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간 뒤에 숨은 우리의 어머니 그리고 아내들~(요즘여성은 몰러오~)

구경꾼200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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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글~>

뒷곁의 장독대는 아날로그 시대의 아련한 추억이다.
된장 간장 고추장독이 키재기를 하던 장독대엔 유년의 흑백 필름이 서너통쯤 숨어있다.

맨드라미, 봉숭아가 곱게 핀 장독대는 숨바꼭질 장소로 제격이었다.

어쩌다 다치기라도 하면 된장을 짓이겨 상처에 발랐고 숨이 차면 동치미국물을 퍼 마셨다. 연년생을 가진 어머니의 아랫배처럼 배불뚝이가 된 된장, 간장 항아리 속에선 우리네 반양식이 익어갔다. 시집살이의 매운 맛을 안으로 삭이고 남물래 서러워 울던 곳 또한 장독대였다.

이처럼 서민의 애환이 겹겹이 서린 장독은 1만년전부터 등장했으니 눈물의 역사 도한 꽤나 깊다.채집경제에서 생산경제로 삶의 방식이 변한 신석기시대부터 흙으로 빚은 질그릇이 등장한다.

이른바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 토기인 「빗살무늬 토기」다. 진흙에다 모래 운모 장석 등을 섞어 빚어 구웠는데

표면을 빗살로 장식한 것이다.
당시의 토기는 거의 적갈색을 띠고 있다.
노천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온도가 섭씨 8백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도기(陶器)나 자기(磁器)를 생산치 못하고

붉으죽죽한 연질토기를 구워냈던 것이다.

초기 철기시대로 접어들면 더욱 단단한 경질토기가 등장한다. 굽는 온도를 올리는 기술의 발달로 섭씨 1천2백도의

열을 내게 되었고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경질토기다.

원삼국시대의 대표적 고분인 신봉동·송절동 일대에서는 연질과 경질토기가 함께 출토된다. 화분모양의 토기라든지 아가리가 딱 벌어진 토기등 질그릇모양도 가지가지다.

질그릇의 크기와 모양새는 각기 다르나 대부분의 토기는 오늘날 된장 간장독처럼 배불뚝이 모양이다.
계란형 토기는 전체 모양이 계란처럼 둥글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송국리형 토기는 토기의 최대지름이 몸통한가운데 있다.

최대지름이 어깨에 있는 유견(有肩)토기는 고구려 계통인데 신봉동에서도 출토된다.
질그릇의 배가 부른 것은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늦가을엔 간장을 담고 이른 봄엔 된장을 담는 질그릇은 공기가 안팎으로 통하는 숨쉬는 그릇이다.

밀폐된 플래스틱 그릇보다 질그릇에 담아 저장하는 음식이 훨씬 맛있고 신선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장 담그는 철을 맞아 한때 푸대접을 받았던 재래식 질그릇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회귀현상이다

 

<장독의 추억>

 

 

 

 

  장독간 뒤에 숨은 우리의 어머니 그리고 아내들~(요즘여성은 몰러오~)

 

 

 

장독이 아름다운 것은
오랜 세월
기다려 주기 때문이다

햇빛과
달빛과
별빛을
가슴에 담아

장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장이 익을 때 까지
가슴에 품고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맑은 바람과
맑은 소금물과
맑은 꽃가루를
가슴에 담아

장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장이 자랄 때 까지
가슴에 품고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장독이 아름다운 것은
질그릇 속에 보배를 가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가슴을 열어
하늘의 생명을 받아다가
잉태하는 고통을 곰삭이여
가장 온전한 선물로 익을 때면
이별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어머니와 장독대를 추억속으로 보내야만 하는가~>

 

어머니의 아침을 열며~ 

 

어머니의 하루에는
아침 점심 저녁이 따로 없었다.

어머니의 시간에는
낮과 밤의 구분 또한 없었다.

어머니의 세월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다 여름이요 겨울같았다.


