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겉볼량이라며 인물 때문에 죽어라 결혼 반대하시는 우리 엄마...

별난 엄마&딸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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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절대 뭐 교사라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제 상황을 적으려다 보니, 필요해서 밝힙니다. 작년 9월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8살 차이 나는 남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직장이 집에서 좀 멀리 발령 나다보니 저 혼자 자취를 하고 있던 상태였고요,

그 남자는 저보다 나이가 많았던 만큼(사실 그 사람 친구들은 이미 둘째 자랑할 정도의 나이이니)

저를 참 예뻐해주고, 잘 챙겨주고, 자상하게 해주었습니다.

아버지가 엄하셔서 제대로 못 부렸던 애교를 이 사람 만나서 처음으로 해봤네요.

이제는 가끔 제가 이렇게 애교 많은 아이였나 싶을 정도로 이 사람한테 아양을 떨고 곰살 맞게 합니다.

뭘 해도 정말 너무너무 예뻐해주거든요.

그리고 제 나이를 이미 겪은 사람인 만큼 저를 많이 이해해주고 인생의 선배이자 같은 직종의 선배로써 조언도 많이 해주는 그런 사람입니다.

가끔은 너무 원리 원칙을 따지는 성격이라, 제편 들어주기를 잘못하긴 하지만, 그래서 답답할 때도 두세번 있었지만, 이 사람이 저한테 잘하는 거에 비하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예요.

 

근데 이 사람 만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작년 초에 저희 집에 인사를 왔어요.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할 사이로 만나는 것을 허락해달라는 뭐 그런 인사였죠.

이 사람, 저희 집에 과일 박스에, 과일즙이며, 생선에, 어머니 드릴 꽃 바구니까지

정말 바리 바리 해 들고 저희 집에 왔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희 어머니, 정말 그 사람한테 '네 왔어요.' 이 한 마디 하시더니

저녁 준비하시는 내내 단 한마디도 안 하십니다.

그러더니 나중에 저한테 슬쩍 이러십니다.

너는 저걸 남자라고 데리고 왔냐고...

머리 숱이면 숱, 눈썹이면 눈썹, 코면 코, 이빨이면 이빨 뭐 하나 괜찮은 구석을 찾을 수가 없는 인물이라고...

물론 그 사람 잘 생기지 않은 건 인정합니다만, 정말 너무너무 모욕적이었습니다.

사실 그 사람 잘 생기진 않았지만, 어디 가서 그렇게까지 못 생겼다고 비난 받을 만할 정도 아니고요.

저 또한 외모는 꾸미기 나름이니,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눈엔 참 귀엽고 어려 보여서 좋은 그런 얼굴이니까요.

 

암튼 그러더니 멀리서 온 사람을 그날 저녁만 재우시고는 서둘러 아침 일찍 내려 보내십니다. 나중에 저한테는 그나마도 너랑 같은 직장에서 얼굴 볼 사람이니까 그나마 대접한 거다. 아니었으면 어제 저녁에 당장 쫓아보냈다면서 그러십니다.

 

그 날 이후로 전 어머니께 그 사람에 대해 정말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폄하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못 생기다 못 생기다 그렇게 못 생긴 남자는 처음이다. 어디 한 구석 매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어머니께서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저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 남자 만나기 전에 전 학교 교장선생님 소개로 만났던 남교사도 어머니께서 보시더니 너무 인물이 없다.

들창코에다 이빨이 못 생겨서 안 된다며, 제가 그 사람이랑 연락만 해도 '너는 그 들창코가 좋으냐?'라며 화를 내셔서 저랑 많이 싸웠습니다. 결국 그 사람은 어머니 성화에 제가 이기지 못하고 그만 만나자고 해버렸죠. 좋은 사람이었지만, 제가 그렇게까지 어머니한테 들볶이며 만날 자신이 생기지는 않더군요.

