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s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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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지도 6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나? 메이비.

죽도록 열심히 살았나? 아니.

 

조여줘야 하는데 여전히 내 삶은 구멍이 이곳저곳 숭숭 뚫려있다.

갈수록 치열해져야 하는데 갈수록 평범해져 가는 것만 같다.

실은 평범함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싶은 것인데 평범함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예상보다 아슬아슬 위험천만하게 느껴진다. 한 번 빠진 발을 빼내지 못하는 사막의 모래늪처럼

도리어 나도 모르는 새 치열한 반짝임의 궤도에서 퇴출 당하여 평생 보장되는 평범함 그 자체로 변모해버릴까 겁이 나는 것이다.

 

진정한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푸슬한 흙도 악취나는 똥도 직접 쥐어보고 냄새도 맡아봐야 하는데 그러는 내내 이처럼 불안정하게 찌걱거리는

나무다리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내딛은 육신의 발을 거두고 얌전히 잠자코 있는 날개를 펴버리고 싶을 지경으로.

그러나 참아야 한다. 인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 등에 맥없이 붙어있는 고작 그 정도 크기의 날개를 갖고 섣불리 날기 시작하면

얼마가지 않아 바위틈에 두개골 쳐박힌 꼴을 보이게 될테니 말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런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은 걸.

 

그래도 전반적인 평을 하자면 많이 나아졌다 말하고 싶다. 개선되었다고 이야기 해도 될까. 혹은 발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될까.

뭇 사람들은 이를 보고 어쩔 수 없는 사회와의 타협이라고 비탄할지도 혹은 드디어 철이 들었다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전자에도 후자에도 동의할 수 없다. 다만 목표한 '성장'을 일구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했던 과정을 수순대로 밟아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타이틀로써 드러나는 위치상승은 부재할지라도 현시점까지 이끌어 온

본인의 삶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인간적 후회만 머무를 따름이고 과거에는 가시돋힌 혓바늘 사이로 고추가루를 뿌려놓듯 불편했던 현실들이

견딜만하게 변하였음이 수치가 아닌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여야만 한다. 반가움을 넘어선 당연함으로 이어진다면 나는 내 빛을 잃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렇게 염려하다가도 이내 확인하고 만다.  

스포이트에 기름을 넣고 대야 한 가득 채워진 물에 쏘아댄다 하여도 둘의 성분은 섞일 수 없듯이 본인은 평범한 일상 사이에서 둥둥 떠있을 뿐임을.

때로는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거짓을 진실어린 눈으로 이야기하며 속여보려 하지만, 어쩌면 그리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만 같아서 스스로에게

영원히 선을 넘도록 타일러보기도 하지만 평범함과의 접촉이 끊어지는 순간 숨어있던 본연의 나는 어김없이 제 자리를 찾고 말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재질의 철수세미로 벅벅 문질러도 그러한 나는 더욱 깊게 새겨질 뿐,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겁이 나도 나는 섣불리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눈 뜬 꿈을 꿀 때의 두려움이 엄습하더라도 언제나 그 안에서의 나는 나로 변함없이 머무르고 있다 믿기 때문이다.

 

 

 

 

.........

이 믿음이 진정 올바르게 보는 믿음인걸까.

아님 순전히 자기정당화와 협착한 시야가 탄생시킨 과대망상증으로 끝날만한 착각인걸까.

 

 

 

 

 

물음표는 또 다른 물음표로 이어지고

삶은 또 다른 삶과 연결고리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