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제호석201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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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대자보의 내용이 동기가 된 글입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 돼 버렸다.

12년 간 경쟁에서 살아 남는 것은 소위 상위 몇 프로일 텐데,

그들마저도 졸업 이 후 기다리는 것은 보장된 미래와 희망찬

 현실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의 전락이거나 부모에게 여전히

 의탁하는 '잉여자'가 된다. 물론 이런 이야기와는 무관한 삶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도 많다. 졸업철인 요즘, 많은 친구들은 사

회에 첫발을 내딛는 설렘에 가득차 있고, 어찌보면 미래가

보장돼 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들이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낙오자가 있었느냐다. 소위

 '명문대'라 여겨지는 곳에서도 이제는 안심하고 지낼 수 없는

대학생들.(명문대에 오기까지, 그들은 얼마나 많은 친구들과 싸웠겠는가) 이제 대학의 로망은 모두 학점따기의 악몽으로

(혹은 자격증따기의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대학생들은

그들 스스로도 여느 연예인 못지 않게 자신들의 스펙을 성형하

기에 여념이 없다.

 

이 상황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누가 우리를 이런 경쟁 속

으로 몰아넣었으며, 대학생의 영혼을 말라버리게 한 것일까?

혹자는 대학을 탓할 수도, 기업을 탓할 수도, 시대 자체를 탓할

 수도 있겠다. 물론 누군가, 혹은 어떤 기관인가는 '더'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이 상황에서 책임을 묻고 싶은

 사람을 찾고 싶다면, 거울을 마주해 보기 바란다. 이런 상황을

 용인하고 받아들이며, 이 시대의 어떤 횡포에도 '침묵'하고 있

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이 시대와 암묵적 협정을 맺은 자기

 자신이 아닐까. 대학생이 갖고 있는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시대

정신을 잊은 채, 단지 자기 앞가림만을 하기에 허덕이는, 자기반성 없이 앞만을 향해 내달리는 자기 자신에게 책임이 있지

 않을까. 문제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진정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줄지를 자기 자신도 모른 채 질주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물론 모두에게는 현실에 충실해야할 근거라는 게 존재한다.

남들과는 달리 자신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상황' 덕에 남들보

다는 자신의 앞가림이 앞서야 한다는 근거를 난 무시해야 된다

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진실'이라고 얘기할 수 있

는 것은 모두가 각자의 길로, 이 시대에 반성없이 달려가기에

는, 이 시대가 뭔가 잘못 됐다는 점이다. 왜 우리는 비정규직

혹은 실업 상태에 놓이기 위해, 12년의 세월을 '규율 당해야'

하고, 거기에 덧붙여 최소 4년 이상의 시간을 영혼이 박제된

상태로 방황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젊은 시절을 취업이라는

보장되지 않은 족쇄에 얽매인 채로 담보 잡혀야 하는가.

 

 

더 이상의 현실 푸념과 현실 수긍보다는 현실 저항을 선택하는

 것은 어떤가.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과거 세대들의 거울에

비추어 정당화시키기보다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새내기들을

위해 새 터전에 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떤가. 모든 것을 버리라

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이런 현실을 못 견뎌 거세게 저항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는 것은 어떠할

까.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지향점을 고찰하며, 서서히 이 시대

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정도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최소한의 양심은 아닐까.

 

 

난 고백건데, 이 말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 시대의 거친 경쟁

에서 살아남기 위해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1인 임을 부인

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하나의 '권력'들을 놓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겁쟁이 중에 하나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난 「금나나 "박사과정도 장학생으로... 저 해냈어요"」라는 기

사보다도, 「길 잃으 88만원 세대 온몸으로 '저항 선언'」이라

는 기사내용에 공감하고 응원을 한다.

 

그것만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기에...

 

 

P.S : 몇 번이고 머릿 속에 대뇌였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일을, 실현해낸 그럼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은 당신의 용기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리고 난 당신의 용기를 가슴에 품고 항

상 응원할 것이며, 언젠간 당신과 뜻이 닫는 곳에서 만나길 바

란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전문>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

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

고 달려야 하는 20대. 우리들의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

지막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나는 25년간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

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명문대 입

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채

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

다. 다시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국

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

체가 되었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을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

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10년을 **** 수 없어 낡

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하리라'는 **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

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큰 배움없는 '大學없는 대

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언제까지 쫓아가

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나는 ** 기업과 국가,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그러나 동시에 내 작은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유익한 것이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

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더 많이 **하다

가 내 삶이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없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겐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잃

을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내겠다는 용

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

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덕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버

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 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내

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두고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볼 일이다."

 

 

(*는 글씨가 보이지 않아서 옮기지 못 함)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3110140015&code=940401

 

(위 대자보와 관련된 기사전문)