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크지 않은 내게 딱 맞는 아담한 침대 두 개만으로 가득 찬 작은 방 창문너머로는 꽁데(kongde 6,178m)가 튕겨낸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전날 저녁, 다이닝룸에 모여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목청 높여 떠들며 노트북의 웹 카메라로 대륙건너 가족, 친구들과 화상대화도 나누던 미국인 그룹 트레커들은 새벽부터 부산하다. 아침을 먹으려 방문을 나서니 이미 롯지 앞에는 가이드들이 죱키오 등에 얹을 커다란 더플백들을 쌓아놓고 있었다.
나로서는 급할게 없다. 이날은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은 느긋한 하루.
일반적으로 남체에서 고소적응을 위해 이틀을 머무르길 권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이 충고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지만 내가 하루를 쉬어가는 중요한 이유는 해발 3400여m의 고지대에서 매주 열리는 토요시장(Saturday market). 전날 해질녘까지 끊이지 않던 짐꾼들의 행렬은 아마 이 주말시장을 위함이었을것.
남체 바쟈르(바쟈르는 시장이란 뜻)의 주말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아침을 먹고 카메라를 챙겨 마을 입구의 장터를 찾아가니 입구부터 이미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 전날 마주친 얼굴들도 눈에 띈다. 산행 중 쉼터에 자리를 잡고 짐꾼들에게 “순딸라, 순딸라!”를 외치던 오렌지 장사는 이미 박스가 비어가고 있었다. 장터 맨 위쪽 작은 건물의 물소고기 시장부터 곡물, 식자재, 과일, 옷가지등은 물론 “정말 이런것도 다 있네!“ 하고 놀랄만큼 다양한 생필품들이 장터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특히 운동화들을 잔뜩 부려놓은 행상 앞은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수십개의 롯지와 상점, 인터넷 카페와 우체국, 은행 서비스까지 가능한, 쿰부 지역의 수도라고 해도 좋을 남체는 북쪽의 샹보체(Shyangboche; 3720m) 비행장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비행기로 물자를 조달받아 물가는 다른 어느 마을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싼 까닭에 장터까지 열리는 주말엔 윗마을, 아랫마을에서 며칠씩의 먼 걸음도 마다 않는 것이다. 사실상 남체에 없는 물건은 쿰부 지역에선 구할 수 없다는 것.
마을을 한 바퀴 돌고는 자그만 배낭을 메고 윗마을로 향했다.
학교가 있는 가파른 마을 꼭대기에서부턴 비교적 완경사. 커다란 흰 쵸르텐(탑)에는 텐징 노르게이 셰르파의 에베레스트 초등 50주년을 기념하는 동판이 박혀있다. 아마다블람, 로체. 그너머로는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볼수 있는 곳.
캔맥주 네 상자를 지고 오르던 사내가 제법 유창한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싱가폴, 태국등에서 공장근무를 오래 했었다는 그는 남체의 주말장터에서 3,050루피에 맥주 한 상자를 구입, 서너시간 거리의 포르체((Phortse:3810m)의 롯지에 3,350루피에 넘기는 나름 ‘개인사업자’란다. 세계의 산들 가운데 스위스 다음으로 이곳이 가장 물가가 비싸다고 굳게 믿고 있는 그를 실망시키고 싶은 나는 굳이 반론을 제기하진 않는다.
셰르파들의 본거지 쿰중(Khumjumg:3780m)을 향하는 길.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 있던 영감님이 Donation box(모금함)를 가리키며 셰르파의 기념사업과 도로보수를 위한 기부를 요청한다. 기분좋게 응했으나, 문제는 호주머니의 잔돈은 점심식사 후 마지막 동전까지 털어 정확한 셈을 마쳤던 것. 기부자가 흔치 않았는지 너무나 기뻐하는 영감님을 실망 시키며 번복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결국 100루피라는 거금을 모금함에 넣고 리스트에 이름과 국적을 큼지막히 기록해본다. 기부액 내역을 훝어보니 내가 제일 부자다.
쿰중 마을의 갈림길을 올라서고 있을땐 이미 날씨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마을구경은 보류하고 “곤니찌와!”란 인사말과 함께 접근한 소년들이 가리키는 대로 안개 자욱한 에베레스트 뷰 호텔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친절한 10대 초반의 그들이 끈질기게 요구한 담배는 건네주지 않았다. 가시거리가 채 30여미터도 되지 않을듯한 안개속을 발자국만 보고 걸은탓에 하마터면 일본인 백만장자가 지었다는, 객실에 산소호홉기가 비치되어 있기로도 유명한, 이 최고급 호텔을 그냥 지나칠뻔 하기도 했다. 헬기로 관광객들을 운송하는 패키지도 있단다. 텅빈 호텔의 프론트만 둘러보고 발걸음을 돌린다. 약간은 변칙적인 루트로 싱보체를 돌아내려오는 안개속 내리막은 알프스의 부드러운 산길을 혼자 거니는 데자 뷰와도 같은 친숙한 느낌. 이날 오후엔 깨끗한 남체마을 외곽 구석구석에 비밀기지처럼 감춰진 거대한 쓰레기장과 소각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쿰부 트레킹> 3. 내가 제일 부자다..
