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했던 아빠가 바람을 .....

2010.01.07
조회2,588

상황상 글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 꼭 읽어주세요.. 답답해요..

 

 

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첫 판을 이런 내용으로 쓸 줄은 몰랐네요 ..

 

저는 올해 20살이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딩신분 여학생 입니다.

우선 말씀드리자면 저의 집안사정과 경제수준은 거의 바닥을 치는 수준이어서요,

제가 7살 때 아빠의 사업이 부도난 이래로 수급자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상황에서, 항상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아빠가,

지금 현재 바람을 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람이라는 확실한 물증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아빠랑 진지하게

얘기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괜히 넘겨짚었다가 서로 민망해질까봐 ..

 

아빠께서는 현재 트럭으로 장사를 하고 계신데요, 요즘 폭설때문에

며칠동안 집에서만 계셨는데 그동안 술드시고 늦게들어오시고,

하루종일 주무시다가 낮에 일어나면 어떤 아줌마랑 계속 통화를 합니다.

 

아빠 핸드폰이 '컬러재킷' 이라는 핸드폰인데 그 핸드폰이 그냥 통화를 해도

상대방 목소리가 바깥까지 다 들리는데 .. 분명히 여자목소리인겁니다.

아빠가 평소 주위 친구들 중에 여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리고 12월 중순쯤부터 여자랑 통화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저 물건 배달하거나

공적으로 얘기하는 거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어요.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찝찝했습니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여자랑 통화하는 소리만 들려도 귀가 쫑끗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어느날 아빠 보는데 앞에서 일부러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더니,

아빠가 뭐하냐고 묻더군요. 저는 그 때 작정하고 통화목록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통화목록에 웬 "재일이" 가 그렇게 많은지, "재일이" 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재일이는 그냥 아빠랑 사과장사 같이하는 동생놈이라며 얼른 둘러대는데

"그냥 사과장사하는 동생놈이야.. 그냥 동생놈 .." 하면서 좀 당황하는 빛이

보이더라구요. 그리곤 바로 제 손에서 핸드폰 뺏어갔습니다.

 

그래서 누워있는 아빠를 의자위에 앉아서 내려다보며 계속 쳐다보다가

 

"아빠."

"왜."

"...."

"왜, 임마. "

"조심해 ..... 내가 몰라서 가만히 있는게 아니야..."

"뭘 조심해?"

".... 조심하라고 ...."

"니가 뭘알아?"

"조심해 ...."

 

그냥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예전같았으면 저 불러세워서

뭔소리를 하냐고 가만히 앉아서 차근차근 물어보실 분이지만,

아빠도 뭔가 걸리는 게 있는건지, 아니면 절 불러서 얘기하다보면

제가 아는거 다 말해서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까봐 걱정돼서인지 제가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나갔는데도 안방에서 꼼짝도 안하고 묵묵히 계시더군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면 할 수록 정말 확신이 드는 겁니다.

 

분명히 여자인데도, 사과장사 같이하는 친구놈이라고 둘러댔다고 해서

그거가지고만 수상하다고 여기는게 아닙니다.. 물론 직감도 있었지만 ..

 

* 길어질 수도 있으니 안보실 분들은 넘겨서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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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빠가 그 여자랑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된 건 작년 12월 중순이었습니다.

제 대학진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웬 여자랑 통화를 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아빠가 장사를 하시니까 뭐 김 굽는 아줌마랑도 친하시고,

요구르트 아줌마랑도 친하시니 괜찮겠거니 - 하고 넘어갔습니다.

또 아빠가 요즘 예전같지 않게 수다도 많이 떠시고 드라마도 보시고

삐지기도 잘 삐지기도 하셔서 그냥 친구도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생겼으려니 했죠.

그래도 전 딸이라 그런지 왠지 그런거에 거부감이 먼저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바로 아빠 통화목록 살펴봤죠. 정복순(가명) 이더군요.

 

그 후로 아빠가 남자향수, 스킨, 로션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냄새도 엄청 진한 .. 아시죠, 뭔지..

전 왠지 안좋은 예감에 아빠한테 쓰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냄새만 좋은데 왜 그러냐고 절 나무라시더군요.

 

그리고 술먹은 날, 아빠는 저한테 사골국맛 나는 라면을 끓이라고 시켜놓고

계속 그 여자랑 시덥잖은 내용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겁니다.

하 진짜 .. 끓이고 있는 라면 아빠한테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

내가 왜 다른 여자랑 통화하고 있는 아빠의 해장라면을 끓여야 하나 ..

진짜 간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뭔지 알았습니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먹었다는 둥, 너는 속이 괜찮냐고, 내가 속풀이를

해줘야겠다고 ... 등등의 아주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하면서 웃는겁니다.

그 여자는 내가 문자를 보냈는데 왜 답장을 안하냐고 징징거리고 ..


제 직감만인지는 몰라도 느낌이 빡 오는겁니다.

그런데 겨우 그런거(?)가지고 아빠를 몰아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고 ..

그래서 통화목록을 살펴봤죠. 재일이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오래된 목록을 살펴봤더니 정복순이 있더군요.

정복순을 봤더니 재일이랑 같은 번호였습니다.

아빠가 정복순을 '재일이' 라는 이름으로 바꿔놓은겁니다.


그리고 발신메시지함을 봤더니, 문자도 잘 못보내는 아빠가,

처음에는 "재일이엄마~ " 하면서 이런저런 몇통에 걸친 얘기를하고,

나중에는 "아 심심하다 뭐해? 왜이리 전화를 안받아 내가 집으로 찾아간다"

이런 내용까지 있었습니다.. 문자를 못하는 아빠가 .. 이여자 때문에

몇십분을 한자 한자 핸드폰 자판을 두드렸을지 .. 정말 치가떨려요.


