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에 거주하는 보통사람의 시각으로 본 박재범군 사태

지나가는사람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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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2PM이나 그 팬클럽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 사람입니다. 연예인에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고, 또 미주에(아는 사람이 알아볼까봐 딱 여기까지만;;) 살아서 인터넷에 일부러 들어가서 찾아보지 않으면 알게될 일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네이트 메인에 뜬 기사는 심심할 때 보통 다 읽어보는 편이라서, 대강 무슨일이 일었났다 하는 정도는 파악이 가능한데요, 지금 이 정도까지 이슈화된 것에 대해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쓸 내용은 문화적인 차원에서 제 경험을 빗대서 쓴 글이니, 그냥 무조건 욕하거나 옹호하는 글을 보러오신 거면 그냥 가셔도 좋습니다. 괜히 쓸데없는 악플 남겨서 서로 짜증내지 말자구요 ^^

 

일단, 저는 제가 볼때에 사건의 중심인 박재범군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게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한가지이기도 하구요. 저는 교포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중학교 2학년때까지 미주에서 계속 살았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그 당시 한국인이 저와 저의 자매들을 빼고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구요. 하도 어리다보니 한국어는 까먹어버리고, 문화도 그 쪽문화에 적응하여 점점 겉 모습만 한국인인 사람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가족이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항상하고, 또 부모님이 항상 "한국인인걸 잊어버리지 말아라" 라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나름 애국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는 동안 한국 이민자의 수도 늘어서 한국인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그런 의식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커졌죠. 문화도 더욱 접할 수 있게되고, 한국의 좋은 면을 많이 전해 듣고 보게 되면서,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저는 정말, 한국에 돌아가기만 하면 즐겁고 소설같은 삶을 살 수 있게될 줄 알았습니다. 한국인 친구들도 더 생기고, 한국 가수들 공연도 볼 수 있고, 노래방도 다니고, 학교도 다니면서 참 즐거울 줄 알았죠. 그래서 부모님께 떼를 써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일단, 말부터 제대로 하지 못하니 예전의 살던 곳에서 만난 한국사람들과 소통했던 것 처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활발하게 다가가려고 해도, 친구들은 심하게 텃새를 부리고 심지어 "양키" "외국인" 등의 별명으로 부르곤 했습니다. 화장실만 가려고 복도를 지나가도, 한꺼번에 몇명씩 몰려와 벽으로 밀어부치며 "너 영어 잘한다며? 영어로 말 좀 해봐" 라고 말하며 몰아세운 적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인인데, 그리고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 되었는데, 한국인에게 인종차별을 당했습니다. 영어선생님들은 제가 수업시간에 "그거 아닌데요 선생님 이렇게 하는거에요"라고 제 딴엔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저 때문에 수업을 못하겠다고 나가있으라고 하질 않나, 텃새는 점점 심해지고, 있던 친구들도 너 때문에 학교생활 힘들다고 멀어지고, 학교생활은 정말 지옥같았습니다.

 

사실 저도, 박재범 군 처럼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 등에 한국 욕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심정은, 한국인을 싸 잡아서 못된 인종이네 어쩌네 하는 독한 마음으로 쓴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경험한 텃새, 친구들의 차별, 그리고 문화적의 차이가 속상해서 쓴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부모님의 회사마저 파산해 저는 결국 다시 출국할 수도 없게 되어, 5년 동안 정말 이를 악물고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를 벌고, 바쁘게 지내면서 친구가 없거나 따돌림을 당하거나 하는 것을 잊으려 하며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형편도 나아지게 되어 미주로 다시 유학 올 수 있게되었습니다. 처음 박재범 군의 마이스페이스 한국 모욕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미주로 건너온지 한참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일단은 추측성 기사만 난무했었죠. 재범군이 쓴 글의 일부, 가장 자극적인 문단만 해석 한(그거나마도 오역이 많았습니다) 것을 기사화 시켜서, 많은 네티즌을 분노하게 했죠. 사실 처음 관련 기사를 보면서 저는 일단 우울한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정말 겪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섭섭함을 박재범군은 한국에서 살면서 느꼈을 것입니다. 입에 안맞는 음식 먹어가며, 친구들에게 차별당하고 놀림당하며, 저는 가족이라도 있었지 박재범군은 그 마저 없이 자신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회사라는 곳에 몸 붙이고 살고 있었지 않습니까. 어쨌건 심한 말을 한 것은 욕을 먹어야 마땅한 것이지만, 공인이 되서 한 말도 아니고, 연습생 시절 우울한 마음에 친구에게 몇마디 한 걸 가지고 한 사람을 죽이네 마네 한 것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팬분들이 올리신 원본도 여러번 보았는데요. 일단, 박재범군은 어릴때부터 '한국인이지만 미국인'이란 의식을 가지고 자라왔을 거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미주에 거주하는 교포 2세 치고 '한국 최고'라고 외치고 다니는 아이들 별로 없습니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알아도 대중문화만 조금 알아 볼 정도인 아이들이 많죠. 자기는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자라온 애들인데, 그래도 학교가면 황인종이라고 놀림 당하는 일도 있고, 무시당하는 일도 있을 겁니다.(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서도.)