그랬다,
분명 그랬었다,
돌이켜 생각해보고
잠시 두 눈 감고 머리속에 하나 가득 나와 우리 가족들의 옛 기억들을
슬라이드처럼 비쳐보면
분명 그속의 우리 어머니는 늘 분주하고 바삐 움직이셨다.

어머니의 하루는 늘 차가운 세벽으로부터 시작되어
칠흙같은 새벽으로 끝이났다,

기분좋아 한 잔
억울하고 원통하여 한 잔
가난이 싫고
앞날의 미래가 보이자않아 또 한 잔
아버지는 그렇게 늘 술을 달고서야 집으로 돌아오셨다,
통금이 가까워오는 늦은 밤,
순대같은 골목안으로 술에 잔뜩 절어버린 귀에 익은 멜로디가 스물스물 뱀처럼 기어들어와
곤하게 잠자는 동네 개들 다 깨워놓으면    
도화지만한 부엌문에 기대어 노루잠 주무시든 어머니 화들짝 놀라 장승처럼
몸을 일으켜세워 연탄 아궁이에 시락국 남비를 올려 놓으셨다.
어제만큼이나 고단하고 힘들었든 어머니의 하루,
오늘도 어머니는 익숙한 솜씨로 어제에서 오늘로의 경계선을 넘어서고 계셨다.

지붕이 날아갈듯 코를 골고
지독한 술냄새를 풍기며 주무시는 아버지의 한쪽곁에서 잠시 눈을 붙이시다가도
수시로 몸을 일으켜 아이들 이불을 매만져주시고
잠자리를 돌봐주시든 어머니,
시간은 그런 어머니의 일상에 그 어떤 특혜도,동정도 하지 않은채
어김없이 새벽의 한 가운데에서 손짓하며 어머니를 불러내었다.

천근만근같은 몸이 깃털처럼 일어선다
하얀 수건 하나 모자처럼 머리에 쓰시고
행여나 잠자는 가족들 잠을 깨울까 열 발가락마다 힘주어 걸어나오시며
방문소리 새어나갈까 양 손으로 문을 떼어내듯 열고서는
숨소리마저 당신의 가슴속으로 역류시키시며 하루를 시작하신 어머니.

지금 이 세상에 깨어있는 유일한 사람,어머니
칼날같은 차가움도
마귀같은 고단함도
어머니 당신에게만은 감히 어쩔 수 가 없었습니다

정한수 한 그릇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합장한 두 손으로
천지신명께 빌고 빌었던 어머니의 지극정성
우리 남편 건강하고 성공하게해주이소
우리 아이들 공부 잘하고 훌륭한 사람되게 해주이소

우리들의 아침은 늘 어머니의 힘찬 고함소리로 활짝 열렸습니다
환아~퍼뜩 안일어나나....
지금 시계가 몇신데 아직까지 잠을 자노...
얼른 동생들 다 깨바라....
늦게 나오면 뜨신 물 없데이...알았나....

환아~아버지 아침밥상 차리라,아버지 수저 갖다놓고...
아버지 구두 닦아놓았나...
너거들 머하노,아버지 출근하시는데 퍼뜩 인사 안하고....

이제 집에는 어머니외 아무도 없다,
잠시 큰 숨을 내쉬고 난장이되어버린 아침상 앞에 앉아
붉은 고추가루 잔뜩 묻혀놓은 아이들 밥그릇속의 밥 다 모아
건데기만 수북하게 쌓여있는 서늘한 시락국과 김치 한조각으로
새벽부터 움직이신 어머니의 허기를 임시방편으로 막아놓으신채
서둘러 방청소와 빨래를 시작하시었다.

이 땅의 관습과 운명처럼 되물림 된 가난으로
소녀적의 분홍빛 꿈과 스무살의 연정은 빼앗기듯 차압당한채
너무나 일찍 아내와 어머니라는
태산과도같은 운명을 떠맡으신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
그 어머니들의 아침은 새로운 희망이 출발선이요,
고단하고 두려운 일상의 시작이었다.  <글.연산님. 펌.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