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계절학기 마치고 집으로 가는 68버스를 타면서 mp3에서 무미건조하게 때려대는 가요는 오늘 잠시 접어두고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겸 라디오를 틀었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바로 원스의 주제곡인 falling slowly 였다. 예전 원스를 인상 깊게 본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길래 집에 가면 다시 감상해봐야지 하고서 생각했다. 내 귓가에 앉아 있는 이어폰에서 펴지는 핸사드와 잉글로바의 목소리를 들으며 원스의 장면 하나하나를 곱씹어 본다.
falling slowly가 끝나고 불현듯 카모메 식당 영화도 연상된다. 카모메 식당은 tv에서 원스는 디브이디를 빌려서 봤었지. 원스는 720p로 다운 받아 놓고 소장 중이길래 상관 없는데 문제는 카모메 식당. 내가 애용하는 집 앞 dvd 가게에 혹시 없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다행히 기우였다.
1.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원스 거리에서 만난 한 남녀의 이야기다.
기타 선율과 피아노. 무엇보다 그녀의 우아한 빈민의 모습이 오래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도.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치던 그녀의 피아노. 멘델스존은 음악계의 엄친아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에게 신은 재능마저 주셨다.
그의 무언가를 연주하는 그녀는 체코에서 온 가난한 이주민. 어머니와 딸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 그래서 그 음악은 더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가장 우아한 음악인 멘델스존을 연주하는 빈민이라니. 이 아이러니함은 어찌할 것인가.
그녀가 성공을 위해 런던으로 가는 그에게 말한다. '밀루유 떼 베.' 물론 그는 이 체코말을 알아들을리 만무하다.
세계화의 물결이 전지구를 휩쓴 지금 가난한 보헤미안의 그 우아함. 그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언어로 이야기 하는 진실.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다시 한번 나에게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잘 살게 된 아일랜드인들이 모여서 부르던 노래 한 소절. '자유가 버겁다고 느껴질 때 감옥에 있는 미첼을 기억하라.'
자유와 자존을 위해 싸우던 아일랜드인들에게 미첼이 있다면 나에겐 과연 누가 있을까?
2. 그래도 삶은 살아야 하고 계속되어야 하겠지? 그렇다면 까모메 식당으로 가야 할 것 같군.
원스가 귀를 행복하게 하는 영화라면 까모메 식당은 코를 즐겁게 하는 영화이다. 그 식당의 커피와 빵 냄새가 아주 그냥 콧가에 진동을 하거든. 호텔 아프리카라는 만화는 우리나라의 불세출의 일러스트 작가 박희정이 그려낸 것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우리의 감각을 즐겁게 해주는 이런 작품들은 어느 공간에 찾아든 상처 입은 영혼들의 이야기이다. 당연하게도.
까모메 식당은 맛있는 빵과 커피로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한다만 상처입은 이 세상의 수많은 영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에게 따스한 커피와 빵을 공짜로 내어줄 수 있는 카모메 식당이 어딘가에 있겠지? 그러니 우리 인류는 반만년이나 다투고 싸우면서도 살아낸 것이겠지?
감동적이였던 2008 베이징 야구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을 떠올려보자. 올림픽 야구 결승전. 9회말 원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서 류현진 선수는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독이 든 성배를 마셔줄 선수는 없었다. 김경문 감독의 입장에서 어떤 투수를 그곳에 올려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낼지도 모르는 일을 감당하게 할 수 있을까? 캐나다전에서 그랬듯이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에게 상황을 해결하게 했을 것이다. 찬사는 류현진 선수의 몫이고 설령 잘못되어 비난의 화살이 날아온다면 그것은 투수교체타이밍을 놓친 김경문 감독 본인의 가슴에 와 꽂힐 것이니까.
그때 강민호 선수가 퇴장을 당했다. 전설의 99마일 글러브 속도를 뽐내며 말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는 것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김경문 감독은 아무 부담없이 투수를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어깨도 가벼워졌고 말이다. 어떤 드라마 작가도 이런한 이야기 매듭을 만들어내기 힘들겠지.
결과야 한국의 승리였다. 그 당시 난 공군병장이였고 이 경기를 같이 본 내무반원들과 기쁨의 격한 포옹을 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전에서 한기주 선수의 불쇼에 이은 뒤집기가 없었다면 어느 누가 한국의 기적을 만들어냈겠는가? 단기전 승부의 핵심은 심리이다. 한때 나의 우상이였던 임요환 선수가 그 비밀을 알아내고 스타크래프트계의 절대 본좌의 자리에 올랐던 것처럼.
올림픽 야구 우승을 하고나서 시상식 장면에서 한기주 선수는 환영 꽃다발도 받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기적을 이룬 올림픽의 제단에 제물로 바쳐진 어린 선수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그 고독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물론 늘 그렇듯이 비장의 무기를 늘 연마해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다는 엄연하고 뼈저린 프로의 법칙을 외면해온 한기주 선수의 나태함에 대해서라면 나도 할말이 많다. 비록 내가 응원하는 롯데 자이언츠팀의 멤버는 아니지만 나름 한국 야구계를 이끌어갈만한 재목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기대했던 선수이니까.
한기주 선수는 한국에 도착한 뒤로 까모메 식당에서 따스한 빵과 커피를 먹었을까?
까모메 식당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서 그 당시 구석진 자리에 앉아 웃으며 빵과 커피를 먹고 있을 한기주선수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Miluju te be
0.
