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째서인지 별로 불안해지지 않는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것은... 마음의 거리뿐이다. 마음이 엷어지는 것. 그저 그뿐. 이 리시테아에 있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것이 싫다. 노보루와 그 도시에 있었을 때의 일상적인 감각. 노보루와 함께 있었을 때의 기분. 그것을 내 마음의 기준위치로 삼고 싶다. 그것이 내 안에서 옅어져가는 것이 무섭다.
- 나는 이곳에서 깊은 인연 따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면 그럴수록 지구와의 인연이
엷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의 근원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힘의 근원과 이어져 있기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했다.
- 수신자까지의 거리: 13,477,536,000,000km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 1년 16일 12시간
1년만의 노보루, 잘 지내? 메시지가 굉장히 늦어져버렸지, 미안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리시테아 호는 말이야, 방금 전에 1광년 거리를 워프했어. 내 입장에서는 1년이 지나지 않았어. 나는 아직 열다섯 살이야.
연락할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노보루에게서 1광년이나 떨어져버렸어.
이 메시지가 도착할 무렵에는 난 이미 시리우스에 있을 거야. 앞으로는 메시지가 도착하기까지 8년 7개월이 걸리게 돼... 미안해. 우리는 마치
우주와 지상으로 갈라져버린 연인 같아. 미안해.
- 있잖아, 노보루. 노보루가 이 메시지를 읽을
8년과 224일과 18시간 후에도, 나는 노보루를 아주 아주 좋아해...
[별을 말하다]
노보루 편
-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을 그녀에게 말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살던 이 한산한 도시가 이 지상에서 가장 우주에 가까운 장소였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실감한 것은 미카코가 멀리 가버린 뒤로 몇 년이나 지난 후였다.
- 진학을 앞둔 2월에
그녀가 먼저 열다섯 살이 되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내가 따라잡듯 열다섯 살이 된다. 나와 그녀의 시차는 1개월. 나는 늘 그녀를 따라간다. 결코 좁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
벌어지지도 않는다.
- 관성. 나는 기세가 붙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이 기세대로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속도로, 같은 곳으로 나아가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연장선에
많은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근거 없는 낙관적인 전망에 지나지 않았다.
- [앞으로도 메시지가 도착할 때까지 점점 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될 거야. 괜찮아!] 이때 나는 이 말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뭐가 괜찮다는 거지? 그 한 마디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더, 아주 어른이 된 뒤다.
- 나날이 실재감이 엷어져가는 미카코의 기억에 힘겹게 매달리려고 했다. 그것은 어쩐지, 떠나려는 사람의 소맷자락을
붙잡아 말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를 좋아한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기다려달라고, 미카코는 말하지 않았다.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약속을, 나는 하지 않았다. 어째서 약속하지 않았던 걸까. '기다린다'는 감각이 엷어져간다. 그래도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은 버릇이 되었기에 기계적으로, 무감동하게 버튼을 누르게 된다. 메시지 체크 버튼은 닳아서
표면이 완전히 벗겨져버렸다. 내 마음도 마모되어가고 있다.
-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나는 메시지를 기다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얼마나 멋진가.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하고. 강하고. 너무나도 선명했다. 나는 단박에 항복해버렸다.
- 미카코가 이것을 쓴 때로부터 이미 1년이 지났다. 미카코도 그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 단 1년 사이에 미카코를 느끼려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미카코는 지금도 아마
헤어진 아픔을 계속 느끼고 있으리라. 그리고 8년이 흘렀다.
- 열여섯 살 소년에게 8년이라는 건 반평생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렇지 않다. 더 큰 시점으로 그 시간의 양을 잴 수 있다.
- 나도 스물네 살이 되어 그럭저럭 많은 경험을 했어. 스물네 살인 미카코는 어떤 아이가 되어 있을까. 너는 살아서 이 별들 어딘가에 있어. 그것을 틀림없어. 왜냐하면 내가 여기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는-. 나는 만나고 싶어.
별의 목소리
[사랑의 말]
미카코 편
- 나는 어째서인지 별로 불안해지지 않는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것은...
