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일지) * 서민일보 *

토토201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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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배달 중에 한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한 손에는 종이 가방이 들려 있었고, 막 튀긴 치킨 냄새가 났다. 5시 무렵이므로 아마도 늦게까지 가게 영업을 하다가, 치킨을 튀겨 그녀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짐작되었다.

 

- 아주머니(이하 '아'로 표기): (엷게 웃으며) 수고하시네요.. 많이 추우시죠?..

- 나: 아,예.. 괜찮습니다.(..친절도 하시지.. ^^)

- 아: (바이크에 실린 신문을 이리저리 유심히 살피며) ..이 신문 서민얘기가 많이 나오는 신문 맞죠?..

- 나: (잠시 당황..) 아..예예..(모든 신문 사회및 문화면엔 당연히 나오죠..)

- 아: (자신의 짐작이 맞다는 반가운 표정으로) ..이 신문에는 정치얘기, 그런거 말고 서민 사는 얘기나 문화얘기등, 그런 것들이 많죠?..

- 나: (..혹시 나에게 구독 신청을?.. 기대..) 예예!.. 그렇죠! 그런 얘기들이 많이 있죠!..(정치면이 없는 신문이 어디 있나?.. 그리고 서민얘기야 다른 신문에도 다 있는데.. 우리 신문은 서민일보가 아닌뎅.. 혹시 문화일보를 말하나??.. -.-)

 

- 아: (신문을 지긋이 바라보며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저..이 신문 한 개(?)만 얻을 수 있을까요?..

- 나: (..휴.. 그럼 그렇지.. 그냥 달라는 얘기.. 까짓거..) 예예.. 여기 있습니다.(걍 잠재 독자 라고만 생각하자궁.. -.-;;)

- 아: (기쁘게 신문을 받아 들며 조심스레) ..이 신문이 맞는거 같네요. 생각해 보고 보게 되면 신청할께요..

- 나: (..그래.. 아쉽지만 할 수 없지 뭐.. 우리 신문 독자가 한 명 더 생기면 좋은거지 뭐.. 애써 자위..ㅜ.ㅜ) 예예!..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

 

받아 든 신문을 소중히 품에 안고 골목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주머니의 그림자 만큼이나 길게 드리워지는 고소한 치킨 냄새에, 왠지 나의 마음 한 켠이 싸아해져 온다..

생활 전선에서의 힘겹고 고단한 현실을, 살갑고도 따뜻한 우리네 서민얘기로 위로 받고픈 아주머니의 피곤에 젖은 얼굴, 그리고 그 뒤로 느껴지는 가족에 대한 애정, 푸근한 미소..  지친 그녀의 하루 마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정겨운 가족의 품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힘찬 발걸음 소리가 내 귀에 오래 울리도록 잠시 멈춰서 있었다..

 

.. 아 .. 배고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