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2

namikko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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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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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Décembre 2009

 

 

피곤했던 탓인지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무거웠다. 알람은 정

확히 그 시간에 울렸건만, 기계를 탓할 순 없었다. 해가 중천이다.

시계는 정오를 향하고 난 아직 씻지도 먹지도 않은 상태다. 빨리 씻

고 나가야겠다는 의무감 마저 없었다. 유레일 패스도, 학원도 등록

해야 하는데 머릿속에서만 해야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전기 장판 속에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인지 아직 온기가 가득하다.

그나마 오늘은 따뜻해서인지 샤워할 때도 춥진 않다. 가볍게 스프를

끓여 먹었다. 서울에 있어도 파리에 있어도 나는 그대로다.

 

지하철이 싫어 버스를 타고 목적지와 가까운 곳에 내려 그냥 헤맸

다. 흑백필름을 장전한 빨간 카메라가 무지 애를 닳고 있었다. 찍을

것이 없던 요즘 가장 핫한 이슈가 생긴 셈이다. Paris. 닮고 싶은

곳. 승리의 여신상을 지나 모나리자를 찾아 한참 헤맨 뒤 목적을 달

성하고 나왔던 루브르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유리피라미드는

에펠탑과 쌍벽을 이루며 France! 를 외치고 있었다. 지도를 따라 오

페라 거리를 따라 올라갔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Avata는 여기서

도 인기가 많았다. 보고싶은데 줄이 너무 길다. Quick을 지나 조금

더 올라 가다 결국 돌아왔다. 허기가 지진 않는데 후렌치 후라이가

먹고 싶었다. 여기도 역시 줄이 길다. 그래도 먹을 것 앞에서는 한없

이 작아진다. 외계인과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마셨던 때가 생각이 났

다. 지금도 여전히 후렌치 후라이를 마셨다. 짭쪼롬한 맛이 4년전에

비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학원을 찾아 작은 골목을

한참 헤맸다. 가고자 했던 곳을 찾진 못했지만 이상한 할아버지가

말걸고 커피한잔을 하자고 했다. 정중히 거절하고 100원 짜리를 줘

서 돌려보냈다. 우린 그냥 그런 여행객이 아니다. 잘못 짚었지. 훗

 

또 다른 학원을 찾았는데 휴가철이라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실망하지

않았다. 아직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먼저였다. 가르니에

극장을 지나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있는 라파예트를 향했다.

심장이 환호했다. 알렉산더 왕 매장을 찾아 몇 층을 돌았지만 없었

다. 왜 그곳에 없는 것인가. 끌로에, 마크, 이자벨 마랭, 마르지엘라

다 돌아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알렉산더 왕 매장이 왜 없

지. 결국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나왔다. 맞은 편에 있는 세포라에도

찾고자 하는 화장품이 없어 그냥 나왔다. 가방 속에 든 건 공씨디 5

장 뿐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신년 세일이 있으니까.

 

외계인 줄 엽서 2장 산것도 깜빡했다. 파리와 어린이들이 쉬-하고

있는 귀여운 엽서다. 집주소를 알면 보내줄 텐데 아직 집에 들어가

지 않아 알지 못한다. 아쉽다. 파리도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파리의 버스는 좋다. 귀여운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멋진 훈남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가끔 고약한 치즈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타

기도 하지만 정경을 음미하기엔 좋다. 내일은 할 일이 많다. 이제 자

야지. 시간이 벌써 11시다. 내일은 꼭 7시에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