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o의 크리스마스 보내기 EN PANAMA

.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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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는 가톨릭 국가이다. 성당에 다녀본 적도 없고, 가톨릭 쪽의 문화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가톨릭은 개신교보다는 형식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듯 하고, 역사도 더 깊다 보니 서양 문화의 여러 분야에서 가톨릭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한 것은 확실하다.


파나마의 크리스마스는 가톨릭 국가답게 국가적인 행사이고 가정에서도 큰 연례행사이다. 작년 크리스마스도 파나마에서 보내긴 했지만, 그때는 입국한지 고작 2틀이 지났을 뿐이어서 시차적응을 하느라 하루 종일 잔 기억밖에 없다. 또한 그때 머물던 집은 종교가 남묘호랭겍교여서 크리스마스를 잘 챙기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는 전형적인 파나마 중산층 가정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어서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12월 8일은 El dia de la mama(어머니 날)로, 역시 파나마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이다. 그 날은 식구들이 모두 모이고 어머니께 선물과 음식을 드린다. 그리고 그 날부터 파나마의 크리스마스는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성급한 기업들은 이미 11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2월 8일부터 성탄 장식과 선물 구입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아래 사진은 12월 13일에 찍은 ‘Sinta Costera(씬따 꼬스떼라)’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이다.

 
이 길이 바로 씬따 꼬스떼라 이다. 파나마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로이다. 이 길은 이날까지도 장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장식물들이 꽤 있었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길이 차도이다. 모든 장식은 차도에서 더 잘 보이도록 되어있어서 내가 찍은 쪽에서는 주로 뒷모습이 많다. 저 인형은 아마도 말인듯하다.

 

동물 악단인 듯하다. 크리스마스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긴 한다.

 

상행선과 하행선 사이에 있는 교통섬에 꾸며진 조형물들이다. 노란색 동물은 중국풍이 나는 것으로 봐서 이쪽 장식은 중국기업에서 맡은 듯 하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침 행렬이 있었다. 앞쪽에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악단이고, 뒤에는 일반 행인이 따라가고 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뒤쪽과 앞쪽으로 다른 악단도 거리를 두고 행진을 하고 있다.

 

씬따 꼬스떼라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이동통신사인 ‘Digicel(디지셀)’에서 만든 트리이다.

트리의 전체모습이다. 규모가 꽤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파나마시티에는 산책할만한 거리가 크게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Amador(아마도르)’, 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곳 ‘씬따 꼬스떼라’이다. 씬따 꼬스떼라는 비교적 최근에 정비가 완료된 곳이라서 깨끗하고, 접근도 더 용이해서 사람도 많은 편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씬따 꼬스떼라가 파나마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거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장식 중에서 한국에는 없는 특이한 것이 있다. ‘El Nacimiento(엘 나씨미엔또-탄생)’ 이라는 장식물이다. 예수님의 탄생의 순간을 미니어처로 만든 것이다. 규모도 다양해서 책상 위에 올라갈만한 것부터 거리의 한 구역을 차지하는 것까지 있다. 거의 모든 집에 이 장식이 있고 해가 더해갈수록 이 장식 옆에 동물을 하나씩 추가하는 전통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있는 나씨미엔또이다. 집안에 장식된 것 치고는 큰 편이다. 내년이면 이곳에 다른 양이나 말 같은 동물이 또 추가될지도 모른다.

 

Tumba muerto(뚬바 무에르또) 거리와 Transismica(뜨란씨스미까) 거리의 교차점에 있는 나씨미엔또이다. 약간 뜬금없는 토피어리도 있다. 맨 아래 사진에 있는 천사가 각자 다른 글씨를 들고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있다. AMOR(아모르)는 ‘사랑’이다.

 

동네에 있는 작은 가게 안에 장식된 나씨미엔또이다. 한국에서는 교회학교의 보조교재로 쓰일만하다.

 

거리뿐 아니라 가정집에도 장식은 되어있다. 파나마 사람들은 마당의 장식도 중요하게 생각해서인지 장식이 잘 되어 있어서 길을 다니다 보면 꽤 잘 꾸며진 집도 볼 수 있다.
 

위의 두 그림은 퇴근길에 있는 집이고, 맨 아래 그림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이렇게 불이 들어오는 조형물이 꽤 많다.

 

거리나 가정집뿐 아니라 당연히 상점이나 기업건물에도 장식은 되어있다. 상점의 규모에 따라 장식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Via España거리에 있는 상점의 장식이다. 유리에 비쳐서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썩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Universidad de Panama(파나마대학) 옆에 있는 빵집이다. 파나마에서는 보기 드물게 예쁜 빵집이다.

 

뜨란시스미까에 있는 파나소닉 매장이다.

 

퇴근길에 있는 작은 상점이다. 파나마에서는 저렇게 페인트로 그린 장식이나 그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Calle 50(까예 씽꾸엔따-50번가)에 있는 가구점이다. 페인트로 칠한 다른 상점에 비해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다.

 

50번가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 후터스이다. 겉에서 보기엔 따로 장식은 없었는데 이렇게 성탄기념 메시지는 있었다.

 

 

50번가 입구에 위치한 Banco General(방꼬 헤네랄) 앞에 있는 대형 조형물이다. 이 은행에서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치나 규모로 봤을 때 50번가를 충분히 상징할 만했다.

 

이와 같이 파나마 전역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하다. 파나마의 크리스마스는 식구들이 함께 보낸다. 24일 저녁 11시 반에 식구들이 각자 가장 예쁘게 차려 입고 거실에 모인다. 나는 차려 입는 전통을 모른 채로 갑자기 불려나가서 혼자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거실에는 Arroz con Pavo(칠면조볶음밥), Pavo(칠면조 요리), Ensalada(샐러드), Jamon(햄) 등 크리스마스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와인과 아이들을 위한 사과주스도 있었다. 식구들은 모두 잔을 채우고 음식 앞에 둘러서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한 해 동안 감사한 일과 내년에 바라는 일을 얘기하고 건배를 한다. 식구들이 모두 한 명씩 얘기를 하고, 얘기가 끝날 때마다 건배를 해서 10번 정도의 건배를 했는데, 건배가 끝날 때마다 잔을 비우지는 않았다. 건배가 모두 끝나면 식탁에 둘러 앉아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 음식은 대체로 맛있는데, 칠면조 요리는 비린내가 났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트리 밑에 쌓아둔 선물을 나눠 갖는다.

집안에 장식된 트리와 그 밑에 쌓여 있는 선물들.

 

각 선물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작게 적혀 있어서 누구의 선물인지 알 수 있다. 이 집에는 9살, 5살짜리 여자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이 받은 선물이 대체로 고가의 장난감이나 닌텐도, mp3등이어서 좀 놀랐다. 아쉽게도 이날은 사진을 미쳐 못 찍었다.

 

더운 크리스마스는 참 낯설다. 나라는 덥고, 겨울이 없지만 많은 장식이 겨울을 나타내고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정작 예수님은 중동 사람인데, 크리스마스는 서양분위기이니 문화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