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지갑을 도난당해 전재산의 반을 잃었습니다

Sherry201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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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7년 1월입니다

 

명동을 좋아하던 저는 친구와 자주 드나들던 명동의 모 커피숍에 앉아있었습니다

당시 저희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였고 잠시 앉아서 정리할 일이 있어서

커피숍에 들어갔던 것이죠

저는 들고있던 가방을 제 옆자리에 놓고

친구와 마주 앉아서 몇가지 서류를 꺼낸 후 뭔가를 적고 있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저녁 아홉시 즘이었고 앉은지 한 십오분도 안되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오는 문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제 신용카드에서 현금서비스 60만원이 나갔다는 문자였습니다

 

처음 한 일이초간 문자 사고이겠거니 생각하다가 갑자기 옆자리의 가방을 보니

지퍼가 열린채로 안에 지갑이 없어져 있었습니다

큰일났다 싶어 우선 은행에 전화해서 카드를 정지시키고 확인을 해보기로 했죠

그런데 전화를 하면서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사실을 알게됬습니다

 

제가 문자로 확인한 그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60만원 이전에

제 체크카드에서 1회 최대치 인출액이 하루 최대치로 뽑혀나간 것입니다

즉 70만원씩 열번이나..

 

저는 꼼꼼하지 못해서 당시 체크카드 하나와 신용카드 하나씩만 들고 다녔습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한 안전할거라 생각했던 거죠

제가 받은 월급은 꼬박꼬박 통장에 쌓여있었고 저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두가지로 필요할때마다 긁거나 뽑아쓰고 있었는데

그 통장에서 하루에 최대로 뽑을 수 있는 금액이 모두 나가버린 겁니다

당시 그 금액은 제가 모아뒀던 돈의 절반가량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나마도 마지막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문자가 안왔다면 아마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몰랐을지도 모르죠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하고 파출소에서 사고진술서를 쓰고

그 이후에도 회사 휴가내고 나와서 몇번이나 경찰서에서 상담을 했지만

범인은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은행에서도 비밀번호 유출은 본인 책임이라며 아무 보상이 안된다고 합니다

저는 맹세코 그날 atm기를 사용한 적도 없고, 비밀번호는 당연히 저만 알고 있었죠

 

나중에 제가 머물렀던 카페 cctv를 확인해보니

제가 들어온 후  어떤 키큰 남자가 들어와서는

뭔가에 몰두해있는 저를 계속 힐끗거리며 주시하고 있다가

제 가방이 놓였던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잠시 있더니 코트 밑으로 손을 감춰 지갑을

빼내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각에서 채 십분도 되지 않아 명동 은행사거리의 은행 2,3군데 atm기에서

바로 그 돈을 뽑아간 겁니다

은행 cctv에서는 마스크와 귀덮는모자를 눌러쓰는 바람에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더군요. 갑자기 cctv같은건 아무 소용없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액땜한거라 스스로 위로하며 비밀번호부터 모든 통장의 sms서비스 등등

불필요해보이는 것까지 총동원해 통장관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는 잊어버리고 했습니다

생각하면 마음만 아프고, 그냥..

사회에 기부했다 생각하고 속상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죠

 

 

 

그러다가 2년 후, 2009년 5월 즈음,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접하다가

제가 당한 수법과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온 30대 남성이 구속되었다는 글을 봤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자에게 전화해서 경찰서까지 연결되었는데

역시나 제 지갑을 훔쳐간 범인이 맞았습니다. 2년여만에 잡힌 것이죠

 

법쪽에 무지한 저는 죄를 지은 범인이 잡히면 보상받을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뭐 살인사건도 아니고 훔친거 돌려받는 건 큰 문제가 안될거라 생각한거죠

갑자기 잃어버렸던 돈을 2년만에 되찾을거라 생각하니 얼마나 흥분되던지요

담당검사를 찾고, 사건번호를 메모하고, 검찰청을 드나들고

겨우 상담약속을 잡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너무 단순했습니다

 

사정은 잘 알겠는데, 단순 절도라 검찰측에서 보상에 대해 도와드릴게 없다

그리고 피해자가 경제능력이 없는 만큼 돈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저는 갑자기 순진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가져갔으면 당연히 돌려줘야지...왜? 왜?

범인이 죽은것도 아니고, 사지가 마비된 것도 아니고, 70세 할아버지도 아니고

건장한 30대 남성이라는데 왜 못 돌려받는 건가

도대체 그 '경제능력' 이라는 정의는 잠재적 가능성도 배제하는 건가

지금 당장 달라는 건 아니지만, 돌려받을 수 있는 어떤 약속이나 희망같은것도 없는건가..

 

확실히 피해자보다 피의자가 보호받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 더 조사하고 상담도 받고 싶었지만

마침 그때가 제가 출국을 준비하고 있을 때라 더는 알아보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가끔 네이트 판에 이런 억울한 사연도 종종 올라오길래

저도 한번 처음으로 올려봅니다

어쩌면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좋은 조언을 해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지금은 외국에 머물고 있지만 올해 중순에 한국에 들어가면

다시 알아볼 계획입니다

 

정말 열심히 일해서 소중히 번 돈, 관리 잘합시다

 

소매치기도 아니고, 지하철에서 졸다가 당한 것도 아니고

멀쩡히 제 옆 의자에 놓였던 제 가방 안에서 도난당한 겁니다

그리고 비밀번호까지 알아낸 거구요

경찰은 제가 누출하지 않는 이상 그럴일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뭔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