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후기 좀 길어요 ㅜㅜ

....2010.02.25
조회1,470

좀 길어요...

 

입학한 이후로

 

두세번의 소개팅이 들어왔지만

 

전부 다 거절했었지

 

내가 잘나서 거절한게 아니라 난 소개팅할 얼굴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에..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친구녀석이 10년지기 친구를 소개시켜준다는거야

 

처음에는 우스갯 소리로 하는 말이겠지 하고 쉬이 넘겼었는데

 

어찌어찌 하다가 그 여자애랑 연락을 하게됐어

 

싸이를 통해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가수와 많이 닮은듯한 외모

 

평소 그 가수를 좋아했던 나는 알 수 없는 호감을 느꼈어

 

더군다나 그 친구는 이상형이 김태우 같은 사람이래

 

그래서 뭐 부담없이 밥 한끼 하자는 약속을 하게 되었지

 

나, 친구, 그녀 이렇게 셋이 만나서

 

간단히 얘기 나누다가 밥을 먹으러 갔어

 

친구가 분위기 띄워놓고 예정대로 빠지더라

 

근데 이상한게도 처음 만나서 부터 밥먹으러 갈 때까지

 

그녀는 한번도 웃지를 않더군

 

말도 거의 단답형으로 "응" , "아니"

 

나로써는 첫 소개팅인데 그러한 그녀의 반응이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친구 말로는 원래 이런 애니까 걱정말라고 하길래

 

'아... 쉬크한 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뭐 먹고 싶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지

 

그러니까 대답이 없더군

 

그리고는 10초간 정적

 

적막함을 깨기 위해 내가 다시 물었지

 

" 레스카페 ... 갈까? "

 

그러자 그녀는 땅바닥에 돈이라도 흘린 마냥 땅을 둘러보더니 대답했어

 

" 찜닭. "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단답형 대답

 

그래 뭐... 나쁠건 없잖아

 

근데 정말 세련된 외모와는 다르게 의외의 메뉴 선정 이었어

 

그래서 수소문 끝에 소문난 찜닭집에 들어갔어

 

그때까지 그녀와 나눈 대화는 처음 만났을때 인사를 나눈 것과 뭐먹고 싶냐고 물어본 것 뿐

 

근데 나도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그냥 웃으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 그녀의 눈빛은 정말이지 얼음장같이 차가웠어

 

어느 곳을 응시하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초점도 없었고....

 

아무튼 메뉴판을 펼치고 메뉴를 살피고 있는데

 

무심한듯 앉아 있던 그녀가 손가락으로 "핫 스파이시 찜닭"을 퉁퉁 치더라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그걸로 주문했지

 

그녀는 어김없이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무슨 일 있어?" , "잠을 못 잤니?" , " 피곤한거야? "

 

정적을 깨기 위해서 질문들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 아니 " , " 괜찮아 "

 

그 때 나는 생각했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러는거겠지 뭐'

 

그러는 사이에 주문한 찜닭이 나왔어

 

예상대로 말없이 먹었어

 

근데 정말 잘먹더라

 

며칠 굶은 사람 처럼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순수하고 꾸밈없어 보여서 좀 더 호감이 생겼어

 

근데 당최 입을 열지를 않네

 

마음같아서는 '니 입은 먹을때만 쓰는 입이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그녀를 존중해주기로 했어

 

그렇게 조용히 찜닭을 해치웠어

 

그 때 친구로 부터 온 문자

 

(밥먹고 있냐ㅋㅋ 내친구 쉬크하지?)

 

그래서 칼답장을 보내줬지

 

(우라질 쌈바 다시는 소개팅 안해)

 

근데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거야

 

찜닭은 분명히 다먹었고 분명히 불도 꺼져 있는데?

 

그때 뭔가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고개를 들어보니

 

아뿔싸

 

그녀가 식후땡을 즐기고 있더군

 

여자가 담배를 피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것도 소개팅 상대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건 무슨 의미일까...

 

순간 미묘한 감정들의 복합체가 머릿통을 후려치더라

 

아무튼 한개피 다 피울때 까지 기다렸다가

 

계산하러 갔어

 

물론 계산은 전적으로 나 혼자 했어

 

그래 뭐...

 

내가 계산하는 것이 소개팅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면야..

 

계산을 하고 나왓어

 

사실 찜닭을 먹으면서 부터 2차는 기대도 안했어

 

바쁜 일있다고 말하고 집에가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근데 밖에 있어야할 그녀가 안보이더라

 

아뿔싸

 

말도 없이 가버릴 만큼 내가 폭탄이란 말인가

 

사실 좀 화가 나더라구

 

아무리 그래도 예의라는게 있는데...

