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건 내가 되어줄게.

[H]oya2010.01.01
조회476

안녕하세요

 

몇일만 있으면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전역하는 군인입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진 군인이라는 거죠

 

찌질했던 훈련병.. 이등병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전역이라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동안 고초도 많았지만 그만큼 많이 성숙하고 추억도 많았던것 같아요.

 

거기다 대학다닐땐 못해보던 연애까지 해보고 말이죠.

 

고등학교 다닐때 사귀었던 친구를 잊지못해

대학때도 일부러 여자학우들을 멀리하곤 했었는데

뭐...내가 멀리해서 안 사귄건지 아님 찌질해서 못 사귄건지.

그건 내가 안사귄거라 애써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입대를 하게 되었고

누구나 그러하듯이 일이등병. 그리고 상병 중간까지(흔히들 꺽상이라고 하죠)

누구보다 열심히 군생활했습니다.

부대원들에게 인정도 받으며. 힘들긴 했지만 열심히 했었습니다.

 

그러다. 2차 정기휴가를 나왔을때 였죠.

우연히 기회가 되어 한 여자와 연락이 되어.

9박10일이라는 짧은기간동안 굉장히 가까워 지고 좋은 감정이 생겼습니다.

그때 오랜만에 여자때문에 설레어 본것 같네요.

제가 예전여자를 쉽게 잊지 못하는 성격이라 한동안 여자는 사귈수 없을것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그때는 순식간에 그런 감정이 생기더군요.

군인이라는 특성상 그랬던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여자분이 좋았던것 같아요.

그렇게 다른 군인들과는 다르게 기쁜마음으로

휴가를 마치고 무사히 부대복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복귀하고서도 하루에 한두시간씩 꼭 전화통화를 하고.

물론 길게 못할때도 많았지만요.

전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공중전화로 달려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때쯤엔 저도 짬밥도 되었겠다. 어디 눈치볼 사람 없었거든요.

그래도 저한테 주어진 일에는 소홀하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너무 좋았습니다. 군생활하면서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듯.

후임들도 모두 저를 부러워하고.

부대원 모두가 저를 응원해주고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부대에서 집까지 서너시간씩 걸리는 거리인데도 거의 매주 면회를 올정도였으니까요.

저는 그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매번 올때마다 저를 너무 신경써주고.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휴가때 서로 같이 있다가 그 친구가 신종플루에 걸렸던적이 있었는데.

너무 걱정돼서 그때 처음으로 군인이라는게 자책되더군요.

나때문에 그친구가 걸렸던건지 그친구땜에 내가 걸렸던건지 모르겠지만.

저도 플루에 걸리더군요. 하지만 저는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걱정할까봐요. 또 자기때문에 걸렸다고 자책할까봐요.

다행히 저는 큰 증세없이 완치되더군요. 친구는 많이 아프다고 하던데 곧 나았어요.

저는 그런건 당연히 내가 해주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래서 전역하고 나면 지금의 100배 1000배 다 갚아줄거다라고 했어요.

하루하루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었어요.

그러다 사귄지 100일이 되던날이었던가요.

 

그날이 그 친구에게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라. 또 무엇보다 중요한 날이어서.

저는 일부러 부담주지 않으려 100일이라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 행사가 모두 끝나고.

수고했다고. 그리고 우리 100일 축하한다고 말을 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부터였던것 같습니다. 연락이 되질 않더군요.

 

불과 몇시간전만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서로 많이 생각해주고 좋아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분명 그때부터였겠군요.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전화를 받고도 퉁명스럽고 5분이상 통화가 불가능 하더군요.

그러더니 몇일 후 완전 소식이 끊겼습니다.

 

저는 속으로 행사때문에 많이 힘들었나. 많이 바쁜가 하고 위로하고 있었죠.

좀 마음고생을 했던지 몇년동안 끊었던 담배도 그날부터 물었던것 같구요.

시간이 나서 싸이엘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제 싸이가 평소랑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제 방명록에 써주던 글. 일촌평. 하나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설마 했었는데 일촌목록에서 사라져 있더군요.

벽돌 하나가 뒤통수를 후려치는 느낌이라는게 이런거라는걸 첨 알았다는...

 

눈물은 안났어요. 그래도 많이 당황스럽더군요. 그래서 몇번 전화도 해보았지만

여전히 받지 않고. 다음날 쪽지가 하나 오더군요.

그냥 미안하다고. 다른 말도 있었던것 같은데 생각나는건 그말 하나뿐이네요.

전 쪽지로 붙잡고 싶다고 보냈었죠. 하지만 그까지였습니다.

그 이후로 마음고생 심했었죠. 군생활 중 실연당한 선임.후임. 많이 봐왔었는데.

 

그게 제 일이 될줄 이야. 역시 사람일이란게 닥쳐봐야 알겠더군요.

그렇게 또 한 100일정도 괴로워하다 지금 휴가를 나와있네요.

몇일전 일부러 가지 않던 그 친구 홈피를 가봤어요. 행복한 모습이더군요.

제 자리였던 곳에 다른 사람이 있었지만요. 좋아보였어요.

하지만 저는 또 새벽에 몸에 잘 맞지도 않는 담배 꼬나 물으러...

 

나같은 이런 더러운 성격때문에 지난 여자를 쉽게 잊지 못하는것 같네요.

그래도 저 이렇게 하루하루 견뎌내는건 그 친구와 했던 약속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내가 지켜주리라 다짐 했었거든요.

 

"만약 우리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버려지는건 내가 되어줄께."

 

결국 그 약속 하나만 지켜주었네요.

 

그 친구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저도 조금 덜 아파했으면.

이정도면 충분하잖아요? 안그래요??

 

내용도 없고.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제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이거 톡되면 그 친구가 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