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편집기자2010.03.07
조회129

밤 늦은 시각...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며... 

 

라디오에서 듣게 된 시 한 귀절...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정윤천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속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거기 이 세상을 한꺼번에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과도 같았을,

그런 일순과의 마주침이라면,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려오는 실낱같은 향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갈 수 없어도 사랑이다.

魂이라도 그 쪽으로 머릴 두려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1991년 <실천문학> 여름호로 등단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가 있음 

계간 <시와사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