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둘러싼 ‘타깃맨 논쟁’…허정무 감독 선택은?

개마기사단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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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뉴스 2010-02-06]

 

최근 한 달 동안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이슈 중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던 용어가 바로 ´타깃맨´(Target man: TS)이다.

최근 해외전지훈련에 참가했던 국가대표팀 공격수들의 부진과 맞물려 ´국내에 과연 제대로 된 타깃맨 역할을 수행해줄 선수가 있는가´ 혹은 ´타깃맨이 과연 현 대표팀에 필요한가´ 등이 뜨거운 화두가 돼 팬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엇갈렸다.

타깃맨은 쉐도우 스트라이커, 윙포워드 등과 함께 공격수 유형 중 하나다. 말 그대로 공격수 자신이 타깃(과녁)이 돼 동료들이 공을 배급할 때 목표가 되는 선수를 의미한다. 흔히 힘과 높이를 갖춰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공중 볼을 따내 직접 득점을 올리거나 또는 문전으로 쇄도하는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타깃맨은 자신에게 많은 공이 집중되다 보니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과 위치선정 능력을 갖춰야 하며 공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볼 트래핑 능력도 요구된다. 언제든 한 방으로 상대 문전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골 결정력 역시 필수다.

디디에 드록바(첼시), 에마뉴엘 아데바요르(맨시티), 루드 판 니스텔루이(함부르크),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맨유),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 등이 널리 알려진 타깃맨 공격수의 전형이다.

타깃맨은 포스트 플레이를 많이 수행해야하는 역할 특성상 자연히 신체조건이 좋은 장신 공격수들이 주류다. 롱볼 위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일 경우나 상대팀에 제공권 뛰어난 장신 수비수가 없을 때, 혹은 경기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상대 문전을 공략해야할 때, 제공권과 파괴력을 갖춘 타깃맨의 존재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는 박주영과 이근호다. 하지만 이들은 타깃형 공격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들은 빠른 주력으로 수비를 교란하거나 중거리슈팅 혹은 돌파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쉐도우형 혹은 윙포워드형 공격수에 더 가깝다.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이근호에게 부족한 장점을 보충해줄 수 있고 이들과는 다른 강점을 지닌 제3의 공격수로서 타깃맨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정조국-고기구-조재진-정성훈-이동국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타깃맨 카드를 실험했지만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허정무호 출범 후 A매치에서 타깃맨형 공격수가 기록한 득점은 전무하다. 지난 3주간의 해외전지훈련에서 허정무 감독은 K리그 득점왕인 이동국에게 집중적으로 기회를 줬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허정무 감독은 전부터 인터뷰에서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굳이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격수가 타깃형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격수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골 결정력이며 흔히 타깃맨의 역할(공중볼 경합)도 스트라이커가 지녀야할 조건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

허정무 감독이 전지훈련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줬던 이동국의 활약을 비판하며 ´수비가담이 소홀하다´ ´문전에서 어슬렁거린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단지 타깃맨으로서의 역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전천후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갖춰야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동아시아대회 엔트리를 발표하며 새로운 타깃맨형 공격수를 뽑지 않았다. 기존 전지훈련에서 선발했던 김신욱과 하태균이 모두 하차하면서 타깃맨 역할에 가까운 공격수는 이동국 밖에 남지 않았다. 이근호가 새롭게 합류했지만 그는 타깃형과 거리가 멀다. 사실상 비슷한 역할의 경쟁자가 없는 이동국에게 이번 동아시아대회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역대 한국축구에서 타깃맨 역할을 수행했던 대표적인 공격수로는 황선홍, 최용수, 김도훈 등을 꼽을 수 있다. 9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황선홍은 스트라이커로서의 골 결정력은 물론 제공권과 패싱 능력을 두루 갖춰 전천후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최용수도 특유의 몸싸움과 헤딩능력을 앞세워 한 시대를 호령한 대형 공격수였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조재진이 비록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타깃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한국의 공격에 힘을 보탰다.

물론 키가 작거나 체구가 크지 않다고 타깃맨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안정환은 최전방 공격수로 필요할 때마다 타깃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본래 제공권이나 헤딩 면에서 크게 두드러진 선수가 아니었지만, 한일월드컵에서 기록한 2골을 모두 헤딩으로 따냈고 이것은 모두 경기후반 팀의 승점과 직결되는 골이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격언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 할 만하다. 황선홍 역시 90년대까지 대표팀 사정상 타깃맨 역할을 수행한 경우가 많았지만 사실 플레이스타일은 전형적 타깃맨과는 거리가 있었다.

허정무 감독이 타깃맨에 굳이 집착하지 않겠다는 점은 현재 대표팀 제1의 공격수 박주영의 성장과도 관계가 있다. 박주영은 최근 프랑스 무대에 진출한 이후 기량이 한 단계 성장하며 최근에는 몸싸움과 포스트플레이 능력도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S 모나코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수시로 박주영이 원톱을 맡으며 과감한 공중 볼 경합을 통해 타깃맨 역할까지 어느 정도 소화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몸싸움에 약하다´ ´유럽선수들을 상대로는 제공권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넘어서고 있다.

설기현 같이 윙어이면서도 공격수를 겸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들의 존재 역시 허정무 감독을 든든하게 한다. 공격수의 스피드와 활동량과 수비가담 능력 등 종합적인 공헌도를 높게 평가하는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공중 볼 경합 같은 타깃맨의 한정된 역할보다 다양한 장점을 지닌 공격수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사실상 대표팀에 남은 ´최후의 타깃맨´ 이동국에게는 동아시아대회가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타깃맨이라는 역할을 떠나 ´공격수´로서 자신의 득점본능을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다.

 

〔데일리안 뉴스 이준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