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잡지만 삼겹살이 맛있어, 홍익갈비 [서울 홍대 맛집]

Joshua T.2010.02.05
조회1,603

곰은 잡지만 삼겹살이 맛있어, 홍익갈비 [서울 홍대 맛집]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이 곳을 '홍익 숯불갈비 생고기'라고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냥 우리는 '홍익갈비'라고 부른다. 그래서 갈 때 마다 간판이 생뚱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우린 이 집에서 '갈비'를 먹은 적이 별로 없다. 맨날 삼겹살만 먹으러 간다.

곰은 잡지만 삼겹살이 맛있어, 홍익갈비 [서울 홍대 맛집]

우리가 홍익갈비에서 삼겹살만 고집을 하나면 첫째, 삼겹살이 도톰하다. 고기는 도톰해야 구워도 육즙 보존이 잘되어 맛이 더 있게 마련. 그리고 둘째는, 이거 아주 중요한데, 아주 센 불에 초벌구이를 해 준다.

여기서 하나 팁을 드리자면 고기를 굽는 곳에 갔을 때 절대로 종업원이 불판에 고기를 얹게 하지 마라. '우리가 할께요'하면서 불판이 어느 정도 달궈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기를 올려 놓으시길 빌어 마지 않는다. 고기 맛 훨씬 좋아지고 성취감도 느끼니 정신건강에도 꽤 플러스가 된다.

일단 주문을 받으면 밖에서 뚝딱 구워서 가져다 주는데 그 시간이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초벌구이한 것을 테이블 불판에서 익혀서 먹는 것이 이 집의 방식. 고기도 괜찮아서 맛은 끝내준다.

곰은 잡지만 삼겹살이 맛있어, 홍익갈비 [서울 홍대 맛집]

초벌구이가 된 고기가 나오면 불판에 감자와 함께 올린다. 이 감자는 그냥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노릇하게 구워지면 감자도 아주 맛이 있는데, 이 감자는 고기가 다 구워졌는지를 알아보는 '바로메타' 노릇을 한다. ㅋㅋ

고기가 익었는지 알아보려고 자꾸 뒤적거리면 고기가 맛이 없어진다. 고기는 굽는 것에 따라 적어도 20~30% 맛 차이가 난다. 그러니까 이 감자를 뒤집어 보면서 고기를 구우면 된다는 뜻. 어떤가 이만하면 잔머리 굴리는 데는 대가급 아닌가? 그러나 뭐라고 하지 마라. 다 맛있게 먹자고 하는 노릇이다.

곰은 잡지만 삼겹살이 맛있어, 홍익갈비 [서울 홍대 맛집]

일 인분을 처리하고 나면 또 일 인분을 올린다. 절대 고기가 불위에서 너무 오래 있게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후다닥 먹을 만큼만 올려서 먹고 난 후 또 굽는 것이다. 불위에 너무 오래있으면 고기에서 육즙이 다 빠져서 맛도 없고 괜히 배만 불러 짜증만 난다. 어떤 분들은 삼겹살을 바짝 익히는 것이 맛있다고 무진장 오래 고기를 굽는데, 개인적으론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랑 잘 안 만난다. 먹는 낙으로 이 놈의 X랄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분위기 흐리면 정말 밉다. 못됐다고 생각이 든다.

홍익갈비는 주인 아저씨랑 아줌마도 재미있고 친절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아 원래는 친절하신데 바쁘면 그렇지 못한다는 뜻이다. 원래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하여간에.. 이 집 맛도 좋고 친절하고 다 그런데 하나 단점은 환기가 너무 안 된다. 날이 따뜻하면 문을 활짝 열고 보도블럭에도 테이블을 놔서 장사를 한다. 그 땐 괜찮은데, 사건은 겨울에 있다. 추워서 문을 못 여니까 '곰을 잡는다'. 그래서 연기가 더 나고 양념이 타서 냄새가 더 많이 나는 갈비 (돼지갈비)를 안 먹는다.

그렇다고 아주 안 먹는 것은 아니고 이년에 한 번 정도 먹는데, 그걸 먹고 집으로 가면 냄새가 좀 심해 동네 개들이 아주 흥분을 한다. 참 공익적으로 안 되는 짓을 하는 거 같아 민망하고 죄송스러워 진다. 그래서 올바른 시민정신으로 돼지갈비를 피하는 것이다.

카페 많고 이자까야 많은 홍대 앞. 하지만 진작 재대로 맛있는 곳은 별로 없다. 하지만 홍익갈비는 연기와 냄새를 무릅쓰고 갈 만한 곳이다. 옷이야 먹고 세탁가면 되고, 그리고 이 집에 갈 땐 빨기 좋은 옷을 입고 간다. 샤방한 분위기에서 맛대가리 없는 거 먹고 나중에 영수증 보고 배 아픈 거 보다 훨씬 보람된다.

홍대 앞에서 소주가 땡기면 홍익갈비를 기억하고 찾아가 보길 바란다. 입안에 육즙이 가득한 맛이 달달한 소주와 아주 달 어울린다. 그 맛을 나누면서 사랑이면 사랑, 우정이면 우정을 더 돈독하게 만들어 행복함을 많이 많이 느끼시길 바란다.

곰은 잡지만 삼겹살이 맛있어, 홍익갈비 [서울 홍대 맛집]

상호: 홍익갈비 (홍익 숯불갈비 생고기)

전화번호: 02) 334-3354

주소: 모름

가는 법: 홍대역에서 홍대 정문으로 가는 큰길로 가다가 왼쪽에 '걷고 싶은 거리'가 나오면 쭉 걸어가다 길이 끝나는 지점쯤 오른쪽에 있다. 아니면 홍대역 (4번출구) KFC 오른 쪽 골목을 들어가면 '걷고 싶은 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좌회전을 하고 쭉 걸어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