계절학기 마치고 집으로 가는 68버스를 타면서 mp3에서 무미건조하게 때려대는 가요는 오늘 잠시 접어두고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겸 라디오를 틀었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바로 원스의 주제곡인 falling slowly 였다. 예전 원스를 인상 깊게 본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길래 집에 가면 다시 감상해봐야지 하고서 생각했다. 내 귓가에 앉아 있는 이어폰에서 펴지는 핸사드와 잉글로바의 목소리를 들으며 원스의 장면 하나하나를 곱씹어 본다.
falling slowly가 끝나고 불현듯 카모메 식당 영화도 연상된다.
카모메 식당은 tv에서 원스는 디브이디를 빌려서 봤었지. 원스는 720p로 다운 받아 놓고 소장 중이길래 상관 없는데 문제는 카모메 식당. 내가 애용하는 집 앞 dvd 가게에 혹시 없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다행히 기우였다.
1.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원스 거리에서 만난 한 남녀의 이야기다.
기타 선율과 피아노. 무엇보다 그녀의 우아한 빈민의 모습이 오래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도.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치던 그녀의 피아노. 멘델스존은 음악계의 엄친아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에게 신은 재능마저 주셨다.
그의 무언가를 연주하는 그녀는 체코에서 온 가난한 이주민. 어머니와 딸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 그래서 그 음악은 더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가장 우아한 음악인 멘델스존을 연주하는 빈민이라니. 이 아이러니함은 어찌할 것인가.
그녀가 성공을 위해 런던으로 가는 그에게 말한다.
'밀루유 떼 베.'
물론 그는 이 체코말을 알아들을리 만무하다.
세계화의 물결이 전지구를 휩쓴 지금 가난한 보헤미안의 그 우아함. 그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언어로 이야기 하는 진실.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다시 한번 나에게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잘 살게 된 아일랜드인들이 모여서 부르던 노래 한 소절.
'자유가 버겁다고 느껴질 때 감옥에 있는 미첼을 기억하라.'
자유와 자존을 위해 싸우던 아일랜드인들에게 미첼이 있다면 나에겐 과연 누가 있을까?
2.
그래도 삶은 살아야 하고 계속되어야 하겠지?
그렇다면 까모메 식당으로 가야 할 것 같군.
원스가 귀를 행복하게 하는 영화라면 까모메 식당은 코를 즐겁게 하는 영화이다. 그 식당의 커피와 빵 냄새가 아주 그냥 콧가에 진동을 하거든.
호텔 아프리카라는 만화는 우리나라의 불세출의 일러스트 작가 박희정이 그려낸 것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우리의 감각을 즐겁게 해주는 이런 작품들은 어느 공간에 찾아든 상처 입은 영혼들의 이야기이다. 당연하게도.
까모메 식당은 맛있는 빵과 커피로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한다만 상처입은 이 세상의 수많은 영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에게 따스한 커피와 빵을 공짜로 내어줄 수 있는 카모메 식당이 어딘가에 있겠지? 그러니 우리 인류는 반만년이나 다투고 싸우면서도 살아낸 것이겠지?
감동적이였던 2008 베이징 야구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을 떠올려보자.
올림픽 야구 결승전. 9회말 원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서 류현진 선수는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독이 든 성배를 마셔줄 선수는 없었다. 김경문 감독의 입장에서 어떤 투수를 그곳에 올려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낼지도 모르는 일을 감당하게 할 수 있을까?
캐나다전에서 그랬듯이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에게 상황을 해결하게 했을 것이다. 찬사는 류현진 선수의 몫이고 설령 잘못되어 비난의 화살이 날아온다면 그것은 투수교체타이밍을 놓친 김경문 감독 본인의 가슴에 와 꽂힐 것이니까.
그때 강민호 선수가 퇴장을 당했다. 전설의 99마일 글러브 속도를 뽐내며 말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는 것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김경문 감독은 아무 부담없이 투수를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어깨도 가벼워졌고 말이다. 어떤 드라마 작가도 이런한 이야기 매듭을 만들어내기 힘들겠지.
결과야 한국의 승리였다. 그 당시 난 공군병장이였고 이 경기를 같이 본 내무반원들과 기쁨의 격한 포옹을 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전에서 한기주 선수의 불쇼에 이은 뒤집기가 없었다면 어느 누가 한국의 기적을 만들어냈겠는가? 단기전 승부의 핵심은 심리이다. 한때 나의 우상이였던 임요환 선수가 그 비밀을 알아내고 스타크래프트계의 절대 본좌의 자리에 올랐던 것처럼.
올림픽 야구 우승을 하고나서 시상식 장면에서 한기주 선수는 환영 꽃다발도 받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기적을 이룬 올림픽의 제단에 제물로 바쳐진 어린 선수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그 고독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물론 늘 그렇듯이 비장의 무기를 늘 연마해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다는 엄연하고 뼈저린 프로의 법칙을 외면해온 한기주 선수의 나태함에 대해서라면 나도 할말이 많다. 비록 내가 응원하는 롯데 자이언츠팀의 멤버는 아니지만 나름 한국 야구계를 이끌어갈만한 재목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기대했던 선수이니까.
한기주 선수는 한국에 도착한 뒤로 까모메 식당에서 따스한 빵과 커피를 먹었을까?
까모메 식당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서 그 당시 구석진 자리에 앉아 웃으며 빵과 커피를 먹고 있을 한기주선수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