 

그렇게 2세로 살아온 박재범군이 그 정도에 말을 한 것, 나쁜걸 알지만서도 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말을 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이 한국 국민을 전체화 시켜서 욕을 했다고, 인종을 모욕했다고 까지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순전히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서 말을 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뭐 사실은 본인많이 알고 있겠죠. 중요한 것은, 그런 말을 한 것이 알려지고 난 후 그가 어떻게 행동하냐는 것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철 없을 때 한 말이라고 이야기 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박재범 자살청원까지 하며 그를 결국 미국으로 떠나가게 만들었죠.

 

소속사니 언론플레이니, 전 그런 것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떠나가게 한 것이 박재범군에게 결국 한국은 자신을 버렸다는 마음이 들게 할 것 같네요. 그렇게 떠나간 후에도, 열심히 춤추고 연습한다고 하니 더욱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1:59PM 이라는 2PM의 앨범이 나오게 되고, 재범군의 컴백이 가까운 시기는 아닐까 생각도 해봤죠. 때마침 대중의 재범군에 대한 의식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는 듯해, 팬들을 비롯한, 그저 박재범군의 활동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재범의 컴백이 임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왠 날벼락인지. 어느날 저녁 일 다녀와서 아무생각없이 네이트에 한 번 들어가보니 "재범 영구 탈퇴, 사생활 문제. 멤버들 동의"라는 식의 기사들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난무했습니다. 이게 뭔가 싶어, 또 더 심한 말을 한 것이 들통났나 싶어 여러 기사를 읽어보았습니다.

 

허나, 딱 보기에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정말 머리써서 어떻게든 해보려는게 별 생각없는 대중인 저한테까지 보인다는게, 수상할 만도 하죠. 게다가 판이나 다른 게시판들에 계속 떠오르는 다른 멤버들의 사생활 폭로와 간담회 후기에서의 2pm 멤버들의 태도 등. 저는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고 보는 그룹도 아니었기에 넘기려 했지만, 본 김에 파헤치잔 생각으로 여러개 읽어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도둑놈에게도 친구가 있지 않냐느니, 다른 생명체도 사는데 자기들이 자기맘대로 하고 살 수 있냐느니. 녹취까지 듣고 나니 아무 생각도 없던 제가 욕을 하고 싶어질 정도 였습니다. JYP가 정말 언론플레이를 잘 한다면, 이런 것도 이미 예측한 것 아닐까. 또 이걸 어떻게 몰아서 어떤 결과를 내려고 그러나. 지금만큼은 제가 누구의 팬도 아닌게 정말 다행스러웠습니다. 팬이라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그저 무섭기만 하죠.

 

제가 지금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실력있는 엔터테이너가 희생을 당한 것입니다. 사생활의 문제가 너무 커서 영구탈퇴를 결정했다고 대놓고 기사를 내는 기획사는 엔터테이너 뿐만으로써가 아니라 박재범이라는 인간의 인생을 끝장내려고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기회를 잡으러 가족없는 땅으로 와 고생만 하다가, 단물은 맛보지도 못하고 쫓겨난 박재범군이 불쌍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진정하고 분노해 대응하지 않는 것은 정말 대견하네요.

 

이런 큰일이 일어난 것은, 되돌릴 수는 없으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이걸 계기로, 부당한 계약을 당한 다른 가수들이 털고 일어나길 바라며, 부족한 인성이 폭로된 나머지 멤버들은 자숙하고 고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여러분, 교포분들이나 혼혈아, 외국인 들이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음식도 입에 안맞아하면 무조건 양키니 뭐니 욕하면서 괴롭히지만 마시고, 더 잘 살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물론 욕먹을 짓을 하면 욕을 먹어야 싸지만, 그러기도 전에 무조건 동물원 원숭이 취급한다면, 그게 바로 나라 얼굴에 먹칠 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욕먹고 설움 당하고 좋은 말 하는 사람 없습니다.

 

전 사건의 발단인 박재범군의 한국비하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의 이해와, 무조건적인 마녀사냥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