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ㅅㅇㄱ2010.02.10
조회108

안녕하세요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여학생입니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속에있던 말을 꺼내봅니다.

저희아빠는 술을 많이 좋아하셨어요.

어렸을때부터 저녁밥을 드실때 소주한병을 매일 같이 드셨죠.

저는 당연히 저녁밥먹을때 아빠는 꼭 소주를 먹어야되는줄 알았고,

그땐 우리집뿐만아니라 모든집들도 그렇게 저녁을 먹을꺼라 알고있었죠.

저희 아빠는 술을 드시지 않을땐 누구보다 자상하고 누구보다 우리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빠였죠.

 

어느날, 전날부터 계속해서 술을 드시던 아빠가 엄마와 몸싸움을 하셧죠.

저보다 한살위인 오빠는 잠이 들어있는 상태였고, 저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그 상황을 다 보고말았죠. 엄마가 맞는걸 보고서도, 아빠가 맞는걸 보고서도

저는 아무말, 아무행동없이 멀뚱히 서서 보고만 있었어요.

아빠는 술에 취해, 아빠가 먹고있던 과일을 깍은 칼을 엄마에게 가져다 댔어요.

엄만 아빠를 밀쳐내고 밖으로 도망가셨죠.

그 추운겨울날 신발도 신지 못한채로 말이예요.

아빠가 칼을 들고 소리치는걸 본 저도 겁이나 엄마를 따라 나갔어요.

그때 저는 고작 초등학교 4학년.

시리도록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맨발로 서있는 엄마에게

제 신발을 벗어주었어요. 하지만 엄만 신지 않으셨고,

저와 엄만 옷도 신발도 제대로 신지못한채로 그 추위에 아빠가 잠들때까지 기다렸어요

 

아빠가 잠이 들고 저와 엄마는 집에 들어가 오빠를 깨워서 다시나왓죠.

그리고 간곳은 외할머니와 삼촌들, 이모들이 사는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저희 엄만 자존심이 무지 쎄시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아쉬운소리를 해가면서

작은이모집에서 삼개월정도 지냈어요.

그러다가 작고 허름한집을 구했죠. 어린 저는 허름하고 낡은 집이 너무 싫었어요

삐걱거리면서 열리는 문하며, 바람들어오는 창문, 쥐가 돌아다니는 창고.

모든게 마음에 들지않아 반항했죠.

먹고 싶은 걸 사주지 않는엄마가, 입고싶은 옷 사주지 않는 엄마가.

내가 원하는걸 들어주지 않는 엄마가 너무 미웠어요.

그렇게 엄마와 조금 틀어졋죠.

 

그로부터 또 3개월이 지난뒤 아빠가 찾아오셨어요.

저희가 살던 집은 어떻게 아셨는지..

아빠가 저희에게 용서를 구했어요. 제 나이는 이제 12살.

칼을 들고 있던 모습이 생생했던 저는 아빠를 밀쳐냈죠. 나가라고..

아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저희집을 찾아오셨어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도 오셔서 어린저에겐 큰돈인

2만원 3만원씩 주고 가셧어요.

하지만 저는 학교에 찾아오는 아빠가 너무 창피했어요

저 멀리 아빠모습이 보이면 숨기바빳고,

저와 아빠가 같이있는 친구들이 아빠냐고 물어보면

저는 아니라고 그냥 아는 아저씨라고 대답했죠...

 

원래의 저희집에서 도망간곳까지의 거리는 2시간. 왕복 4시간이죠.

아빠는 항상 일이 끝나면 2시간을 걸쳐 저희가 있는곳으로 오셨어요.

그리고 몇분도 있지못하고 왜 또 왔냐는 제 소리침때문에 다시 돌아가셧죠.

그러기를 한달이 다됬을무렵. 엄마는 아빠의 정성에 조금은 풀어지셨는지

아빠에게 6달이라는 시간을 같이 지내고 결정하자고 그러셨어요.

매일같이 찾아오는 덕분에 저도 아빠에대한 악감정들이 거의 수그러진 상태였죠.

그렇게 아빠와 저희는 많은 추억을 쌓은거 같아요

스티커사진도 찍고, 영화도 보고, 나들이도 가고, 강가에가서 물놀이도하고.

 

그렇게 6개월이 거의 다 지나갈때쯤.

아빠는 불안하셨나봐요. 그래서 또 입에 술을 대셨죠.

그리고 또 저희에게 막말을 하고, 폭력을 쓰고, 더욱 더 술을 마셔댔죠.

엄만 포기하셨어요. 아빤 술을 먹고 잠자고, 술먹고 잠자고를 몇일, 몇주일동안

하셨어요. 그런아빠에게서 저희는 또 도망을 갔어요.

 

그리고 제 생일날, 친할머니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엄만 가지 않으실려고했지만, 곧 가게 되었죠.

아빠가 너무 술을 많이 드셔서 몸속에있는

장기가 자기기능을 할수없게 녹아버렸다는거예요.

아빠가 숨쉴수있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대요.

하지만 병원에 찾아갈때마다 아빠는 잠이 들어있었어요.

