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이의 삶

김수진2009.12.20
조회205
어떤이의 삶

근무 시간이 끝났으니 퇴근한다.

퇴근하려는데 한 잔만 걸치자고 한다.

한 잔 걸치고 집에 와서 밥 먹는다.

밥 먹다 보니 TV에서 이 프로는 꼭 보라고 외쳐댄다.

TV를 보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본다.

보고 나니 졸리다.

졸리 우니 잠잔다.

자다 보니 벌써 출근시간이다.

허겁지겁 집을 달려 나간다.

프로야구, 축구, 농구, 골프 이야기가 한창이다.

집들이, 결혼식, 친구생일잔치, 백일잔치, 송별회, 동창회, 야유회,

환영식과 환송식들로 주말은 평일보다 바쁘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것이 정상적으로 보이고,

바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바쁨을 은근히 즐긴다.

그러다가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러나 아무러면 어떠랴....

때 되면 월급 나오고, 때 되면 보너스 나오고,

때 되면 남들과 비슷하게 진급도 되어간다.

상식을 모두 따라야만 하는 생활속의 관성,

오늘의 나를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는 일상의 갖은 유혹

땀 흘리기보다는 절대 땀 안 흘리기를 원하는 안일 본능

이런 것들을 과감히 배반하고 물리치지 않는 한

이런 사람은 평생토록 전문가 근처에도 이르지 못한다.

 

『어떤 이의 생활』 - 이만재(columnist)

 

"당신이 옷을 사기 때문에 못 가지게 되는 다른 무엇을

기회 비용이라고 한다.

시간도 바로 돈과 같다.

1시간동안 텔레비젼을 보기로 결정하면

무언가 다른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셈이다.

텔레비젼을 보는 것 이외의 다른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 아침햇살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원래 칼럼의 대학생 버젼

좀더 가까이 느껴져서 퍼옴..( 출처는 표기가 안되어 있어요~)

 

하루 강의가 끝나고 발걸음도 가볍게 강의실을 빠져 나간다.

곧장 집으로 가려는데 친구들이 당구 한 게임만 치고 가자고 한다.

치다 보니 금방 서너 게임으로 이어진다.

 

당구장을 나서니 배가 출출하다.

주변의 음식점에서 새어 나오는 삼겹살 굽는 냄새가 더욱 입맛을 자극한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 한 녀석이 제안을 한다.

 

"야! 오늘 내가 한 잔 쏠게!"

"오 예! 역시 너는 영원한 내 친구, 브라보!"

 

삼겹살에 소주는 언제 먹어도 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

빈 소주병의 숫자가 하나 둘씩 늘어갈수록

안주 감은 더욱 풍성해진다.

 

고리타분한 교수의 지루한 강의에서부터

깐깐한 선배의 험담하며.

건방진 후배 녀석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없이 이어진다.

 

거나해진 채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손과 눈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찾는다.

언제 켜도 심야의 TV프로는 신나고 재미있다.

 

그 프로가 끝난 후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 본다.

갑자기 싸이 홈피에 친구들이 글을 남겼는지 궁금해진다.

오늘도 잊지 않고 그들은 나를 찾아 주었다.

의리있고 고마운 녀석들.....

열심히 리플을 달고 답례로 일촌들을 방문한다.

어느새 시계바늘은 2시를 넘어 3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졸음이 와서 잠을 잔다.

자다 보니 어느새 등교할 시간이다.

자도 자도 잠은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부랴부랴 세수하고 허겁지겁 집을 달려 나간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말이 왔다.

 

프로 축구, 프로 야구, 프로 농구, 프로 배구의 열기가 뜨겁다.

게다가 프리미어 리그까지 나를 즐겁게 해준다.

노래방, 게임방, 비디오방도 한창이다.

과모임, 동아리 체육대회, 동창회, MT 등으로

주말은 평일보다 더 바쁠 때가 많다.

 

대학생활 하다 보면 늘 그러려니 하게 되고,

바빠 죽겠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바쁜 일상을 은근히 즐긴다.

그러다가 일 주일, 한 달, 한 학기,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끔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 앉기도 하지만,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삶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기에

대학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하는지,

졸업을 하고 나서는 무슨 일을 하며 가장 자기답게 살아야 할 것인지,

막막하고 답답해 입맛이 달아날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때 되면 축제도 하고, 때 되면 체육대회도 하고,

때 되면 어김없이 방학도 찾아온다.

 

상식을 모두 따라가다 보면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몸에 밴 습성들,

오늘의 나를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는 주변의 갖은 유혹들,

땀 흘리기보다는 땀 안 흘리기를 원하는 무사안일의 관행들,

이 모든 것들을 과감히 거절하고 물리치지 않는 한,

이런 대학생들은 4년의 대학생활을

물결따라 정처없이 떠도는 뗏목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조용히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작년에 어떤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이의 삶이 혹시 나의 삶은 아닌지 묻게 된다.

나의 텔레비젼은 무엇인가?

나의 핑계는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누구나 같다.

24시간.

더함도 덜함도 없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가 바로

시-테크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동안 일의 순서를 정해서 시간에 일을 넣는다.

알아차리면 일단 정지. 그리고.... 내가 정한 일에 몰두한다.

'전문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