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운명

미처리2010.01.01
조회142

현주의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없었다.

3시간 동안 컴퓨터 게임을 했고, 외출에서 돌아온 그들과 저녁을 마쳤고...이미 막차시간이 다가왔기에 어쩔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기에 마음이 불안했다.

도윤의 핸드폰은 여전히 부재중이었고...

내일 학교에서 만나면 내 이야길 들어줄까...

분명 화가 많이 나 있는듯 했는데....내가...약속을 어긴거니까..

걱정 시키지 않을거라해놓고.... 어디에 있는거니?

그런 생각에 어느새 현주는 집 근처까지 도착해 있었다.

이미 어두워진 골목에 가로등만이 그의 갈길을 비춰주고 있다.

현주는 생각을 정리하면 할수록 더욱 복잡해지는 상황들에 머리를 흔들어댄다.

어차피 도윤을 만나 이야기해야 할일, 고민하면 할수록 더 수렁으로 빠지는듯한 기분에 생각하기를 애써 그만두려하고 있다.

그때,

문득 집앞에 앉아있는 시커먼 그림자를 발견한다.

흠짓 놀란 현주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으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어둠과 가로등뿐...

현주는 빠르게 그곳을 지나쳐 간다.

막 현관을 밀어내려는 현주의 손이 멈짓하며 다시금 뒤를 돌아 그림자를 응시한다.

벽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어딘가 낯이 익은 옷차림과 머리 모양...

순간 현주의 눈이 동그랗게 모아졌고, 빠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몇시간 동안 기다렸던 그...

[도윤아! 강 도윤?? 너....왜이래??]

감겨져 있던 눈이 힘겹게 떠졌고, 순간 술냄새가 현주의 코를 자극한다.

도윤은 자신을 바라보는 현주를 발견하곤 그대로 그를 끌어당겨 품에 안는다.

당황한 현주는 그런 도윤을 저지하려 했으나, 손써볼 겨를도 없이 도윤의 품에 포박당한다.

[현주야....현주야....]

[왜..왜그래? 너..무슨 술을 이렇게 마신거야? 정신좀 차려봐!!]

[현주야...그러지마...그러지마..현주야...넌...그러지마....너만 ...멈추면...되는데.....그러면....]

[도윤아? 도윤아!! 정신차려!!! 강 도윤!!!]

도윤은 그대로 현주를 품에 안은채 정신을 잃었고, 현주는 자신보다 한치는 큰 도윤을 힘겹게 지탱하며 집으로 향했다.

고른 숨을 토해내며 자고있는 도윤을 바라보며 현주는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느끼고 있던 불안함과 질적으로 달랐고, 위험했다.

그가 내뱉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일까?

왜 이렇게도 신현의 존재를 부정하려 하는걸까...

지금의 도윤의 행동은 아마도 신현에 대한 자신의 알수없는 마음의 경고음 같았다.

그저 그를 바라보는것....그리고 또 다른 감정이 피어난다.

자신도 억제 할수 없는 감정에 대한 도윤의 경고음....

현주는 늦은 시간이 되어도 좀처럼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대체...너희 둘은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현주는 침대에 비춰진 그림자를 향해 내뱉듯 살며시 던져본다.

아침이 되었을때 이미 도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현주는 지난밤을 꼬박 새우며 다달한 결론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답은 하나다.

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알아야 한다는것....

현주는 서둘러 학교로 향한다.

이른 아침의 버스는 잠깐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괜챦은 장소이기도 했다.

신현과 있었던  오전의 기억

그리고, 오후의 기억....

현주는 교실에 도착한 후 빈 책상에 놓여진 가방을 발견하곤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와 뛰기 시작했다.

하나의 매듭이라도 찾아내고 싶었다.

그가 알고있는 비밀장소.

아마도 신현은 그곳에 있을것이다.

현주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마치 약속이나 한것처럼 신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침햇살에 눈부신 그의 모습에 현주는 눈을 깜박인다.

그리고 머리속이 텅비어 버린다.

그의 시선이 자신을 발견하길 기다리는것....그 마음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