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조두형200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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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삶이 문득 부끄러워 지는 것은

눈이 쌓여 세상이 하얗게 변해서 만은 아니다.

 

세상이 나를 지치게 할 때마다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온 나는

쇳바람 한줄기에도 가슴이 시리다.

 

저 하얀 눈위에 누워

生을 조금이라도 닦아낼 수 있다면.

 

추운손 호호 불어가며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려보지만,

 

쿵쿵쿵 돌아오는 성에낀 메아리에

가슴속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낄 뿐이다.

 

어제 웃음으로 마주본 너의 얼굴이

오늘 서글픔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수염이 가뭇해진 이제서야

좀 알 것만 같다.

 

내가 외친 함성보다

돌아오는 메아리는 작기 마련이거늘

 

나보다 더 크게 내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가 있어주기를 있어주기를

흰 입김 내뿜으며 속삭인다.

 

아득한 새벽 종소리

 

저렇게 검은 하늘에서도

이렇게 하이얀 눈이 내릴 수 있구나

 

눈이 내린다.

 

삶이 문득 부끄러워 지는 것은

눈이 쌓여 세상이 하얗게 변했기 때문이다.

 

2009.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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