수면제와 진통제로 하루내내 잠만 주무시는거죠.

어느날은 아빠가 잠시 눈을 뜨신거예요.

엄마와 저만 병실에 있었는데 아빠의 첫마디는 "누구야?" 였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소리치고 울고. 저를 기억못하는 아빠를 원망했죠.

뒤 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수면제와 진통제로 인해서 모든게 다 자기 기능을 잘 하지못했다는걸.

 

그 일이 있고 얼마지나지 않아 아빠가 하늘로 떠나버리셨어요.

장례식장의 영정사진을 보면 아빠가 "00아" 하면서 불러줄것만 같았어요.

아빠가 사라졌다는게 믿기지가 않았어요 믿고 싶지 않았구요.

3일을 울고 자고 울고 자고 햇던거 같아요.

마지막날 아빠를 영영 보내기전 아빠의 모습을 차디찬 영안실에서 보게됫어요

조금 핏기가 없었던건만 빼면 자고있던 아빠모습 그대로였는데

아빤 차가웠어요. 옷도 입지않고 얇은 천만 덮은채 그 추운곳에서 누워계셨죠.

 

그리고 제가 중학교를 입학했어요.

넉넉하지 않는 집안, 신경써주지않는 엄마, 다른애들과 난 다르다는 생각

그때문인지 저는 학교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나쁜길로 빠져들었죠. 친구들의 돈을 빼앗고, 가지고싶은 물건을 훔치고.

엄마에게 욕하고 개기고, 집에 늦게 들어가고.. 담배피고.술먹고

몸을 더럽힌걸 빼고는 나쁜짓이란 나쁜짓은 다했어요.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까지 항상 말썽이였죠.

 

그리고 작년, 고등학교를 입학했어요-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많은 저희 학교..... 여자가 별로 없어서

여자애들끼리 신경전이 대단했어요.

마음에 안드는 여자들한테 시비를 걸고 욕하고 싸우고,

내 힘으로 안되면 아는 선배를 부르고 , 싸우고 경찰서 가고..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1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저는 지금이서야 후회해요..

 

언제부터인가 제가 원하던걸 사주시던 엄마를,

학교에서 엄마를 부르면 그때마다 찾아가서 고개 숙이는 엄마를,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노력했던 엄마를,

나와 오빠때문에 집에 있기 불편해 항상 늦게 들어오던 엄마를,

저녁마다 제 얼굴 쓰다듬으며 울던 엄마를 저는 당연하게 생각했죠.

 

엄마가 지금 많이 노력하신 덕분에,

예전에 구질구질했던 환경이 아니라, 남들 몹지않게 살고있어요.

제가 이때까지 엄마 가슴에 박은 못을 하나씩 빼도,

못 박은 자리에 그대로 구멍이 뚫려있다는걸 느꼈어요.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혀버린 저를 욕하고 피하기보단,

보듬어주고 혼자서 모든일을 등에 짊어지신 엄마..

아직도 철들지 못해 방황하는 제게 믿는다는 말만해주시는 ..

세상에 어떤 말보다 가장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말. "믿음"

 

그리고 어젯밤 아빠가 꿈에 나오셨어요.

평생보지 못했을 만큼 기분 좋은 미소를 얼굴에 머금고 말이죠.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아빠가 미안해"라는 말을 하시고선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가셧나봐요.

 

아빠에게, 엄마에게 저는 치료할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습니다.

남자인 오빠보다, 여자인 저를, 동생인 저를, 막내인 저를

오빠보다 더 많은 사랑과 정성을 저에게 주셨지만

저는 부모님에게 사랑과 정성의 보답을 치료할수 없는 상처로 돌려드렸어요.

아빠가 술을 많이 먹기전, 제가 아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했다면..

지금은 아빠가 저희와 함께 같은 지붕아래서 살고있겟죠?...

딸이면서.. 애교하나없고, 까다롭기만 했던 제가 원망스럽네요..

 

여자의 몸으로 담배피고 술먹고 싸우고 못된짓거리나 하고....

담배핀지 꽤 오래되서 끊기도 힘드네요.. 어떻게 끊어야될지도 모르겟고...

금연침, 금연파스를 이용해봐도 별 효과를 못느껴요..

엄마는 가끔.. 제게서 담배냄새가 나면, 제 손을 꼭 잡아주면서 이러시죠.

아직도 담배를 피는거냐며.. 집앞 편의점에가셔서 사탕여러개를 사오세요.

그리고 하는말이.. "00아, 너 단거좋아하니까 그 쓴것보단 단거 먹어"라고..

차라리.. 욕하고 때리고 나가라고 하면... 제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엄마에게 너무 미안할 따름이네요

 

저는 6개월 전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공부할 시기가 늦었다는걸 알지만, 지금이라도 잘해볼려고 노력중이예요.

그 동안 해왔던 나쁜짓들을 한번에 고칠순 없지만,

후회하고있고, 반성하고있어요.

 

또 다시 이렇게 후회하기 전에

저는 살아계신 엄마에게 잘해드릴려고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