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전활 안 받아? 나는 그녀에게 결국 화를 내고 만다.그런데도 그녀는 당당하기 짝이 없다. - 내가 니 전화를 당연히 받아야 되는 사람이야? 내가 숨을 고르고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다시 그녀가 매섭게 말한다. - 아니, 왜 화를 내. 난 누가 나한테 화내는 거 정말 싫어.다음부터 전화 받으라고 말하면 되잖아. 꼭 그렇게 화를 내야 돼? 그 말에 나는 하려던 말을 모두 잊어버린다.그래, 꼭 그렇게 화를 내야하는 건 아니다.그리고 그녀는 누가 자기에게 화내는 걸 몹시 싫어한다.모든 사람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렇다.방금까지 화를 내던 나는 엉뚱하게도 갑자기 사과를 하고 있다. - 화내서 미안해.. 참 괴상한 현상이다.방금까지 화가 난 사람은 나였는데, 어느새 나는 용서를 구하는 입장이 되어 있다.그녀가 오래전에 해놨던 우리의 약속을 메세지 한통으로 취소해 버린 일.또 내 전화를 몇 통씩이나 받지 않았던 일 같은 건어디로 다 가버리고 내가 화를 낸 것만 문제가 되는 것이다. '화 내서 미안해..' 초라한 사과.'계속 전화 안받으니까 걱정도 되고..' 옹색한 변명.'다음부터는 화 안낼께. 기분 풀어..' 비굴한 다짐.'미안..' 이라는 내 사과에 그녀는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목소리가 누그러진다. - 그럼 말해봐. 뭣땜에 전화했는데? 그녀가 용건을 묻는데 나는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용건같은 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그냥 통화를 하고 싶었다.그런데 그녀는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았고,나는 답답했다가, 짜증스러웠다가, 초조했다가, 걱정이 됐구, 결국 화가 났던 것 같다. 용건도 없었다고 말하면 그녀는 내게 또 뭐라고 할까?생각할수록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낸 것은 우스운 일이다.그녀는 내 전화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나는 그녀에게 화 낼 권리도 없다.용건도 없으면서,애인도 아닌게,내가 더 좋아하는 주제에,나는 그만 참담해지고 만다. 내가 언제든 걸 수는 있다면, 그녀는 언제든 받지 않을 수 있다.내가 언제든 걸 수 있고, 그녀는 언제든 받지 않을 수 있으므로,나는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다. 내가 언제나 통화하고 싶은 사람.가끔씩만 내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나를 기다리게 하고, 애타게 하면서 화를 낼 수 없게 하는 사람. 사랑은 어쩌면 가장 무서운 권력 일지 모르겠다고, 사랑을 말하다
사랑을말하다 -서른네번째이야기-
- 왜 전활 안 받아?
나는 그녀에게 결국 화를 내고 만다.
그런데도 그녀는 당당하기 짝이 없다.
- 내가 니 전화를 당연히 받아야 되는 사람이야?
내가 숨을 고르고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다시 그녀가 매섭게 말한다.
- 아니, 왜 화를 내. 난 누가 나한테 화내는 거 정말 싫어.
다음부터 전화 받으라고 말하면 되잖아. 꼭 그렇게 화를 내야 돼?
그 말에 나는 하려던 말을 모두 잊어버린다.
그래, 꼭 그렇게 화를 내야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녀는 누가 자기에게 화내는 걸 몹시 싫어한다.
모든 사람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렇다.
방금까지 화를 내던 나는 엉뚱하게도 갑자기 사과를 하고 있다.
- 화내서 미안해..
참 괴상한 현상이다.
방금까지 화가 난 사람은 나였는데, 어느새 나는 용서를 구하는 입장이 되어 있다.
그녀가 오래전에 해놨던 우리의 약속을 메세지 한통으로 취소해 버린 일.
또 내 전화를 몇 통씩이나 받지 않았던 일 같은 건
어디로 다 가버리고 내가 화를 낸 것만 문제가 되는 것이다.
'화 내서 미안해..' 초라한 사과.
'계속 전화 안받으니까 걱정도 되고..' 옹색한 변명.
'다음부터는 화 안낼께. 기분 풀어..' 비굴한 다짐.
'미안..' 이라는 내 사과에 그녀는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목소리가 누그러진다.
- 그럼 말해봐. 뭣땜에 전화했는데?
그녀가 용건을 묻는데 나는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용건같은 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통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는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았고,
나는 답답했다가, 짜증스러웠다가, 초조했다가, 걱정이 됐구, 결국 화가 났던 것 같다.
용건도 없었다고 말하면 그녀는 내게 또 뭐라고 할까?
생각할수록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낸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녀는 내 전화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나는 그녀에게 화 낼 권리도 없다.
용건도 없으면서,
애인도 아닌게,
내가 더 좋아하는 주제에,
나는 그만 참담해지고 만다.
내가 언제든 걸 수는 있다면, 그녀는 언제든 받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언제든 걸 수 있고, 그녀는 언제든 받지 않을 수 있으므로,
나는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다.
내가 언제나 통화하고 싶은 사람.
가끔씩만 내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
나를 기다리게 하고, 애타게 하면서 화를 낼 수 없게 하는 사람.
사랑은 어쩌면 가장 무서운 권력 일지 모르겠다고,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