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조의선인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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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대표선수단이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순위 5위를 기록했다. 언론에서는 그동안 쇼트트랙 종목에서만 집중되던 메달 획득이 다양한 종목에서 나타났다고 왜곡보도를 하고 있지만, 동계 올림픽 종목이 대략 15개 정도인데 그 가운데 3개 종목에서만 메달 획득을 기록한 것을 두고 한국 선수단이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 선수단은 빙상 경기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설원 경기에서는 여전히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으며, 빙상 경기 가운데 동계 올림픽 최고의 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에는 아예 출전권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피겨스케이트도 한국 대표선수단의 올림픽 메달 획득 종목이 됐다고 과대포장을 하지만 김연아 이외에는 세계 10위권 이내에 드는 피겨 인재가 없는 마당에 만약 김연아가 오는 3월 22일에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회를 끝내고 은퇴한다면 장차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피겨스케이트 종목에도 메달권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김연아가 은퇴한다면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트 종목은 아예 사라질 것이다”라는 어느 일본 언론인의 말은 한국의 빙상무용체육 현실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렇게 겨울 스포츠에서는 최악의 후진국인 대한민국이 과연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되는 것인가? 아니 자격이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대한민국 땅에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필자는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이런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강원도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가 성공하면 “나라가 잘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 강원도 평창의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 신청뿐만 아니라 부산직할시의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 신청에다 2022년 FIFA 월드컵 본선 유치 신청까지 돼 있어 우리 나라는 국가예산이 수백, 수조원씩 투입되는 국제적인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렇지 않아도 심각했던 국가부채는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대구, 인천, 부산, 평창 등 지역행정기관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 유치신청에 대해 중앙정부가 아무런 검토 없이 무조건 승인해준다는 사실에 있다.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이 지역 민심을 건드릴까 그저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보이는 사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너도나도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에 뛰어드는 과열현상에 대해 중앙정부에서는 아무런 기준이나 전략도 없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국가위상제고’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세워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를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필자는 ‘국가위상제고’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위상제고’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김 도지사는 지난 1998년에 당선된 이후 임기 때마다 동계 올림픽 유치 도전을 내걸어 현재 전국 유일의 3선 도지사가 되었고 2011년 7월에 있을 개최지 결정도 2010년 도지사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올림픽이나 월드컵 및 세계 육상 선수권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면 지역 경제에 수십조의 이득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의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개 짖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싶다. 경기장과 도로, 숙박시설 등 기반시설 건설에 들어갈 비용까지 경제적 효과라고 하는 건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억설하는 대운하 건설이나 4대강 정비사업의 경제효과 논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금으로 쏟아붙는 액수나 마찬가지다.

 

일회성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선수촌을 분양해서 이득을 보는 것은 지방 공무원과 건설업자, 그리고 투기꾼들뿐이다. 동계올림픽 이후 봅슬레이 경기장과 스키 점프시설에 대한 활용도를 따져 보기라도 했는지 의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을 위해 특별히 축조되었던 대형 축구 전용 경기장들은 유지비로 매년 수십억의 적자를 보고 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변한 체육행사를 치르지도 못한 잠실 종합운동장은 종교집단 행사로나 활용되고 있는데도, 대구외 인천에서 2010년 세계 육상 선수권·2014년 아시안게임을 각각 개최하기로 했다.

 

올림픽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유치 도시 실업자들이 대거 고용되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과 같은 메가 프로젝트의 경우 창출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채워진다는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설될 봅슬레이 트랙이나 스키점프대의 경우 과거 이런 시설을 지어본 적이 있는 외국 건축가들이 맡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평창에서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면 많은 외국인들이 올림픽 경기를 보러 평창을 찾을 것이고 이는 지역의 관광수입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위정자들은 말한다. 물론 많은 외국인들이 올림픽 때문에 한국 땅을 밟게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지에서 대부분의 방문객은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직접 구경할 평생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내국인들이라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도 애당초 해당 국가를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가 이왕이면 이벤트 시기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 전후 외국 관광객 통계를 보면 명확히 증명된다.

 

부산의 경우 2000년 163만이던 관광객 수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덕에 2002년에 200만으로 잠깐 뛰었을 뿐, 이듬해는 147만이었고 2007년에는 141만 명을 기록했다. 오히려 거꾸로 간 셈이다.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를 치른 대구도 대회가 끝난 후 역시 줄었다. 외국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관광대국 그리스마저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유치 이후 2년이 지나서야 올림픽 유치 이전의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겨우 회복했다고 한다.

 

이미 1986년에 서울에서 치른 아시안게임을, 2002년 부산에 이어 2014년 인천에서 치르겠다면서 국가위상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여전하다. 30년이 지나도록 국가위상 아니, 국가행정수준은 그대로란 말처럼 들린다.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무원들에게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위한 지출액수는 그저 눈먼 돈 따먹기 같다. 국고 외에도 수년치의 연간 예산에 해당하는 지방세를 투입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결국 지방채 등 빚을 끌어다 메우면 된다는 식이니 말이다.

 

300만 강원도민의 염원 운운하며 동계올림픽 3수의 출사표를 낸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웅변이 마치 집권여당에게 3수 도전 허가를 안 내주면 300만 표를 잃을 것이니 알아서 하라는 듯 들린다. 올림픽 유치운동이란 명분 아래 해외를 넘나들며 각국 명사들을 만나고 자연스레 언론노출도 되니 내년에 있을 도지사 선거 4선을 위해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격 아닌가? 지난 두 차례의 유치운동과 3수를 위해 투입될 금액이 얼마인지 꼭 밝혔으면 한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는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강연회에서 부산직할시의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운동과 관련해 “부산시민들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손해를 감내하면서 올림픽을 유치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다.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는 ‘고생길’이 될 것이며, ‘막대한 세금 지출’로 가정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 십상이다. 현재 시장이나 시청의 고위 공무원들은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지금 그 자리에 없다. 그러니 대회 폐막 후에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과는 상관 없는 일이 된다. 그들은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다는 업적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향후 정치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만 하면 된다. 뒷감당은? 그 때 시장과 주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고 비판했다.

 

필자는 평창군민과 강원도민들에게 묻겠다. 그대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국익은 무엇인가? 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어야 진짜 지역 경제가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평창군민과 강원도민들은 혹시 필자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역행정기관의 고위 공무원들, 그리고 건설업체나 땅 투기꾼들만 높은 이득을 보고 지역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주어지는 혜택이 거의 없는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가 정말 ‘국익(國益)’이라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평범하고 아무런 실권도 없으며 묵묵히 자기 생업을 위해 사는 대한민국 구성원 98%의 지역 주민이 막대한 혜택을 얻는 길만이 진정한 국익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 스타가 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선수 김연아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자네가 토리노 세계 올림픽 이후 은퇴를 하든 아니면 2014년 소치 올림픽 때까지 선수생활을 지속하든 그건 자네 자신의 선택이니까 국민들 아무도 뭐라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네가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평창의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 신청을 위한 홍보활동을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오히려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야 강원도민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게 될 것이다. 김연아 자네만큼은 위정자들의 꼭두각시가 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