 나쁜 남자한테 끌리나요? 너무 착하면 이성적인 끌림이 없어지는 건가요? 저만 그러나요? ㅠㅠ

B는 저처럼 못된년 말고 오빠에 어울리는 착한 여자 만나도록 하루라도 빨리 보내줘야겠죠? 어떻게 이별통보를 하죠? 너무 미안해서 헤어지잔 말을 못 꺼내겠어여. 하긴 해야겠는데...

 

저 어쩌면 좋죠? 진지하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