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데이트란 걸 하고 왔어요..

문학소녀소년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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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이었습니다

생전 여자 한 번 못 만나본 저에게

친구가 아는 친구가 있다며 소개팅 제의를 했습니다.

상대방과 사귀는 건 둘째치고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법하다 싶어 순순히 승낙했습니다.

 

소개팅 당일 날, 긴장 되더군요.

만나면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옷은 어떤걸 입고 나가지?

소개팅 1시간 전부터 이런 저런 고민에 시간을 보내고

제 기준에 나름 차려입고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제가 일찍 도착했더군요.

그 사람이 오기 전까지 기다리는데

입에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손에 땀을 쥐고 있었습니다.

처음이었으니까요, 긴장하고 있었으니까요.

 

10분쯤 지났을까요 약속장소 저멀리서

어떤 여자분이 걸어오는 게 보입니다.

혹시나가 역시나, 저와 약속된 그 사람이었습니다.

 

여자들은 모두 화장을 진하게 하고

짧은 옷들만 입고 다닐꺼라 생각했던

저는 그 사람을 보고 그런 고정관념이 깨져버렸죠.

그 사람은 꾸민 듯 만 듯 수수한 옷차림에

화장도 한 건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오히려 제가 너무 꾸미고 나온 것 같아 뻘쭘하더군요.

 

인물이요? 평범했어요.

그냥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 그냥 편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어요.

저는 데이트가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 분이 그러더군요.

날도 추운데 어디 들어가서 따뜻한 것 좀 먹자고.

 

그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카페들어간다고 없던 화제거리가 생기나요.

저는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깨고자 정말 사돈의 팔촌,

옆집 이웃 얘기까지 하며 애썼습니다.

물론 99%가 거짓말이었지만요.

 

별 달라질게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역시 난 연애는 안되는 놈인가보다.’

그런데 이게 왠일 인가요.

가만히 제 얘기를 듣고 있던

그 사람이 살며시 미소를 띕니다.

다행이구나 싶더군요. 제 농담에는

친구들도 안웃어주는데 그 사람이 웃어주다니

정말다행이다 싶더군요.

 

그렇게 적막이 흐르던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저와 그 사람은

카페를 나와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커플들이 많더군요.

그런 다정한 커플 사이에 저와 그 사람은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걷고 있었죠.

서로의 거리 때문이었을까요.

다시 어색한 기운이 흐릅니다.

 

그 사람이 묻네요. 제 취미가 뭐냐고.

한참을 고민하던 저는 당연한듯 말했습니다.

사진찍는 게 취미라고 사진찍으러

자주 이곳저곳을 다니곤 한다고 말입니다.

사실 이것도 다른 누군가의 취미일 뿐 

나의 거짓말이었어요.

 

그러자 그 사람이 자신도 사진찍는 게 취미라며,

언제같이 사진찍으러 가자고 하네요.

어떻게 이런 우연이, 그렇게 농담반 진담반,

후에 만날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늦어 그 사람을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러 갔습니다.

버스가 늦네요. 그렇게 추운바람 맞으며

서있던 나와 그 사람, 날이 많이 추운탓이었을까요.

그 사람이 두 손을 비비며 호호 입김을 불고 있더군요.

그걸보던 저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 사람 두 손을 꼭 감싸주었습니다.

 

그 사람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런 상황에 나도 잡았던 손을 치우며

당황하게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연거푸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 버스가 오네요.

그 사람이 탈 버스랍니다.

그 사람은 버스에 올랐고,

버스는 그렇게 떠나는 듯 했습니다.

 

이런 저런 아쉬움에 멍하게

그 사람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창밖에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줍니다.

지금까지 했던 걱정 아쉬움이 싹 풀리더군요.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얼굴에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 말이죠

 

그 사람..

또다시 만날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