마음의 거리뿐이다.
마음이 엷어지는 것.
그저 그뿐.
이 리시테아에 있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것이 싫다.
노보루와 그 도시에 있었을 때의 일상적인 감각.
노보루와 함께 있었을 때의 기분.
그것을 내 마음의 기준위치로 삼고 싶다.
그것이 내 안에서 옅어져가는 것이 무섭다.
- 나는 이곳에서 깊은 인연 따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면 그럴수록
지구와의 인연이
엷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의 근원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힘의 근원과 이어져 있기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했다.
- 수신자까지의 거리: 13,477,536,000,000km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 1년 16일 12시간
1년만의 노보루, 잘 지내?
메시지가 굉장히 늦어져버렸지, 미안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리시테아 호는 말이야, 방금 전에
1광년 거리를 워프했어.
내 입장에서는 1년이 지나지 않았어.
나는 아직 열다섯 살이야.
연락할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노보루에게서 1광년이나 떨어져버렸어.
이 메시지가 도착할 무렵에는
난 이미 시리우스에 있을 거야.
앞으로는 메시지가 도착하기까지
8년 7개월이 걸리게 돼...
미안해.
우리는 마치
우주와 지상으로 갈라져버린 연인 같아.
미안해.
- 있잖아, 노보루.
노보루가 이 메시지를 읽을
8년과 224일과 18시간 후에도,
나는 노보루를 아주 아주 좋아해...
[별을 말하다]
노보루 편
-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을 그녀에게 말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살던 이 한산한 도시가
이 지상에서 가장 우주에 가까운 장소였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실감한 것은
미카코가 멀리 가버린 뒤로
몇 년이나 지난 후였다.
- 진학을 앞둔 2월에
그녀가 먼저 열다섯 살이 되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내가 따라잡듯 열다섯 살이 된다.
나와 그녀의 시차는 1개월.
나는 늘 그녀를 따라간다.
결코 좁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
벌어지지도 않는다.
- 관성.
나는 기세가 붙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이 기세대로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속도로,
같은 곳으로 나아가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연장선에
많은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근거 없는 낙관적인 전망에 지나지 않았다.
- [앞으로도 메시지가 도착할 때까지
점점 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될 거야.
괜찮아!]
이때 나는 이 말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뭐가 괜찮다는 거지?
그 한 마디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더, 아주 어른이 된 뒤다.
- 나날이 실재감이 엷어져가는 미카코의 기억에
힘겹게 매달리려고 했다.
그것은 어쩐지,
떠나려는 사람의 소맷자락을
붙잡아 말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를 좋아한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기다려달라고, 미카코는 말하지 않았다.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약속을, 나는 하지 않았다.
어째서 약속하지 않았던 걸까.
'기다린다'는 감각이 엷어져간다.
그래도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은 버릇이 되었기에
기계적으로, 무감동하게 버튼을 누르게 된다.
메시지 체크 버튼은 닳아서
표면이 완전히 벗겨져버렸다.
내 마음도 마모되어가고 있다.
-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나는 메시지를 기다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얼마나 멋진가.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하고.
강하고.
너무나도 선명했다.
나는 단박에 항복해버렸다.
- 미카코가 이것을 쓴 때로부터 이미 1년이 지났다.
미카코도 그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 단 1년 사이에 미카코를 느끼려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미카코는 지금도 아마
헤어진 아픔을 계속 느끼고 있으리라.
그리고 8년이 흘렀다.
- 열여섯 살 소년에게 8년이라는 건 반평생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렇지 않다.
더 큰 시점으로 그 시간의 양을 잴 수 있다.
- 나도 스물네 살이 되어 그럭저럭 많은 경험을 했어.
스물네 살인 미카코는 어떤 아이가 되어 있을까.
너는 살아서 이 별들 어딘가에 있어.
그것을 틀림없어.
왜냐하면 내가 여기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는-.
나는 만나고 싶어.
만나고 싶어, 미카코.
나는 가겠어.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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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02년 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때부터 이미,
'여백의 미'는 통달한 것 같다.
말할 수 없고 말하지 않는 간극.
그 슬프도록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