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핏

송상희201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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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트 영화] <위핏>

 

공부해라, 나쁜 친구 사귀지 말아라, 일찍 일찍 다녀라, 떠들지 마, 술먹지 마, 담배피지 마, 기타치지 마 마 마 마... 청소년 시절 듣기 싫었던 어른들의 잔소리들은 하나같이 '공감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장영화에 공감이 빠진다면 기성세대가 지리하게 늘어놓았던 잔소리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드류 베리모어가 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배우 출신 감독들의 역량에 대한 의심과 선입견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이 앞섰다. 배우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감독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드류 베리모어처럼 주로 말랑말랑한 영화에 출연해온 하이틴 스타 출신 배우가 감독한 영화가 어느 정도의 깊이를 획득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가진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드류 베리모어 감독은 멋진 입봉작을 만들어냈다. 성장영화와 스포츠영화 어느쪽으로 봐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재미를 갖추었고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이나 강박이 느껴지지 않는 군더더기없는 스토리라인과 연출은 간간히 끼어드는 재치있는 유머감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학업과 진로 이외에 롤러더비란 새로운 세계에 빠지게 된 주인공이 그로 인해 부모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 그리고 이성과의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그 해결책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애정과 믿음 안에서 찾아나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익숙한 클리셰이고 다음 장면이, 혹은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금방 눈치채게 할 정도로 복선이나 반전 없이 정직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이 점은 이 영화의 단점으로 작용하기보단 오히려 2시간동안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다른 영화들과 차별되는 산뜻한 뒷맛을 남긴다.

 

 

'열정을 쏟아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그리고 그 일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만 아니라면 학업이나 진로 걱정 따위는 잠깐 접어두고 실컷 몰두해봐!' 누구보다 튀는(?)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보낸 드류 베리모어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면서도 희망적이다. 모든 사람이 근엄하고 모범적이고 어른스럽게만 성장해가는 세상은 얼마나 딱딱하고 재미없는 곳일지... 인생과 세상에 의외성이라는 재밋거리를 던져주는 건 일탈이라고 몸으로 말하는 멋진 언니들과 귀여운 반항아의 사랑스러운 영화다.

 

 

P.S : 롤러더비의 최강자 '아이언 메이븐'(사진 왼쪽)을 연기한 강렬한 인상의 배우, 무척 낮익으면서도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는데 엔딩크레딧을 확인하며 무척이나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