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알바를 한다는 것

. 2010.02.25
조회268

 

12시쯤, 일하는데 왠 20대초반폐인으로 보이는 녀석하나와

딱 고딩같아 보이는 여자애 두명이 들어왔다

순간, 머릿속으로 그려지는건, '무슨사이일까?' '폐인같이생겼는데

혹시 원조교제?'...

따위를 그리다가 물어봤더니 친척동생들이란다

혹시나해서 무슨관계냐고 물어보니 머뭇거리더니

엄마쪽 사촌들이란다

사실 엄마쪽 사촌들이면 골치아프다...

신분증이든 학생증이든 이름을 봐도 알수없으니까

일단은 별 생각없이 알겠다고했다

나도 미쳤었나보다

어제 너무 일을 많이해서 미친 게 분명하다

그렇게 카운터에서 2분쯤있다 생각해보니까

미성년자 주제에 흡연석으로 가더라

당장가서 말했다

여기는 흡연석이니까 미성년자는 금연석으로 가셔야한다고

친절하게 말하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나

띠껍기 그지 없었던 것 같다

그 녀석들은 금연석으로 갔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사촌지간이라면서 흡연석에 앉아도

별말 않는 폐인자식이 내심 기분 나빴다

난 그 길로 그 빌어먹을 놈한테 가서 주먹이라도 꽂고 싶었다

꼭 사촌지간이아니라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개념 없는 아저씨가 뻑뻑 담배를 피워대도 화가 나는 나인데

그 녀석은 지극히 인간적이지 못했다

그냥 지구에 껌딱지마냥  붙어서 하루하루 똥만 만드는 기계일뿐,

아. 지구에 붙어있는 껌딱지를 비하하는 게 아니다

그 녀석에 비하면 바닥에 붙은 껌딱지가

지극히 사랑이 넘치고 이성적인 녀석일 것이다

적어도 녀석처럼 하루하루 쓰레기를 만들진 않으니까

 

아, 중간에 담배 뻑뻑 피워대는 아저씨가 나와서 말인데

한 3일정도 된 거같다

 

우리 가게엔 게임을 하러 일종의 가족 나들이처럼 이따금씩 오는 한 일가족이 있다

글쎄... 담배냄새 많은 PC방으로 아이들을 끌고 오는 엄마와 아빠

처음에는 이해가 안갔다

한 녀석은 5살 정도 되어보이고 한녀석은 9살 인 것 같다

젊은 부부인데 아이들은 물론 금연석으로 보내고

둘은 흡연석에 가서 게임을 한다

그래도 그 중 아버지란 사람은 꽤 자기의견이 명확한 사람이다

아이들이 서로 싸우거나 게임을 하다가

욕 따위를 하면 꼭 혼내주라는 것, 아이들 있는 금연석에 담배냄새 안오게 아니면 금연석에서 흡연하는 사람 없도록 해달라...

따위의, 자기 딴에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말하는 것인지...

그럴 바엔 담배냄새로 가득찬 이곳엔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는 게

더 나을 듯 싶은데...

 

아무튼,

그래 그 때도 아이들은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난 여느 때처럼 카운터를 보며 일을 하는데

얼핏 30대 후반 되어 보이는 아저씨께서 담배를 태우시고 있었다

문제는 금연석에서 열심히 뻑뻑 피워대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나도모르게

청소하려고 들고있던 마폿자루를 바닥에 던지다시피 하며

말했다. "손님 여기서 담배태우시면 안되시거든요 칸막이 옆이 흡연석이니까 저기 가셔서 피우세요"

그러자 그 아저씨도 당황했는지 피우던 담배를 얼른 끄시더라

덧붙여 저쪽에 아이들이 있으니 주의해 달라...

 적반하장... 웃긴건, 내가 부탁하는 투였다는 거다

그리고 그러길 두번... 세번...

처음엔 그 아저씨께서도 화가 나시는지 이따금씩 성질을 내셨다

네번째가 되었다

나는 다시 가서 말했다

이번에도 "알겠다고","에이씨"...

카운터로 돌아왔다

좀 있으니까 출출한지 주린 배를 채우려고 먹을 것을 사와서 카운터

에 내려놓더라

그리고 나는 바코드를 찍으며 넉살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저씨 안피우실꺼죠? 저기에 아이들도 있는데 흡연석 가서 피세요 애들한테 안좋잖아요..."

그러더니 아저씨도 멋쩍은 듯이 애꿎은 뒷머리를 긁으며

처음엔 모르고 피웠는데 그 다음부턴 정말 나도모르게 피웠다고

미안하시댄다

뭔가 뿌듯했다

그 아저씨께선 자리를 옮기셨고

나는 더 이상 갈등을 빚지 않고 끝냈다

웃음이라는 미묘한 녀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