 

암튼 저는 그런 전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절대로 엄마한테 남자 외모 따위의 이유로 양보하지 않으리라 다집하고 무지하고 싸웠습니다. 결혼하겠다고... 그랬더니 울 엄마 제 핸드폰까지 뺏고, 연락하지 말라고 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문자보내고, 제 핸드폰 번호 뒤져서 그 사람 어머니한테까지 갑작스럽게 전화 걸어서 저는 딸 못 보낸다고, 그쪽이 아들 말려달라고... 정말 해도 너무 하게 하시는 겁니다. 그 때는 차마 당신 아들 못 생겨서 결혼 못 시키겠으니 말리쇼란 소리 울 엄마도 사람이라 못 하겠는지 궁합이 안 맞아서 못 보낸다고 했답니다. 울 집이 뻔히 교회다니는 거 그 집도 아는데... ㅡ.ㅡ;;

 

진짜 너무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번 겨울 동안 할 수 있으면 둘이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둘 다 신분이 공무원인지라, 여기 그만두고 다른데 간다고 해도 둘이 어디있는지 뻔히 아실 거고, 그렇다고 둘 다 직업을 그만 둘 수는 없고... 진짜 하루 하루가 지옥이네요. 전 정말 이 사람 너무 너무 사랑해서 헤어지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엄마랑 12시가 넘도록 싸웠네요.

제가 엄마

 "도대체 엄마가 왜 외모 못 생긴 걸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지 좀 알자? 그 사람 부모님도 원룸 몇 개 가지고 한달에 몇 백만원씩 꼬박꼬박 받으면서 사는데 지장 없고, 그 사람도 교사라 경제적인 걱정 없지, 사람 성실하고, 어디가서도 일 같은 걸로 욕 먹을 사람도 아니고, 처자식 굶길 사람도 절대 아닌데 도대체 엄만 왜 얼굴 때문에 반대하는 거야? 얼굴 못 생기면 월급 적게 준대? 사람들이 아님 나보고 못 생긴 남자랑 결혼했다고 나보고 병.신이라고 놀리기를 할거야? 아님 여자도 아니고 남자인데 얼굴 못 생기면, 어디 가서 대접 못 받나? 도대체 왜 그래?"

그랬더니 우리 엄마

 "뭐든지 겉볼량이라고 그랬어. 뭐든지 모양대로 보고 이름 붙이는 거야. 생긴 게 그 모양이면, 다 그만한 이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야.(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럼 울 나라 대통령하는 사람들은 다 인물 보고 뽑혔나? 전두환은? 노태우는? 이명박은? 그 밖에도 수도 없이 많은 인물 없고 잘 나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하나요?) 걔는 나중에 너 괴롭힐 거야. 그 얼굴 못 생긴 것 때문에 살다보면 너한테 컴플렉스가 생겨서, 너한테 의처증 생겨가지고 집착하고 고생시킬거야." 이럽니다. ㅡ.ㅡ; 그러면서 전에 내가 그 사람이 하도 편 안 들어줘서 속상해서 엄마한테 한번 했던 이야기 또 울궈 먹으면서 "니네 결혼 생활은 안 봐도 뻔해. 맨날 맨날 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싸우고, 사네 못 사네 이럴거야. 암 그렇지. 나부터도 결혼식에 안 갈건데... 그리고 그 시엄니란 사람도 사람이 아주 싸가지가 없던데(그럼 그렇게 경우 없이 전화해서 아무리 좋게 말했다 한들, 당신 아들 조건 안 맞아서 우리 딸 못 주겠다고 일방적으로 으름장 놓은 건데 어느 어머니가 좋게 나오실까요?) 넌 그 집에 시집가면 아주 구박덩어리로 사는 거야. 그냥... 고생문이 열렸어. 암. 가서 살아봐. 맛이 어떤지..."

아주 악담을 퍼부으십니다. 자기가 잘못한 건 눈꼽만치도 없습니다.

 

아 정말 너무 너무 힘드네요. 저도 나이가 27이고, 최소한 제가 결혼해서 고생 안 하겠다 싶은 사람은 찾을 수 있는 능력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 만나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사람은 자기가 내뱉은 말은 절대로,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 혹여 이런 말 하면 다른 분들은 지금 한 말들 다 거짓말이라고 속지 말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테지만, 이 사람은 자기가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처음부터 하지를 않습니다. 아무리 제가 꼬셔도... 특히 성격적인 면... '이제 안 그럴 거죠?'하고 물어보면, '응'이라고 대답 안 합니다. '그래. 정말 안 하도록 노력할게.'라고 하지요.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정말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제 눈에 보이는 그런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 그건 사람이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 성격인 거 잖아요. 이런 사람을 못 믿으면 누구를 믿고 살 수 있나요? 그렇지 않나요? 휴우~ 정말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