결국 재일이가 아니라 재일이 엄마랑.. 노닥거렸다는 표현쯤으로 해 두죠.


그리고 얼마전에도 술 엄청 먹고 집엘 들어오지 않아서 저는 있는대로

화가 났었죠. 외박할까봐 계속 전화하고 또 전화했습니다.

어디있는지, 뭐하는지, 몇시에 들어올건지 잘 대답 하다가도,

누구랑 있냐고 물으면 "엉? 엉?" 하면서 계속 대답을 회피하는 겁니다.

그러다 결국 "남자랑 있어" 하면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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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심증은 있지만 제대로된 물증은 없어서 아빠가 그냥 친구라고 잡아떼면

할말이 없을 지경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아빠가 친구라고 잡아떼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빠가 핸섬한 스타일도 아니고, 항상 고도비만의 체형에 조폭같이 험난한 인상,

대머리, 애주가 ... 이런 외적인 면모 때문에 다른 여자가 아빠에게서

남성적인 매력을 느낄 수 없을거라고 판단했던 제가 참 어리석었던 거죠.

참 열심히 사시고, 남동생과 저에게 잘해주시고, 쉬는날엔 맛있는 것 해주시고,

이 추운날 벌벌 떨며 길거리에서 장사하시는 아빠 생각하면서

저도 눈물 참 많이 흘리고, 더 이 악물고 공부하고 그랬는데 ..

성실했던 아빠의 커다란 모습들이 단 한순간에 허물어짐을 시간이 지날때마다 느낍니다.

 

 

지금 현재상황은 아빠한테 조심하라고만 경고해서, 아빠도 제가 이렇게까지

알고 있을거라고는 생각 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눈치챈건 알겠죠?)

하지만 지금 저는 제가 발견한 반쯤의 증거 때문에 아빠 얼굴 쳐다보기도 싫구요,

집에 들어와서 아빠랑 마주치는것 그 자체가 싫습니다.

그냥 무조건 짜증부터 내고, 화부터 내고 - 

아빠는 지금 제 상태가 어떤지 일부러 심부름도 시키고 잔소리도 하면서

얘가 나한테 순종하나 안하나 테스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분노상태로서는 아빠가 건들기만 하면 잘됐다 하고 물어뜯을겁니다..

 

그렇다고 이런말을 주위사람들한테 털어놓을 수는 없잖아요. 엄마한텐 더더욱.

만약 아빠가 자꾸 이런식으로 더 나가면 아빠를 협박할 생각입니다.

계속 그 여자랑 사적인 연락을 한다는 물증을 제대로 잡는다는 하에 말이죠.


내가 그 여자랑 엄마랑 통화시켜보면 가정파괴가 뭔지 두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거라고..

막말로 엄마랑 아빠랑 이혼하더라도 나랑 동생은 무조건 엄마한테 갈 테니까

아빠는 그 여자랑 잘 살고, 앞으로 남은 평생동안 우리 얼굴 볼 생각 하지도 말라고.

이건 아빠가 선택한 인생이라고. 아빠는 나한테 큰소리 칠 자격 없다고 .....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저는 저런 모진말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겠지요 ..

더욱이 엄마랑 그 여자랑 통화를 시킨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안그래도 부잣집 막내딸로 행복했던 처녀시절을 곱씹으며 현재를 절망적으로 비관하는

불쌍한 우리 엄마 .... 엄마한테 이런말 하면 엄마는 ... 엄마 불쌍해서 어떡하죠..

엄마는 지금 정말 모르는건지,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

 


전 솔직히 좀 충격을 먹었지만 괜찮은 것 같은데, 제가 진짜 아빠한테 화나는 이유는,

엄마 몸 약한 거 알고, 일도 안해본 엄마의 공장 시다일이 얼마나 힘든건지 알면서,

살림 제대로 안했다고 구박아닌 구박하고 .... 그러면서 다른 여자한테 그렇게

살갑게 대했다는 거 생각하면, 배신감에 치가 떨려요.

 

20년을 넘게 살면서, 생활비 한푼 쥐어준적도 없고, 사업이랑 사업은 다 망하고,

없는 살림에 친가쪽 식구들 백만원 단위로 돈 턱턱 꿔주고 정작 받는건 하나도 없고,

여태까지 명의로 된 집한채도 없고, 술먹어서 각혈하고 입원한다음에 또 술먹고,

제가 모았던 용돈이랑 세뱃돈 한 200만원 다 끌어모아서 고스톱으로 다 잃고 ..


저런 면모도 있지만 우리아빠, 열심히는 살아요. 잘 살 궁리를 못해서 그렇지.

그냥 무뚝뚝 한가 싶다가도 또 한없이 자상하고, 개그맨 뺨칠 정도로 웃기고 -


그래서 더 배신과 실망이 커요. 원래 못된사람이면 질려서 그러려니나 하지.

생전 그런거 생각도 안해볼 것 같은 사람이 이러니까 ..

처음엔 그냥 오죽 삶이 무료하고 지겨웠으면 그랬을까.

얼마나 삶의 활력소가 없었으면 그랬을까, 싶었는데 엄마생각하니까 참을 수가 없네요.

엄마는 뭐 얼마나 삶이 즐겁고 행복해서 이러고 살까요?

만약 엄마가 이런짓 하고 다녔으면 아빤 가만히나 있었을까요?

 

아 .. 정말 글이 길어졌네요. 이런 창피한 글을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렇다고 엄마한테 얘기하자니 진짜 엄마 기절할 것 같아서 이런데라도 올립니다.

동생도 모르고, 엄마도 모르고, 저만 알아요.

 

지금 어떻게 행동을 해야 우리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건지 .. 부디 현명하신 분들의 조언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지금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