 

정말 울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어쨌든 집으로 가려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 가는데

 

뒤에서 누가 뛰어 오더라구

 

잽싸게 뒤를 돌아봤는데

 

그녀가 멋쩍게 웃으며 따라오고 있는거야

 

응? 이게 무슨 상황이지? 따귀라도 한테 칠 모양인가?

 

사실 그 순간 조금 쫄았었어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찜닭집에서 담배 필때부터 쫄았어

 

아무튼 난 감정을 억누르고 물었지

 

" 어디 갓었어? "

 

그러자 그녀가 말없이 담배갑을 내 얼굴앞에 흔들어 보이더군

 

아...

 

담배사러 갓었구나

 

대충 그렇게 이해하고 각자 집에 가자는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마디

 

" 가자 "

 

뭐라고 대꾸할 시간도 없이 난 그녀의 손에 끌려갔어

 

무서웠어

 

용기를 내어 물었지

 

" 어디...가는데? "

 

" 좋은데 "

 

" 거기가 어디야 "

 

" 가보면 알아 "

 

이건 뭐 드라마 대사도 아니고 ㅡㅡ

 

진짜 헛웃음이 나려고 하더라

 

그렇게 10분쯤 걸었나

 

정신을 차려보니 시내 외곽쪽 술집에 들어와 있더라구

 

주말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라

 

그때가 9시쯤? 아마 9시 안됬을거야

 

그래 아무튼 자리에 앉자말자 새로 사온 담배를 한손에 쥐더니

 

반대편 손에 탁탁 치더군

 

친구한테 들은 바로는 그게 담배잎을 이쁘게 모으게 하기위한 거라던데....

 

일종의 좀 더 맛있는 담배를 피우기 위한 준비단계?

 

그래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걔는 벌써 한개피를 다피웠더라

 

그러더니 " 뭐 먹을래 " 묻는거야

 

이제서야 입을 여는구나 ....

 

그제서야 나는 웃으면서 메뉴판을 보는데

 

갑자기 벨을 누르더니 지 멋대로 주문을 하더라

 

모듬튀김셋트랑 소주1병

 

아 진짜 이건뭐 ㅡㅡㅋㅋ 영화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너희도 이 글 구라겠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나도 진짜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아무튼 그애는 주문한 안주가 나올때 까지 담배만 폈어

 

나는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지라

 

이건 뭐 맞담배를 할 수도 없고... 얘기를 해도 받아주질 않으니...

 

그래도 용기내서 조심스럽게 물어봣지

 

" 담배 너무 많이 피는거 아니야..? "

 

그러자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 매운거 먹으면 원래 좀 땡겨 "

 

" 아.... 그렇구나.... "

 

그렇게 또 1분간 정적

 

그러던 사이에 안주랑 소주가 나왔어

 

종업원이 소주를 식탁위에 내려 놓자마자

 

소주를 한손에 쥐더니 격렬하게 흔들어 대더라

 

미국 동부에서나 발생할 법한 허리케인이 소주병안에서 춤을 추고 있더라

 

아무튼 말없이 한잔했어

 

그러더니  " 맛있다 그치? "

 

그래서 " 응 그렇네 "

 

의도한 대답은 아니엇지만 나도 모르게 그녀화 되어가고 있었어

 

그러다 보니 대화가 조금 되는것 같더라고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점점 말문이 트이고 농담도 나누게 되었어

 

근데 자꾸 이상한걸 묻더라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겠지만 알아서 상상하길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얼큰하게 취해있었어

 

둘이서 소주 4병 정도 마신것 같은데

 

헤롱대는 나에 비해서 그녀는 너무나 멀쩡한거야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새 그녀는 내옆에 서 있더군

 

계산 햇으니 나가자는거야

 

정신을 차려보니 밖에 나와있더라

 

그녀는 내옆에 팔짱을 끼고 무덤덤하게 서있고...

 

순간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막 들었어

 

자취방이 시내 근처라 걸어서 20분이면 가거든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쪽으로 뛰었어.

 

근데 팔짱을 끼고 있던 그녀가 날 잡고 안놔주는거야

 

내 조끼를 잡고 잡아 당기는 거야.

 

근데 그 조끼 재질이 폴리에틸렌 수지 100% 였거든.

 

그리고 조끼는 예복·정장·간편복 등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며

 

주머니가 많아서 여러 가지 물건을 지니기 편리 하거든

 

빛깔이나 무늬에 따라 다양한 장식성과 활동성을 나타낼 수 있고

 

체형의 결점을 보완해주기도 해.

 

그래서 셔츠 위에 조끼를 입는것은 공식화 되어있지

 

너희들도 올 가을 겨울에는 조끼를 입어서 멋도 내고 더 스타일리쉬 해지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