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병사 5명과 양아치 1명을 데리고 있던 분대장의 사연

유상훈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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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 12월까지 해안을 지키던 육군 예비역입니다.(육군이 땅개라는 말은 무지에서 온 소리에요, 바다를 지키는 육군 병과도 있답니다.)

 

저의 군 주특기 해안 레이더병 이었고 선임병 2명이 휴가중 아르바이트 하던게 걸려서 다른 곳으로 전출 간 관계로 상병 둘쨋 달에 팔자에도 없는 분대장을 달게 되었습니다.

 

7명이었던 저희 분대의 분대원 중 저를 제외한 5명은 관심병사, 나머지 1명은 맞후임으로 다른 부대에서 하사 멱살을 잡아서 징계받고 전출온 양아치 였습니다.

 

해안 격오지 생활보다, 관심병사 5명을 데리고 있던 것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양아치 맞후임 1명을 데리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간부들이 시키는 일이 하기 싫어 '죽고싶다'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는 선임 상병, 기무대에 전화걸어 '자살하고 싶다'라고 말한 일병, 상황실에서 손목을 그은 다른 일병, 걸핏하면 아프다고 통합병원에 군생활 절반을 갖다오는 이병, 정신병 증세가 있는 다른 이병 이렇게 5명의 관심병사 분대원들과....

 

이런 애들을 선동해서 '왕고' 노릇을 하고 기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양아치 맞후임 1명 때문에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다른 부대에 있던 친구들은 '분대장 일찍 달아서 좋겠다'라고 부러워 했지만 사실상 막내생활만 2년 가까이 한 셈이었습니다.

 

기지장님 지시로 기지 내무사열을 한다고 해서 청소를 시작하게 되면 같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애들을 제 맞후임이 노래방으로 데려가질 않나 담배피러 데려가질 않나... 생활관과 담당구역 청소의 절반을 애들 돌아올때까지 50%를 제가 하게 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담당구역 청소가 제 시간내에 안 끝나기 때문에 기지장님 한테 혼나는 건 다반사였고 상급부대에서 사단장 방문시간이 30분도 채 안남아서 저와 다른 후임들이 청소를 부랴부랴 하고 있으면 제 맞후임은 멀쩡히 청소하고 있는 다른 후임들 데리고 누워서 TV를 보거나 담배피러 데려가곤 했죠.

 

다음 근무자가 선임이 됐든 후임이 됐든, 근무교대 시간이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근무교대도 안 해주고  자는 후임이 괜히 깨워서 심부름 시키거나 자기 담배 필 때니 자기 대신 근무서라고 하는 것은 다반사고 걸핏하면 다른 분대의 분대원들과 싸워서 평판이 아주 안 좋았던 녀석이었습니다.

 

제가 병장이 된후, 사단장 포상휴가를 나간 사이에, 부기지장님에게 크게 혼났던 모양이더군요.

 

'병장이 내일 모렌데 레이더 하나 제대로 조작 못해서 영상 받아보는 상급부대로 부터 지적을 받냐?'

'군생활 1년 반을 넘게 하면서 K-2 영점도 못 잡냐?'

'관심병사 애들 선동해서 쓸데없는 짓을 하냐?'

->참 어이가 없던게 제가 분대원들 상담하면서 들었던 얘기가 제 맞후임이 애들한테 휴가 얻는 방법을 알려줬답니다. 간부들한테 '자살, 탈영 얘기를 꺼내서 겁을 먹게하면 위로 휴가를 줄거다'라는 얘기를 해줬답니다. 그걸 분대원 중 1명이 부기지장님한테 얘기했다가 폭발한거죠.

'왜 선임병들한테 함부로 하고 후임병들을 괴롭히냐?'

 

이런 내용으로 혼났다고 하더군요.

 

제가 복귀하고 나서는 제가 간부들한테 찔렀다고 별 오바를 다하더군요.

 

휴가중엔 부기지장님한테 연락이 왔는데 휴가 복귀일에 좀 빨리 복귀하라고 하더군요. 제 맞후임이 제가 만들어놓은 결산자동계산 파일을 만졌다가 계산식이 완전 뒤틀렸는데 상급부대에서 그 파일을 요청한다는 얘기였죠.

 

제 맞후임은 짬은 짬대로 먹어갔는데 이등병, 일병 때 익혀야 할 근무, 훈련내용은 병장이 다 되도록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그렇다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고, 짬밥 타령에 기싸움만 2년 내내에 줄기차게 하더군요.

 

근무 시간엔 엎드려 자고, 취침시간엔 별 쓸데없는 짓 하면서 안자다가 일과시간에 생활관 몰래 들어가서 자고 있고, 훈련날 라운드 하우스 발령 될때까지 위장도 안하고 군장도 안 싸놓은채 늦잠을 자고, 레이더 장비에 이상한 게임과 텍스트를 깔아놔서 지우라고 하면 나중에 장비에 '니가 뭔데?, 꺼져'라고 칼질을 하질 않나....

 

이런 무개념한 행동에 대해서 뭐라고 지적하면, '겨우 한달차이는 차이도 아니다', '내가 광주에서 싸움 잘하진 않지만 맞고 다니진 않는다', '밖에 있었으면 눈도 못 마주칠거면서 겨우 한달 선임이라고 깝치는거 아니냐?', '밖에서 누가 나한테 이런식으로 지적질 하면 멱살이라도 잡는다', '군대라서 참는다' 라고 별 해괴한 말을 횡설수설 하더군요.

 

간부한테 이런 상황을 보고하자니 병사들일을 간부에게 얘기하는게 좀 그렇고, 간부는 간부 나름대로 제 맞후임이 발광하고 다니는 무개념 행동을 눈치채서 제 맞후임에게 주의를 주다가 제 맞후임은 제가 찌른 줄 알고 또 저한테 난리피고 저는 왜 분대장이 보고 안했냐며 간부에게 또 혼나고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현재 현역 일이등병님들, 그리고 아직 군대안간 현역판정 대상자 분들, 군대 사실 힘든 것도 많고 일반사회랑 분위기, 문화 차이가 엄청난것도 맞습니다.

 

학교에서 찌질거리며 자신에게 맞고 다녔을 애들이 자기 선임이 되거나 직속상관이 되는게 허다한게 군대입니다.

 

역사적인 인물중에서도 사회에서 낙오자, 찌질이라도 군대에서 최고 지휘관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선임병이 모질게 혼을내도, 그것이 선임병의 개인적인 욕심, 구타가 아닌 이상, 근무를 가르쳐주는 것, 훈련을 가르쳐 주는 것에 대해서 열의 갖고 열심히 배우세요.

 

꼭 완벽히 잘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특히 병사들 중에 유일하게 지휘권이 있는 분대장이 명령하는 것 청소, 근무, 훈련...

 

같은 병사 신분이어서 우습게 보일지는 몰라도 전시상황에서는 처형은 당연하고 평시에서도 징계 받습니다.

 

당신이 관심병사나 킹핀(부대 분위기를 저해하는 병사)꼬리표를 달게되면 군생활 내내 누구보다 마음속을 힘들게 될 겁니다.

 

군대는 눈치싸움, 기싸움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아두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