3월 1일/ 쿰부 3일차/ 남체 바자르-쿰중-남체 바자르
몸집이 크지 않은 내게 딱 맞는 아담한 침대 두 개만으로 가득 찬 작은 방 창문너머로는 꽁데(kongde 6,178m)가 튕겨낸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전날 저녁, 다이닝룸에 모여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목청 높여 떠들며 노트북의 웹 카메라로 대륙건너 가족, 친구들과 화상대화도 나누던 미국인 그룹 트레커들은 새벽부터 부산하다. 아침을 먹으려 방문을 나서니 이미 롯지 앞에는 가이드들이 죱키오 등에 얹을 커다란 더플백들을 쌓아놓고 있었다.
나로서는 급할게 없다. 이날은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은 느긋한 하루.
일반적으로 남체에서 고소적응을 위해 이틀을 머무르길 권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이 충고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지만 내가 하루를 쉬어가는 중요한 이유는 해발 3400여m의 고지대에서 매주 열리는 토요시장(Saturday market). 전날 해질녘까지 끊이지 않던 짐꾼들의 행렬은 아마 이 주말시장을 위함이었을것.
남체 바쟈르(바쟈르는 시장이란 뜻)의 주말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아침을 먹고 카메라를 챙겨 마을 입구의 장터를 찾아가니 입구부터 이미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 전날 마주친 얼굴들도 눈에 띈다. 산행 중 쉼터에 자리를 잡고 짐꾼들에게 “순딸라, 순딸라!”를 외치던 오렌지 장사는 이미 박스가 비어가고 있었다. 장터 맨 위쪽 작은 건물의 물소고기 시장부터 곡물, 식자재, 과일, 옷가지등은 물론 “정말 이런것도 다 있네!“ 하고 놀랄만큼 다양한 생필품들이 장터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특히 운동화들을 잔뜩 부려놓은 행상 앞은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수십개의 롯지와 상점, 인터넷 카페와 우체국, 은행 서비스까지 가능한, 쿰부 지역의 수도라고 해도 좋을 남체는 북쪽의 샹보체(Shyangboche; 3720m) 비행장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비행기로 물자를 조달받아 물가는 다른 어느 마을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싼 까닭에 장터까지 열리는 주말엔 윗마을, 아랫마을에서 며칠씩의 먼 걸음도 마다 않는 것이다. 사실상 남체에 없는 물건은 쿰부 지역에선 구할 수 없다는 것.
마을을 한 바퀴 돌고는 자그만 배낭을 메고 윗마을로 향했다.
학교가 있는 가파른 마을 꼭대기에서부턴 비교적 완경사. 커다란 흰 쵸르텐(탑)에는 텐징 노르게이 셰르파의 에베레스트 초등 50주년을 기념하는 동판이 박혀있다. 아마다블람, 로체. 그너머로는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볼수 있는 곳.
캔맥주 네 상자를 지고 오르던 사내가 제법 유창한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싱가폴, 태국등에서 공장근무를 오래 했었다는 그는 남체의 주말장터에서 3,050루피에 맥주 한 상자를 구입, 서너시간 거리의 포르체((Phortse:3810m)의 롯지에 3,350루피에 넘기는 나름 ‘개인사업자’란다. 세계의 산들 가운데 스위스 다음으로 이곳이 가장 물가가 비싸다고 굳게 믿고 있는 그를 실망시키고 싶은 나는 굳이 반론을 제기하진 않는다.
셰르파들의 본거지 쿰중(Khumjumg:3780m)을 향하는 길.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 있던 영감님이 Donation box(모금함)를 가리키며 셰르파의 기념사업과 도로보수를 위한 기부를 요청한다. 기분좋게 응했으나, 문제는 호주머니의 잔돈은 점심식사 후 마지막 동전까지 털어 정확한 셈을 마쳤던 것. 기부자가 흔치 않았는지 너무나 기뻐하는 영감님을 실망 시키며 번복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결국 100루피라는 거금을 모금함에 넣고 리스트에 이름과 국적을 큼지막히 기록해본다. 기부액 내역을 훝어보니 내가 제일 부자다.
쿰중 마을의 갈림길을 올라서고 있을땐 이미 날씨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마을구경은 보류하고 “곤니찌와!”란 인사말과 함께 접근한 소년들이 가리키는 대로 안개 자욱한 에베레스트 뷰 호텔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친절한 10대 초반의 그들이 끈질기게 요구한 담배는 건네주지 않았다. 가시거리가 채 30여미터도 되지 않을듯한 안개속을 발자국만 보고 걸은탓에 하마터면 일본인 백만장자가 지었다는, 객실에 산소호홉기가 비치되어 있기로도 유명한, 이 최고급 호텔을 그냥 지나칠뻔 하기도 했다. 헬기로 관광객들을 운송하는 패키지도 있단다. 텅빈 호텔의 프론트만 둘러보고 발걸음을 돌린다. 약간은 변칙적인 루트로 싱보체를 돌아내려오는 안개속 내리막은 알프스의 부드러운 산길을 혼자 거니는 데자 뷰와도 같은 친숙한 느낌. 이날 오후엔 깨끗한 남체마을 외곽 구석구석에 비밀기지처럼 감춰진 거대한 쓰레기장과 소각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