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의 글입니다.

ud12010.02.23
조회89

삐까번쩍 휘황찬란한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정중한 대접을 받으며 신상품 설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시끌벅쩍하고 어수선한 장터에서
평범한 서민들과 상인들의 일상을 엿보고 좌판을 구경하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난 어딜 가나 시장이나 좌판 구경을 즐긴다.

여기 우에노(上野)에도
아메야요코쵸우 (アメヤ横丁) 라고 제법 유명한 시장이 있다.
대개 아메요코 (アメ橫) 라고 부른다.

듣자하니 토쿄 유일의 재래시장이란다.
정말로 유일인지 무이인지는 나도 모른다.
서울도 다 알지 못하는데 이방인이 더 크고 더 넓은 토쿄를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한국 사람들은 아메요코를 '토쿄의 남대문 시장'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재래시장 (분위기)라는 점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한국의 남대문 시장에 비해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남대문 시장처럼 아메요코 시장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소위 미제물품들의 암시장으로 시작된 것 같다.

'아메'로 발음되는 일본의 한자들이 몇 있는데,
가령,
비를 말하는 '雨',
엿을 의미하는 '飴',
하늘을 지칭하는 '天',
콩 삶은 콩물을 뜻하는 '豆汁',
송어? 산천어? 뭐 그런 물고기 '鯇' 등등...

예전에 엿(飴, 아메)을 파는 가게(屋, 야)들이 주욱 늘어서(橫, 요코) 있었기 때문에
飴屋橫, 즉 '아메야요코'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고,
그러나 발음이 비슷한 한자들이 많지만 그걸 쓰지 않고,
카타카나 アメ(아메)로 표기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아메리카'에서 따온 '아메'인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잘 아시겠지만,
단어를 팍팍 줄이거나 일부만 따오는 게
일본(어)에서는 전혀 드문 일도, 어색한 일도 아니다.
참고로, 오오사카에도 아메리카촌, 아메무라(アメ村)가 있다.
그러나 오오사카의 아메무라는 시장이 아니다... ^^)

아, 우에노의 아메요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한국 식품과 의류 등을 파는 코리안요코쵸우 (コ-リアン橫丁)가 있다.


엊그제 그 아메요코에서 목격한 일 하나...

어느 나라엘 가나 한국 사람들이 없는 곳이 없고
따라서 한국말이 귀에 들리는 게
더 이상 신기한 일도, 격하게 반가운 일도 아닌데,
"네, 어머님...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자연히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한국인 고부,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였는데,
대충 분위기를 짐작컨대,
며느리는 시집온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았고,
일본과 일본말에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반면 시어머니는 비교적 익숙해 보였는데,
아마 일본에서 생활하는 것 같았다.

그들 고부는 새우를 살 작정이었던 듯,
산 새우를 가리키면서 며느리가
"어머님, 저기 새우..."
그러자, 시어머니는
아주 권위적인 표정과 말투로,
"넌 그것도 모르냐? 저건 생으로 먹는 오도리야..."
그러면서 몸을 획 돌려 앞장서 가는 것이었다.

물정 모르는 새색시는 '오도리'가 뭔지 모르는 표정으로
황급히 뒤따르고 있었고...


한국식 일본어 '오도리'는
아시다시피, '날로 먹는 산 새우'를 지칭하는데,
일본말로 제대로 쓰면,
えびの躍(おど)り食(ぐ)い(에비노오도리구이)쯤 될 것 같다.
여기서 에비(えび)는 새우...


여튼,
그 한국인 고부를 보면서
잠시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남남도 아닌 고부간에
좀 더 따뜻하고 정겹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아가, 저거는, 우리가 사려는 게 아니고,
생으로 먹는 새우란다..." 하고,
물정 모르고 현지 사정에 어두운 며느리를
시어머니는 좀 더 살갑고 인자하게 배려할 수는 없었을까?


시어머니는 자신의 그런 모습과 행동이
권위를 만들고 그래야 위엄이 생긴다고 믿는 것일까?

그들의 속사정이야 알 수 없고,
사실 내 알 바도 아니지만,
아쉽고 씁쓸했던 장면이었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다른 것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