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권비영)

Julia20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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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권비영

펴낸곳  다산책방

초판  1쇄 발행 2009년 12월 21일


1912년 5월 - 25일 고종의 막내딸로 덕수궁에서 출생

1925년 3월 - 일본 학습원으로 강제 연행

1931년 5월 - 대마도백작과 강제 정략결혼

1956년 8월 - 외동딸의 자살, 계속되는 정신병동 감금생활과 조국의 외면

1962년 1월 - 37년 동안의 유랑생활 끝에 드디어 대한민국 귀환


불운한 나라의 황녀로 태어나 고난한 삶을 살다가 간 한 여인의 삶이 단지 다섯줄의 양력만으로도 그 아픔의 깊이가 헤아려진다. 신문에 소개된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읽어야겠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책을 주문하였다. 예전에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고종의 막내딸이었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좀 부끄러워졌다. 조선 왕조 마지막 황녀라는데 나는, 우리는 왜 그녀를 알지 못할까? 명성황후에 대한 관심과 울분으로 모든 국민들이 토로할 때도 있건만, 덕혜옹주에 대한 부당함에 우린 참으로 무관심했다. 더구나 그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1989년까지 살아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나라를 빼앗긴 참혹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고 싶듯 마지막 황족들은 그저 잊혀졌을 뿐이다. 조선 왕조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그러나 그 마지막 후손들이 아직도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곳이 찌릿하다.


고종의 막내딸로 태어난 덕혜는 나라를 빼앗긴 현실 속에서 황족에 입적도 하지 못하고 이름도 없이 지내게 된다. 나이 들어 얻은 유일한 딸이기에 사랑을 듬뿍 주던 고종이 저세상으로 떠나고 난 후, 덕혜는 강제로 일본 학습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곳에서 속국의 황녀일 뿐인 덕혜는 따돌림과 멸시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황녀로서의 자존심만은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아버지 고종도 오빠 순종도 독살 당했다는 생각에 늘 보온병에 자신이 마실 물을 담아 다녔다고 하니 어디에서든 느껴야했을 그 위협감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이루어진 대마도 백작 소 다케유키와의 정략결혼. 혹자는 그가 지참금을 노린 결혼을 한 비열한 인간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 또한 한 나라의 황녀와 사는 것이 쉬웠겠는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어지러운 나라의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맺어진 두 사람의 운명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그렇기에 조선인 덕혜는 마음을 열고 평범한 아내로서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고, 평범한 남자인 다케유키는 일본인으로 살아가길 바랬으니 어찌 결혼이 행복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둘 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다. 조선 이름, 정혜. 일본 이름, 마사에. 정혜는 정혜로 불리기를 싫어했다. 덕혜가 학교에서 당했던 조센징이라는 멸시와 설움을 정혜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조선인 엄마를 어린 딸은 미움과 원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일본이 패망하고 더 이상 하녀를 부리며 귀족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 오고, 다케유키는 덕혜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게 된다. 덕혜는 알면서도 모르는 듯 세상을 등지고 작은 방안에 오직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다. 정혜 또한 결혼을 하지만 바로 자살을 한다.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된 덕혜옹주는 창덕궁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하게 된다.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서 거친 운명을 짊어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그것이 옹주이든 임금이든 밑바닥 삶을 사는 백성들이건 간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서 가슴이 터질 듯 하였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 때문에.. 속국으로 살아야했던 시절의 암담한 우리나라의 현실 때문에..

다행이다. 그녀를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잊혀져버린 황녀로 저 멀리 일본 땅의 차가운 정신 병동에서 외로이 보내버린 시절을 알게 되어서.. 가슴에 깊이 남겨 두리라. 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